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 책은 작가가 아이를 위해 고르고 골라낸 미문의 기록이다. 훔쳐보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의 목록이다.”
― 김신지(에세이스트)
“어떻게 이렇게 사랑이 넘칠까. 이러한 사랑의 글쓰기라면 얼마든지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황인찬(시인)
무언가 되어야 한다면, 함께이고 싶어서 서로에게 기대고 기대하는 순간들의 기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유쾌한 대화 상대, 쓸 만한 가이드, 러닝메이트 등 되고 싶은 것이 많아졌습니다. ‘좋은 아빠’ 같은 추상적인 것부터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아빠’ 같은 구체적인 무엇까지도. 근사해 보이지 않더라도 ‘그럴듯한’ 무언가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을 들게 한 두 사람에 대한 그리고 서로 기대어온 시간과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최동민 작가의 에세이 《우리는 서로의 첫번째》입니다.
‘무언가 되고 싶다면 이왕이면 함께’라는 마음으로 모으고 써내려간 이 책의 등장인물부터 소개합니다. 우선, 꿈꾸기를 좋아하고 말수가 적고 기다리기를 잘하는 아빠이자 남편 D. 가정법을 사랑하고 솔직하며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엄마이자 아내 J. 성격은 다르고 생각은 비슷하고 마음은 같은 두 사람의 곁에 누워 잠든 아이, i는 그네 타기와 모래놀이를 좋아하고 속이 깊죠. 1인칭이 아닌 3인칭의 이니셜로 말하기를 선택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의 첫번째인 사람들, 그런 이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는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와도 몹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산책할 때 손을 맞잡는 위치가 너무 완벽하고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솔직할 수 있었던 D와 J, 그래서 ‘함께하는 생’을 선택한 두 사람이 어느덧 부모가 되려 할 때, 아직 불안하고 미숙한 자신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조급해하던 그들이 펼친 한 권의 책, 그리고 그 책에서 만난 한 문장―“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김연수, 《소설가의 일》 중에서)―으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D와 J 두 사람은 자신들이 아직 미문(美文)의 인생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렇다면 미문부터 모아보자고 결심합니다. 그러다 보면 미문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도 그렇게 모은 미문을 i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요.
D는 그렇게 책과 음악,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다정한 대화 들에서 하나씩 정성스럽게 문장을 모으고 두 사람을 위한 글을 써내려갑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하고 미약한 줄로만 알았던 일상 속 특별한 순간들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크루아상 한입만큼, 팔 뻗은 간격만큼, 2.5인용 소파면 충분한 집만큼 작지만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죠.
외롭거나 불안할 때 온기를 더해주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도록
앞서간 별이 남긴 문장을 건네는 마음
그렇게 아이의 모든 순간에 놓였으면 하는 문장들이 《우리는 서로의 첫번째》에 빼곡하게 담겼습니다. 힘겨운 어제의 기억에 잠식당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코 피할 수 없음을 알기에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펼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다면 ‘매우 천천히 한 쪽씩 쌓여’ 책이 된다는 폴 오스터의 말에 기대봅니다. 제임스 설터의 오래전 책 《위대한 한 스푼》을 통해서 함께 식탁에 앉을 때 느낄 수 있는 ‘삶의 축복’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통해서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거짓말 같은 진실을, 윤동주의 글을 통해서 넘어지더라도 툭툭 흙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을 전해주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의 낮잠, 햇빛, 산책, 그네 타기가 아이를 더 자라게 하고 웃게 할 것임을 잘 알기에,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바람도 담겼습니다.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을 풍경과 순간까지 온전히 마음에 간직하려고 노력하면서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류 멸망의 날이 닥친다면 함께 듣고 싶은 노랫말―“아침이면 너는 노래하며 일어날 거야 / 너는 날개를 펴고 하늘을 차지하게 될 거야 / 아침까지 누구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서머 타임〉)―에 이런 다짐을 덧붙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아빠와 엄마가 너의 곁에 있을 거니까.”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믿으면서 세 사람은 완벽한 한 팀을 이루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함께라서 너무 다행이야. 혼자였으면 못 했을 게 너무 많아. 생각하니 벌써 아쉽다.”
진심이었다. J와 D, 그리고 i. 세 사람은 팀으로서 작동했고, 팀이어서 작동했다. - 219쪽
아이와 함께 자라며 알게 된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이는 참 빨리도 자랍니다. 몇 시간마다 깨고 젖을 먹고 다시 자기를 반복하던 아기가 어느새 몸이 커지고 말이 늡니다. 그런 아이와 함께 부모도 자랍니다. 잔잔한 줄로 알았던 바다가 아이의 키에 맞춰 무릎을 굽혀 바라보니 온 세상을 안아줄 듯 거대합니다. 이제는 일일계획표에서 행복한 시간이 줄어든 어른이기에 아이만큼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도 커집니다. 아이에게 절대 소리치지 않겠다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아버지 짐 호퍼처럼 그저 묵묵히 바라봐주겠다고 결심도 합니다. 벌써부터 아이가 언젠가는 신호도 닿지 않는 저 멀리 떠나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1초가 아깝고 모든 순간이 소중해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곁에 없는 서로의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들의 믿음이 자신들을 만들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누구나 한때는 아이였으니까요.
믿음은 의외로 많은 것을 바꾼다. 로맹 가리를 향한 어머니의 믿음이 그랬고, J를 향한 어머니의 믿음이 그랬다. D 역시 마찬가지였다. D의 어머니도 아들을 향한 믿음을 거둔 적이 없었다. 무엇을 하든 강요하는 법이 없었고, 무엇을 하지 않든 힐난하는 경우도 없었다. 무엇이 되는 것은 전적으로 D의 공이었고, 무엇이 되지 않은 것은 모두 당신의 탓이었다. 그래서일까. 성공과 실패. 그 냉혹한 OX게임에서 J와 D는 크게 고민하거나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다. 때로는 그 방대한 자유도가 부담이 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믿음은 그렇게 많은 것을 바꾼다. - 190쪽
불안정함에 흔들리고 벽에 부딪쳐 어쩔 줄 몰라 하는 D에게 잠시 쉬어도 된다고 ‘낙천의 조각 하나’를 꺼내드는 J, 아무리 높게 그네를 밀어줘도 마치 처음 즐기는 것처럼 기뻐하며 웃고 언제나 내일 일어날 일을 기대하는 i, 두 사람을 위해 최동민 작가는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관해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카뮈의 말을 되새기며 그런 방식대로 글을 쓰고 살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첫번째》에 대해 김신지 작가는 “아이을 위해 고르고 골라낸 미문의 기록”이자 “훔쳐보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의 목록”이라고, 황인찬 시인은 “이러한 사랑의 글쓰기라면 얼마든지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독자들의 미문과 사랑의 목록도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이어질 나의 글에는 이제 막 무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 느린 남편이자 아빠 D가 등장한다. 그런 D의 손을 끌어주기도, 무너지듯 D에 기대기도 하는 아내이자 엄마 J가 그 곁에 있다. 그런 두 사람의 슬하, 그 소담한 자리에 누워 잠든 아이는 i로 부르려 한다.
이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의 첫번째인 사람들, 그런 이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는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와도 몹시 닮아 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 무언가 되고 싶은 마음> 중에서
‘아직 미문이라 불리는 인생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은데…….’
그런 걱정에 당황하고 있을 때, 현명한 J가 말한다.
“미문의 인생을 살지 못했다면, 미문부터 모아보자.”
언제나 그렇듯 좋은 생각이었다. 미문을 모으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미문의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미문의 생이라는 것을. 또 운이 좋다면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미문을 i에게 선물해줄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담아보기로 한다.
너에게 줄 미문을.
- <미문의 삶을 선물하고 싶어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