출판사 리뷰
죄책감.
누구나 알고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이다. 하지만 떨쳐내기가 쉽지 않기에 죄책감에 사로잡힌 마음은 이내 지옥이 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을까?” 잠 못 이루는 밤은 후회로 얼룩진다. 심한 죄책감은 몸과 마음을 옥죄어 집중력이 떨어뜨리고 우울감을 불러온다. 도피하기 위해 털어 넣은 술과 약은 더 심한 문제를 불러올 뿐이다.
독일 심리치료사 도리스 볼프는 이 책에서 죄책감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고통스러운 생각과 기분을 떨쳐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실수에 잘 대처하고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과도한 책임감을 벗어버리고 다시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조근조근 일러준다.
독일 심리치료사 도리스 볼프 박사의 죄책감 극복 처방전
1부 죄책감은 어떻게 생기고, 우리는 보통 그 죄책감에 어떻게 대처하며, 어떤 장애물이 죄책감 해소를 가로막는지 알아본다.
2부 죄책감 해소에 유익한 전략을 배운다.
3부 내가 만난 많은 환자들의 인생사를 들려줄 것이다.
죄책감은 얼마나 해로운가?
당신이 이 책을 구입한 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는 데 죄책감을 탐구하는 이런 책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죄책감 때문에 불쾌하거나 괴로웠을 것이다. 아마 아래에서 열거하는 이런 기분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 죄책감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의식이 낮아진다.
• 죄책감 때문에 현재를 살아갈 힘이 없다.
• 죄책감 때문에 자꾸 희생양이 된다.
• 죄책감 때문에 조종당한다.
•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과 심신 장애를 앓는다.
• 죄책감 때문에 절대 안 그런 척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 죄책감 때문에 조그만 비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 죄책감 때문에 남에게 책임을 떠민다.
• 죄책감 때문에 남들을 혹독하게 비난한다.
• 죄책감 때문에 중독이 된다.
• 죄책감 때문에 잘못을 부인한다.
• 죄책감 때문에 앞으로는 될 수 있는 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 죄책감 때문에 잘못의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해버리므로 또다시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죄책감이 몰고 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은 이렇게나 많다. 죄책감이 사라지면 어떻게 달라질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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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책감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죄책감은 불쾌한 감정이다. 따라서 그동안 다들 그 불쾌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나름대로 이런저런 전략을 활용해보았을 것이다.
1. “죄책감을 느껴도 싸지.”
죄책감을 정당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행동하는 인간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거야. 죄책감은 내가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증거지.” 심지어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평생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다.
장점 : 죄책감을 느끼니까 잘못은 했어도 자신이 선한 인간이라고 믿는다.
단점 : 기분이 좋지 않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의욕이 사라진다. 심한 경우 심신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2. “죄책감이 드니까 난 나쁜 사람이야.”
자신을 낮춘다. “죄책감을 느끼니까 나쁜 인간인 게 분명해.” 자존감이 떨어져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고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남의 이목을 받는 것이 두렵고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타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사람을 피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며 혹시 또 잘못을 저지를까 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장점 : 남들이 동정을 해줄 수도 있다.
단점 :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증과 심신질환이 생긴다. 굴종적인 행동을 본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용할 수 있다. 저항하지 못하는 제물이 될 수 있다.
3. “난 안 그랬어. 그러니까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
자신의 죄를 부인한다. 자신의 행동을 변명한다. 상황 탓이었다고 둘러댄다. “난 안 그랬어. 상황이 안 그랬으면…… 나도 안 그랬을 거야.”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잘못을 고칠 기회를 놓친다. 죄책감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누가 잘못을 발각하여 지적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그러느라 행동을 고칠 여력이 없다.
4. “난 안 그랬어. 다른 이가 그랬어.”
상대의 공격에 역공을 가한다. “당신이 이랬으면 나도 저랬을 거야.” “그가 먼저 시작했어.” “부모님이 날 이렇게 키웠으니 하는 수 없지.” 남들을 공격하며 그들에게 죄를 떠민다.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짜증이 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갈등이 일어나거나 관계가 위태로울 수 있다. 잘못을 고칠 수 없다.
5. “죄책감을 못 참겠어.”
죄책감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일에 몰두하고 과식을 하고 진정제나 마약을 털어 먹는다.
장점 : 잠깐은 마음이 편할 것이고 죄책감이 줄어들 것이다.
단점 : 죄책감의 원인을 손보지 못하고 잘못을 고치지 못한다. 마음은 물론이고 몸도 괴롭다.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고 직장이나 사람을 잃을 수 있다.
6. “다 내 잘못이야.”
농담처럼 이렇게 둘러댄다. “다 내 잘못이야. 또 나야. 그저 내가 죄인이지.”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피해자인양 행세한다.
장점 : 과도하게 죄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를 농담거리로 삼는다.
단점 :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불가능하다.
7. “다른 사람들도 잘못했는데 뭐.”
자신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사람들도 나보다 나을 게 없어.” 그렇게 자기 잘못의 정도를 줄이려 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8. “다른 사람들이 더 나빠.”
다른 이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증거를 찾는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가치관에 전혀 맞지 않을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9.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죄를 줄이거나 미화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의 정도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고칠 수도 없다.
10. “그런 일 없었어. 그러니까 난 아무 잘못도 없어.”
자신의 행동을 다 부인한다.
장점 : 죄책감이 줄어든다.
단점 : 잘못의 정도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으므로 고칠 수도 없다.
당신도 이미 짐작했듯 위에서 나열한 전략들은 모두가 전혀, 혹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절하고 유익한 전략은 사실을 직시한다. 다시 말해 우리 행동의 영향을 부인하지도,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되 자신도 어쩔 수 없었던 일까지 굳이 책임지려 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과장된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다. 이런 유익한 전략들에 대해서는 2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방금 위에서 나열한 전략들 중엔 당신도 이미 써먹은 적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을 써봤다가 안 되어서 저 방법을 써보기도 했을 것이며, 집에서는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지만 직장에 가면 무조건 다 당신의 잘못이라고 고개 숙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전략들의 공통점은 죄책감을 일으키는 마음가짐을 점검하지 않고 그것을 수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자신의 결론이 상황에 적절한지 과장은 아닌지 점검하지 않는다. 그저 잘못을 딴 사람 탓으로 돌리거나 우리의 인간 전체를 단죄한다. 자신의 행동과 인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