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것은 어떤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파독 간호사’라는 이름 뒤에서 언제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타자의 목소리, 국가의 공식적인 삼인칭 역사에는 기록되지 못한 일인칭의 목소리, ‘국가 발전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명분이 빛날수록 기억되지 않는 그늘 속의 목소리…. 점점 잊히고 사라지는 목소리를 따라가는 이 책은 그 목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마주하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기억되지 않는 이야기는 어디에 남는가?
출판사 리뷰
파독 간호사, 삼인칭의 대문자 역사에 숨겨진
일인칭의 목소리와 이야기들을 복원하는 여정 저자 장보윤은 기록되지 않는 개인의 역사에 관심을 두며, 사라진 과거의 순간과 장소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사진과 글, 영상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시각 예술가다. 그는 이번 신간 『보이스 오버』에서도 ‘파독 간호사’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숨겨진 여러 개인의 역사와 지나간 시공간을 추적했다. 그 여정은 작가가 1970년대 파독 간호사였던 어머님의 앨범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앨범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어머님의 젊은 시절과 숨겨진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 작가는 사진 속의 그녀를 통해 수많은 파독 간호사의 존재에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장보윤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7년간 자신의 어머님을 비롯해 파독 간호사로 살았던 이들의 기록되지 않을 이야기를 글과 사진, 영상 등으로 가시화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보이스 오버』는 이러한 장보윤의 기나긴 여정을 갈무리하는 실험적인 출판물이다. 이 책에는 작업 노트와 일기장, 편지, 신문 기사, 옛날 기념사진, 작가가 촬영한 풍경과 정물 등 여러 종류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한다. 이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며 고민했던 젊은 그녀의 내밀한 속내를 따라가는 한편, 수많은 그녀들이 이주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인 셈이다. 하지만 작가의 시도는 언제나 불가능한 영역과 맞닿아 있고, 그 결과물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공적인 기록이든 사적인 기억이든 그 진술과 증언에는 수많은 소실과 공백, 오류와 왜곡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보윤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라지는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실재와 픽션을 구분하지 않고, 사진 이미지와 언어를 적극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그동안 배제되었던 개인 서사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재구성하는 데 자신을 위치시킨다. 이를 통해 장보윤은 현대사와 연관된 사건이나 인물들을 재조명하면서 그 과정에 수반되는 시각이미지의 픽션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가 등장한다. 파독 간호사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여러 인물들이 각자 자신만의 목소리로 지난 인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사자들을 면밀하게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작가 장보윤의 사유와 고민 또한 하나의 목소리로 더해진다. 게다가 작가는 파독 간호사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제시하면서 독자들이 이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요청한다. 이처럼 『보이스 오버』에서는 당사자와 관찰자 그리고 독자의 목소리가 함께 쌓여갈수록 이미 사라진 시공간의 긴 공백이 점차 조금씩 메워진다. 이는 결국 삼인칭의 대문자 역사에서 언제나 타자화될 수밖에 수많은 일인칭의 목소리들을 저마다 주체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 텍스트는 작업 노트와 일기장, 편지, 신문 기사와 문학작품의 인용문 등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일기 형식의 글에서 화자 ‘나’는 여러 인물의 다양한 과거와 경험을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파독 간호사들이 겪었던 사실과 경험을 기록했지만, 때로는 허구적인 내용도 섞였다. 그러나 허구 역시 있을 만한 혹은 있을 만하나 잊혀진 이야기로서 대안적인 사실이며, 여기서 굳이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난 독일인 남자가 돈 주고 데려온 여자가 아니에요. 난 당신들 나라에 간호사가 부족해서 온 한국인 간호사입니다!’ 그들을 붙잡아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날 저녁, 나는 남편과 정원 테라스에 앉아 언젠가 그들에게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보윤
사진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기억과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현대미술 작가다. 그는 기록되지 않는 개인의 역사에 관심을 두며, 사라진 과거의 순간과 장소를 재구성해 그 대상을 재생하는 여정을 사진과 글, 영상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장보윤은 신간 『보이스 오버』에서 1970년대 파독 간호사였던 가족의 구술을 바탕으로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라는 특정 장소와 사건을 다룬다. 여기서 작가는 배제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재구성하는 데 자신을 위치시키며, 실재와 픽션을 구분하지 않고, 사진이미지와 언어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현대사와 연관된 사건이나 인물들을 재조명하면서 그 과정에 수반되는 시각이미지의 픽션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기록하는 자(der Autor)
인용(Artikel)
픽션 셀(Karte)
어느 이야기(Postkarte)
어머니의 사진 앨범
출입국 기록과 이야기의 시작
아마 장면일 것이다
하모니카 작업 : 그들을 위한 연주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