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과 사고를 모방하며 경계를 흐리는 시대, 스켑틱 44호는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대표적 사고실험 여섯 가지로 다시 묻는다. ‘통 속의 뇌’와 ‘중국어 방’은 AI의 이해 능력과 의미의 조건을, ‘경험 기계’와 ‘트롤리 딜레마’는 쾌락·윤리·판단의 본질을 탐구하며 인간다움의 기준을 되짚는다. ‘죄수의 딜레마’와 ‘무지의 베일’은 초협력과 정의의 기반을 살펴보며 기술 시대의 인간 조건을 폭넓게 조명한다.
포커스 코너에서는 트럼프의 ‘타이레놀 저격’을 단초로 과학의 신뢰가 흔들리는 현실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정치적 선동, 전문가의 불투명한 소통, 과학계 내부의 편향과 조작 사례를 짚으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건전한 회의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저속노화 식단을 둘러싼 육식주의자들의 극단적 반발, 고구려 전쟁사의 배경이 된 기후 변화, AI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정독’의 의미 등 오늘의 사회·과학·인간을 둘러싼 논점을 깊이 있게 담았다.
이 밖에도 교황청 은행의 은밀한 역사, 척추동물의 진화를 이끈 신경능세포의 기원, 흡혈박쥐의 우정과 생존 전략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와 통찰을 소개하며 비판적 사고의 폭을 넓힌다. 기술과 윤리, 과학과 사회, 인간과 세계를 다시 사유하게 하는 지적 자극으로 가득한 한 호다.
출판사 리뷰
▶ 통 속의 뇌, 인간의 뇌
▶ 락기계에 삶을 의탁할 수 있을 때
▶ AI 시대, 창작의 본질을 생각하다
▶ 인간의 협력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무지의 베일을 쓰고 사회를 설계한다면
▶ 정독의 힘
▶ 고구려의 반복된 전쟁에는 이유가 있다
▶ 복지는 어쩌다 새 시대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나
▶ 폭력적인 육식주의자, 온순한 채식주의자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 인간다움의 조건은 무엇인가. 통 속의 뇌와 중국어 방이 묻는 인공지능의 한계. 쾌락 기계와 트롤리 딜레마가 던지는 삶과 윤리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 트럼프는 왜 타이레놀을 저격했나. 흔들리는 과학의 신뢰와 권위, 그 이면의 진실. 저속노화 식단이 불러온 육식주의자들의 분노. 복지는 위기의 순간 왜 가장 먼저 사라지는가. 기후 변화가 고구려의 전쟁을 이끌었나. 은밀한 교황청 은행의 미스터리부터 인간 뇌와 몸의 연결 고리인 신경능세포의 기원까지.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지적 자극으로 가득한 스켑틱 44호.
▼ 커버스토리: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심지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대화를 건네는 시대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과 창작 능력을 모방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통 속의 뇌’부터 ‘무지의 베일’까지 인류 지성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6가지 사고실험을 통해 지능, 윤리, 정의 등 인간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AI는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듯 보인다. AI는 진짜 생각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흉내에 불과한 것인가? 한번 상상해 보라. 당신의 뇌가 몸에서 분리되어 영양액이 든 통 속에 담겨 있다. 컴퓨터가 전기 신호를 보내 당신에게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과학철학자 김효은은 이 기괴한 ‘통 속의 뇌’ 사고실험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AI가 인간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묻는다.
이 질문은 철학자 존 설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으로 이어진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중국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매뉴얼에 따라 완벽한 중국어 답변을 내놓는다면, 그는 중국어를 ‘이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철학자 김재인은 챗GPT가 쏟아내는 유려한 문장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정한 이해’의 조건, 즉 몸과 몸 사이의 ‘공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 없는 가짜 행복과 고통스러운 진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여기, 당신이 원하는 모든 쾌락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경험 기계’가 있다. 이 기계에 접속하면 당신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도,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도 있다. 단, 이 모든 것은 가상이다. 당신이라면 기계에 접속해 평생을 보내겠는가, 아니면 고통과 실패가 기다리는 현실에 남겠는가? 철학자 최훈은 로버트 노직의 사고실험을 통해 묻는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취향과 SNS 속의 편집된 자아에 갇힌 우리는 이미 자발적으로 경험 기계에 접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도 초협력적인 존재가 된 것일까? 경제학자 최정규는 상대가 침묵하든 자백하든 늘 자백이 유리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통해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달자인 우리가 어떻게 그 균형을 깨고 협력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살펴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합리적인 개인은 배신을 택하고 결국 공멸하지만, 우리는 협력하고 살아남았다. 그는 혈연, 평판, 처벌 같은 사회적 장치들이 어떻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협력’이라는 길로 인류를 이끌었는지 진화게임이론으로 풀어낸다.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정의인가? 브레이크 고장 난 전차 앞에서 우리는 선로를 바꿔 1명을 희생시킬 순 있어도, 5명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진 못한다. 결과는 똑같은데 왜 우리의 판단은 달라지는가? 윤리학자 박종준은 이 ‘트롤리 딜레마’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계산과 직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그 고뇌야말로 인공지능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윤리의 본질이 아닐까?
당신의 운명을 전혀 알 수 없다면, 당신은 어떤 사회를 선택하겠는가? 여기, 새로운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단, ‘무지의 베일’을 써야 한다. 이 베일 뒤에서 당신은 자신이 부유할지 가난할지, 건강할지 병약할지,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당신은 어떤 원칙에 동의하겠는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사람에게도 인간다운 삶과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철학자 송하석은 롤스의 사고실험을 통해 공정함이란 단순한 시혜나 자선이 아님을 역설한다. 그것은 나 또한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합의된 든든한 토대다.
▼ 포커스: 국가의 부와 ‘좋은 사회’의 조건“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트럼프의 이 거침없는 주장이 단순한 촌극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이 더 이상 ‘과학적 사실’을 신뢰하지 않으며, 전문가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호 포커스는 흔들리는 과학의 위상을 정조준한다. 트럼프의 타이레놀 저격 사건은 정치적 선동이 과학적 진실을 어떻게 압도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대중의 불신을 탓하기엔 과학계의 과오도 무겁다. 팬데믹 시기, 대중의 눈과 귀가 되었던 ‘셀럽 과학자’들의 불투명한 소통과 정직하지 못한 대응은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나아가 우리는 과학사에 만연한 기만과 데이터 조작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신뢰의 붕괴는 외부의 공격 때문인가, 아니면 내부의 자멸인가. 이번 포커스에서는 과학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내과 전문의 윌리엄 멜러는 정치적 선동이 어떻게 과학을 왜곡하고 공중보건을 위협하는지 고발한다. 이어 심리학자 마이클 번스타인은 전문가들의 불투명한 소통이 낳은 불신을 지적하고, 공공정책학자 앤서니 파울러는 과학계 내부의 편향과 조작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맹신과 냉소를 넘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울 건전한 회의주의를 제안한다.
▼ 폭력적인 육식주의자, 온순한 채식주의자저속노화 신드롬의 주역이자 베스트셀러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저자인 정희원 내과 전문의가 이번 호부터 스켑틱의 주치의로 함께한다. “채소와 통곡물을 더 드세요.” 정희원은 단순당과 정제 곡물, 고기와 유제품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저속 노화 식단’이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과학적 사실을 꾸준히 설파해 왔다. 그런데 의사의 이 지극히 상식적인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선전포고가 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 식단을 권했을 뿐인데, ‘카니보어(육식주의자)’들은 어째서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걸까? 과학의 목소리가 이념의 고함 소리에 묻히는 시대, 정희원의 진단을 살펴보자.
▼ 기후 변화가 고조선의 건국을 이끌었나
고구려의 역사는 피로 얼룩진 전쟁의 연속이다. 서쪽으로는 선비족의 연나라와, 남쪽으로는 백제와 끊임없이 칼을 겨눴다. 왜 그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싸워야 했을까? 단지 영토를 넓히려는 왕들의 야망 때문이었을까? 서울대학교 지리학자 박정재 교수는 고구려의 반복된 전쟁사 이면에 숨겨진 ‘기후’라는 생존의 변수를 추적한다. 저자는 4세기부터 이어진 동아시아의 ‘중세 저온기’에 주목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자 만주와 북중국은 식량난에 허덕였고, 굶주린 북방 유목민들은 살길을 찾아 남쪽으로 쇄도했다. 고국원왕의 전사부터 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 장수왕의 한성 공략까지. 이 끈질긴 전쟁들은 단순한 패권 다툼이 아니라, 차가워진 기후 속에서 식량을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한 고구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었음을 기후 데이터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입증한다.
▼ 정독의 힘
AI가 요약해 주는 시대, 왜 우리는 굳이 ‘정독’해야 할까? 생성형 AI에게 “요약해 줘”라고 명령하면 순식간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다. 효율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한 문장 한 문장 씹어 삼키는 ‘정독’은 미련한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묻는다. AI가 대신 읽고 써주는 동안, 우리의 문해력과 사고력은 안녕한가?
저자는 ‘콘텐츠 소비’로 전락한 읽기의 위기를 진단하며, 정독이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님을 역설한다. 우리의 뇌는 글을 읽을 때 시각뿐 아니라 청각, 운동 영역까지 동원해 텍스트 속 세계를 온몸으로 시뮬레이션한다. 타인의 관점이 되어보는 공감 능력, 행간을 읽어내는 비판적 사고는 오직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나아가 저자는 정독을 효율성의 압박에 저항하는 ‘자기 돌봄’의 의례로 재정의한다. 쏟아지는 알림과 숏폼의 자극 속에서 주체적인 사유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 ‘정독의 힘’이다.
그밖에 《스켑틱》 44호,
-저널리스트 제럴드 포즈너는 ‘은밀한 교황청의 수상한 은행’에서 신성한 바티칸의 이면에 감춰진 검은 돈의 역사를 고발한다. 나치 자금 세탁부터 마피아 연루설까지, 성역 뒤에 숨은 은행의 실체를 파헤치며 교황 독재 구조하에서는 진정한 금융 개혁이 불가능함을 지적한다.
-진화유전학자 이대한은 ‘몸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능세포, 척추동물을 혁신하다’에서 척추동물의 복잡한 신체를 설계한 일등 공신, 신경능세포의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는 유령멍게 연구를 통해 이 혁신적인 세포가 척추동물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공통조상 단계에서부터 이미 그 ‘원형’이 존재했음을 밝혀낸다.
-동물행동학자 리 앨런 듀가킨은 ‘피로 쓴 박쥐들의 우정’에서 흡혈박쥐에 덧씌워진 ‘드라큘라’의 오명을 벗긴다. 굶주린 동료에게 피를 나눠주는 박쥐들의 이타적 행동은 단순한 혈연 본능이 아니라, 서로 털을 다듬어주며 쌓아 올린 끈끈한 ‘우정’과 신뢰에 기반한 생존 전략임을 흥미롭게 증명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스켑틱 협회 편집부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목차
Column
폭력적인 육식주의자, 온순한 채식주의자 - 정희원
과학이 내게 선물한 자유 - 재클린 스타인먼
News & Issues
정독의 힘 - 김성우
은밀한 교황청의 수상한 은행 - 제럴드 포즈너
Cover Story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통 속의 뇌, 인간의 뇌 - 김효은
이해란 인간 몸의 공진이다 - 김재인
쾌락기계에 삶을 의탁할 수 있을 때 - 최훈
인간의 협력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최정규
트롤리 딜레마, 도덕적 존재를 뒤흔들다 - 박종준
무지의 베일을 쓰고 사회를 설계한다면 – 송하석
Theme
고구려의 반복된 전쟁에는 이유가 있다 - 박정재
복지는 어쩌다 새 시대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나 - 오후
Focus 과학의 신뢰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 윌리엄 멜러
전문가를 믿지 않는 사람들 - 마이클 H. 번스타인
과학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제언 - 앤서니 파울러
집중연재
몸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능세포, 척추동물을 혁신하다 - 이대한
통증에 귀 기울이기 - 우충완
Agenda & Articles
피로 쓴 박쥐들의 우정 - 리 앨런 듀가킨
대상을 ‘시계’처럼 정확히 이해하는 길 - 백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