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한 공기업 간부가 날것으로 드러내 보이는 ‘욕망에 찌든 자화상’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진정한 성공, 행복,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반면교사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형, 선배 혹은 상사가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삶의 이야기다.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능력이자 당연한 결과라고 믿었다. 승승장구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삶의 과정에서 필자는 좀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좌절, 인생의 위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닥쳐온 시련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하고 원망하던 어느 날 사막의 별보다도 더 찬란한 한 줄기 빛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은 한 마리 낙타처럼 끌려다니며 살아왔을 뿐이라는 걸 자각한다.
저자의 이야기해외 원전건설을 위해 중동 아부다비 사막에서 근무했다. 사막은 예상보다 더욱 뜨겁고 황량한 곳이었다. 그늘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타들어 가는 태양과 푹푹 빠지는 모래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모래폭풍에 눈조차 뜰 수 없는 사막에서 한 마리 낙타를 보았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짐을 진 채 눈은 젖어 있고 발은 부르터져 있는 낙타는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주인의 손에 이끌려 걷고 또 걷지만, 그의 곁엔 하늘과 모래뿐이다.
직장생활 23년차로 접어드는 시간 동안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짜여진 틀에 맞추어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서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기까지 왔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던 인생은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고, 제법 많은 것을 이뤘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는 살았음에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바빴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은 더욱 커져만 갔고 짊어지는 짐은 더욱 늘어만 갔다. 사막에서 만난 그 낙타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인생에 진정한 사막이 펼쳐졌다. 평생 정상을 향해 오르는 인생을 살아왔던 나는 사막을 만나자 휘청거렸고, 방향을 잃고 흔들리더니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어느덧 굳게 닫혀버린 문 앞에서 후회하고 원망하며 좌절했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모든 길이 막힌 것만 같았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사막을 걷게 되면서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낙타처럼 천천히 걸어야만 함을 깨달았다. 사막의 낙타는 먼 곳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최대한 힘을 아껴가며 걸어가야 끝없는 사막을 건널 수 있다는 걸 낙타는 알기에, 달릴 수 있지만 달리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글은 일반적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 것 같지만 진정한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의 자기 고백이다. 그 부끄럽고 껄끄러운 고백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진정한 위로란 화려하고 거창한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먼저 내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사막을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통은 찾아온다. 그때 기억해야만 할 것은 나만 사막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상처를 보듬고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그곳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이지만 동시에 잠시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오아시스를 만나 쉬어갈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오아시스를 나와 다시 사막을 걸어야만 한다. 지금 걷는 이 사막의 끝엔 또 다른 모습의 사막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기에 사막을 두려워하거나 사막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다. 순간순간 마주치는 고난과 시련에 좌절하고 흔들릴 이유도 없다.
흔들리지 않는 꿈을 꾸기 위해서는, 문이 닫히더라도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인생의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 문이 닫힌다는 건 한편으론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의미이고, 그건 축하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문을 열고 인생 본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잊지 않는 길을 향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 그래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채워 넣는 것,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말하려 하는 것이다.
편집자의 이야기‘인생은 산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등산이 아니라 사막을 건너는 일과 같다.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달리는 낙타는 절대로 사막을 건널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을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돈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회다. 남을 밟아서라도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회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삶을 미친 듯 쫓았던 중년의 한국 남자가 있다.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신이 나름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빨리 승진을 거듭했고, 공기업 간부로서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이 글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앞뒤 잴 것 없이 꼭대기를 향해 달리고 달렸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직장인의 자화상을 통해 삶에서의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며 진정한 성공을 찾는 여정이 그려진다.
‘내가 제일 잘나가! 그건 다 내 탁월한 능력 때문이지!’
모든 위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아부다비 사막의 원전건설 현장에 지원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달리던 필자는 갑작스레 닥쳐든 인생의 위기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 상처를 주었던 많은 사람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그저 주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인 낙타의 운명과 다를 바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절대 고독의 사막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별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기나 한지.’ 또한 숫자로 표시되는 경제적 성취와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면서 남에게 보이는 성공에 매달릴수록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공갈빵처럼 오히려 삶은 공허했음을 절감한다.
행복이 성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오늘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주인의 손에 끌려가는 낙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는 항상 남들이 가진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과 제가 가진 것을 비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지 못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가지려고 했고,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발버둥쳤습니다. 그러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_들어가는 글에서
출입금지란 말은 입구는 있지만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 말은 당연히 출구도 없다는 뜻이다. 일단 사막에 들어오고 나면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내 모습과 어쩐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색 유리병 안의 모래시계에는 내게 허락된 사막의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