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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109호 - 2020.겨울
새얼문화재단 | 부모님 |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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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황해문화> 2020년 겨울호 특집은 한국사회에 내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심각성 정도를 공정성 담론의 파장 속에서 가늠해보고자 한다. 총론과 인국공 사태, 교육 공동화문제, 의사파업, 부동산투자열기 등 네 가지 현상을 통해 문제에 집중해나갈 것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내재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관계성의 실상을 정시하고 생명윤리의 회복에 기초한 새로운 다원평등의 관계성의 경로를 열어가는 모색작업에 해당한다.

  출판사 리뷰

이번 겨울호 특집은 한국사회에 내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심각성 정도를 공정성 담론의 파장 속에서 가늠해보고자 한다. 총론과 인국공 사태, 교육 공동화문제, 의사파업, 부동산투자열기 등 네 가지 현상을 통해 문제에 집중해나갈 것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 내재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관계성의 실상을 정시하고 생명윤리의 회복에 기초한 새로운 다원평등의 관계성의 경로를 열어가는 모색작업에 해당한다.

공정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의

이번 특집은 김정희원 교수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해 왔던 공정성 논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준비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 특집의 총론까지 흔쾌히 감당해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정희원 교수는 「‘공정’의 이데올로기, 문제화를 넘어 대안을 모색할 때」라는 글에서 ‘불안정변동성’ 개념으로 인간의 노동권과 노동 가치가 소멸되는 국면의 이해를 도모한 가운데 한국사회에 만연한 폐쇄담론으로서의 공정성담론이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어떻게 복무하는지를 밝히고 그 대항담론의 형성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공정성 담론은 사회 변화 및 불안정성, 정책 제시 및 입안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급 갈등, 능력주의를 향한 맹목적 신념, 경제적 불평등과 재분배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기저에 놓인 핵심적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러한 공정성담론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적 가치를 논한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지배담론적 위치의 약화를 꾀하고 그 폐쇄성에 갇힌 형평담론의 한계를 통찰하고 대항담론의 형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의’ 담론의 가져오기이다. 이 글은 개별주의적 존재론individualistic ontology은 한국 사회의 분열과 경쟁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이런 존재론적 기반으로는 어떤 사회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비례적 정의와 평등적 정의 모델의 조화’, ‘부와 인정의 재분배’, ‘관계적 존재론: 공존·연대·상생’으로의 소제목들에서 확인되듯이 공정성담론의 허구성에 대항한 정의 담론의 가져오기 전략을 설득력있게 제기하고 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장혜경 정책위원장은 「고용과 노동에서의 공정성,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인국공 사태’를 중심으로 채용과정의 공정성문제가 불거진 정황을 살피고 있다. 이 글은 현 정권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실상은 무기계약직화와 파견·용역의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 전환에 포함시킴으로써 간접고용을 유지하는 가짜 정규직화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일반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 절차는 ‘노·사·전문가협의회’의 자율적 결정에 맡김으로써 노-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글은 현재 한국의 고용·노동체제 자체는 ‘저임금-불안정노동체제’와 ‘노동기본권의 미보장’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문제를 제기한다. 인천공항 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반대, 취업준비생들의 ‘역차별’에 대한 청와대 청원, 보수언론들과 보수여당의 로또취업반대주장 등 모두 채용과정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노동 내의 분할위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공채경쟁이 비정규직의 현장경험경력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의 발로이며, 개인은 그 능력주의 경쟁력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판 21세기 신분제’를 수용하는 주장으로 비판한다. 무엇보다 이 글은 공정성이 사회의 주류담론으로 떠오르게 된 근본 책임이 한국사회를 신자유주의로 재편한 여야정치세력과 저임금-불안정노동체제로 자신의 배를 불린 자본에 있음을 분명히한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에 갇혀 위계화된 노동의 분할구조를 혁파하는 연대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책임 또한 묻고 있다.
오랫동안 인의협활동을 통해 건강정의를 역설해오고 있으며 직접 정책화에 애써온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김창엽 교수는 「공공보건의료와 건강 정의」라는 글에서 이번 의사파업을 계기로 불거진 지역불균형과 지역소멸의 우려 속에서 건강정의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국제규범으로서 건강권 보장의 입지에서 공공의료체계의 재구축문제를 논구한다. 이 글은 의사 파업이 잠잠하던 지역 간 보건의료 격차 문제를 공론장으로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의대생들이 정부가 계획한 ‘지역 의사’ 양성을 반대한다면서 단체 행동을 불사함으로써 지역 의료의 붕괴와 불평등이 사회적 관심사가 된 그 의제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K 방역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지만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거의 전적으로 시장형 체계이며, 일부 정부 조직을 빼면 모두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제 주체이다. 그리하여 공공의료기관까지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보건의료의 미래를 의사 공급을 늘려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이 저항을 불러오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의료와 의학적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보편적 건강권을 요구하며 지역정부와 지역시민사회가 끊임없이 문제를 전국화하는 정치화의 노력 여부에 새로운 공공보건의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이다.
임병구 선생은 「공정성 담론을 넘어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개혁은 가능한가?」에서 한국사회에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인적 자원개발논리로 변모한 경제적 기능주의가 만연한 문제를 제기한다. 평가 위주의 교육정책에 학생도 교사도 모두 경쟁논리만이 살길이 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어느새 인력개발회사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가장 문제적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교육이 경제를 위한 하위 제도로 기능하고 인간이 오로지 쓰임새로만 평가를 받을 때 자본주의 존립 원리로서 공정성은 결국 시장이 결정하게 되고 교사도 학생도 자신의 소중한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과가 바로 오늘 인국공사태나 의사파업의 형평성논리들임을 역설한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인적 자원 혹은 인력개발이라는 경제적 기능주의에 빠지는 문제, 그리하여 함부로 자행되는 등급매기기와 외부의 잣대, 그리고 능력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공정성이라는 이해관계의 잣대가 만드는 불평등구조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개혁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교사들로부터 시작하는 더딘 길이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 등 교육개혁을 향한 교사들의 혁신교육의 열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의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교육의 봄’과 ‘인디고서점’ 등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경로가 그것이다.
이태경 선생의 글 「집값의 딜레마, 필요인가? 욕망인가?」는 한국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요인을 점검하고 공적 환수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 경로임을 역설한다. 이 글은 우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철학의 부재, 부동산 문제를 주거 안정이라는 협애한 시야가 아니라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근본모순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발본적 해결의지를 가지고 대응해나가지 못함으로써 오늘의 부동산 투기과잉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부동산 불로소득이 사적 소유의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최악의 부정의(不正義)임을 주장하고, 부동산 투기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지대추구 행위임을 설명하며, 대한민국이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임을 논증하고, 부동산 공화국 혁파를 위한 원칙과 정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은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공화국 혁파를 위한 지도원칙으로 채택하고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패키지를 제안한다. 토지공개념의 확고한 원칙 아래 보유세 등의 불로소득 환수장치, 토지임대부 주택 등의 투기차단형 공급정책,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정책, 과잉유동성의 적절한 관리 등의 정책들이 그것이다. 이들 정책들이 총체성과 유기성을 이루어 상호작용을 이룰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 글의 입장이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그러나 태극기부대의 궐기라는 사회적 분열양상에서 확인되듯이 한국전쟁 70주년을 한국인 혹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사태로 기억하고 기념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이 미중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한국전쟁을 영화로 재현하고,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으로서 미국에 대한 승리를 구가하는 역사적 전력으로서 기억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그것이 BTS의 수상소감까지 대상화화는 과정에서 중국 대중이 보여준 분개의 흐름들은 한국전쟁을 아시아 근현대사에 맥락화하는 ‘역사의 솔질’은 여전히 어렵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사회는 냉전분단의 고착화 과정에 대해 문제삼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뚜렷한 인식의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 각 계급계층과 세대 간 인식의 분열은 대다수 사람들이 냉전이데올로기에 침윤되어 온 결과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식민과 냉전의 중첩된 모순에 전지구화의 모순이 다시 겹쳐지면서 냉전적 신체에 각인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에서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일국적 해결도 불가능하지만 더이상 한민족의 지상과제가 아니라 한반도 내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는 물론 숱한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의 경제주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는 가운데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물론 21세기 오늘 한국전쟁을 둘러싸고 한반도와 그 너머까지에서 국가단위는 물론 민족주의의 충돌양상으로 대중사회가 갈등국면이 조성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것은 겉으로는 민족주의의 경합 양상을 띠지만 실은 아래로부터의 복수성 정치들이 국경을 가로질러 수행되는 경관이자 그 전환적 계기가 만들어지는 초동과정으로도 볼 수도 있다. 냉전시대 아시아적 분단의 격절상태가 아니라 한류와 같은 아시아 역내 문화교통이 일상화되면서 아시아민들이 상호 역사경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지역적 정체성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초기 각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참에 한국전쟁의 각이한 수행주체들의 역사경험의 전현 속에서 그 아시아적 파장의 의미를 새기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다른 경로, 문제의 지역화를 통한 평화경로의 공동모색이라는 주체적 선택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또한 전태일열사 분신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전태일열사 50주기 기념 행사들이 봄부터 다양하게 열리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하에서도 전태일 3법조차 아직 쟁취하지 못한 채 방역 위협 속에서 노동자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서 “전태일 3법 쟁취, 노동법 개악 저지 및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해고 금지와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철폐, 농민 기본법 제정 등 민중 생존권 쟁취 등”을 촉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전태일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정체화의 곤경이 수많은 전태일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전태일을 기리는 노동자민중과 이른바 사회운동세력 내부에서조차도 전태일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풀빵장수 전태일 논쟁에서 나타나듯이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기업가정신이 고스란히 관철되어 있는 분열적 위계양상이라는 점에서 민망하기 짝이 없는 심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쟁론의 대두 자체는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조직단위들이 기업가논리에 침윤되고 조합주의로 일관함으로써 노동자 내부의 계급적 위계화 문제를 외면함으로써 그 정치적 지도적 권위를 잃고 더욱 가파르게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동의 상태를 광범위한 계급전선의 설치로 해결해나지 못하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다른 한편 그것은 오늘의 전태일들이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와 코로나 사태라는 지구적 재난이 양산해낸 ‘필수노동자’들의 절박한 굴기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전태일들의 다양한 분화 형상들로서, 전태일정신 본연의 계급적 저항성을 견지하되 다양한 계급적 존재양태에 따른 새로운 주체화의 문제로써 그 저항정신의 21세기적 구성을 이루어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음을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도저한 역사적 사태들이 귀환하는 오늘의 중첩된 시간성 때문일까. 이번호에서는 역시 이와 관련된 중요한 비평글들이 잘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우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왜 번번이 무산되어왔나?」의 글을 통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전시작전권 환수의 어려운 문제의 성찰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전작권 문제는 ‘세계 12위의 경제력과 6위의 군사력을 갖췄다’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이 글은 전작권 전환의 계기들이 파열하는 국면들을 투사한다. 전작권 회수를 각기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간이 아닌 조건의 문제로 돌려놓음으로써 평화한반도의 전도를 가로막은 육군 수뇌들과 지난 정권들의 음흉한 면면과 한국정부의 전작권 전환 연기 요구를 미사일방어체제MD 강화의 기회로 삼은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횡포 등 안팎의 통치논리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전작권을 회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다는 자주적 입장을 역설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최소화와 남북정상들이 합의한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중차대한 결단의 시간에 우리는 서있다는 것이다.
최성용은 「‘정의연 사태’의 중층적 성격과 운동들」을 통해 정의연 사태의 다면적 성격과 그에 함축된 쟁점들을 진영 담론과 양당제가 지배적인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제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사람들의 입지에서 논파한다. 필자가 진영담론으로 환원되는 ‘정의연’사태의 파장을 어떤 피로감과 박탈감의 자각 속에서 주변적 정위(定位)와 중층적 시선으로 짚어내는 서사화전략을 취하는 것, 그리고 위안부문제를 정의연사태에 갇히지 않고 한일 간의 불행한 관계가 재현되는 역사적 구조, 식민-냉전-전지구화가 중첩된 아시아적 관계맥락 속에서 해명하려는 탈경계적 연루의 체감은 청년세대들이 새로운 주체화의 도정으로 좀더 박진해나갈 시점의 도래를 고지해준다.
한편 본지의 김명인 주간은 오랜만에 문학비평가라는 본업에 충실한 글을 썼다. 「여자들이 온다-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국소설」이 그것이다. 이 글은 199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어떤 집단의 신화에도 의지하지 않는 진정한 개인주체 서사의 시대의 도래를 갈망하며 한국소설의 행방을 집요하게 추적해내고 있다.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시스템’에 대한 질긴 저항의 동력으로서의 ‘마음’이라는 새로운 정동을 체현해낸 김애란·김금희·황정은의 소설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들 이후, 촛불혁명의 경험과 강남역 살인사건의 충격을 체현한 80년대생 여성작가들이 등장하는 것은 문학사적 사건으로서 이들은 한국사회의 요동치는 젠더지형에 몸을 싣고 훨씬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여성주체성을 구현해 나가는 창작을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와 변별된다고 할 수 있다. 강화길, 김세희, 박민정, 최은영, 최진영을 비롯한 많은 여성작가들은 21세기 한국소설이 다시 만난 ‘문제적 개인’들로서 이들은 자기 존재의 존엄과 자율을 위해 적대적 세계를 향해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과감한 싸움을 수행해나가는 와중이라는 것이다. 김명인은 ‘그 여자들’의 젠더소설들이 목하 한국문학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고 그로써 한국문학의 오랜 구원인 ‘해방의 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이번에 게재된 문화평론 문학 특집은 노동문학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금할 길 없다. 오길영 교수의 「노동과 생활」, 박수연 교수의 「노동시의 확장」, 박형준 평론가의 「불가능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은 오늘의 노동문학이 신자유주의 축적체제 하에서 어떻게든 생존을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는 노동하는 신체들의 엄연한 실존을 끈질기게 재현해내며 그저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문학 본연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가시화하고 있음을 인증해주고 있다.

신영복선생은 존재론에 기초한 서구사상이 폭력적 근대를 지탱해왔다는 점에서 동양사상, 특히 중국고전사상에 담지된 관계론을 정치경제학과 접목하여 독특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관계론이라는 사상체계를 이루었다. 중국의 제자백가 사상과 시·서·역의 경서를 재해석하여 사상적 토대로 삼은 것은 물론 중국 시가들과 사상사의 주요 맥락들이 현대에 소환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작동하는 과정까지 통찰하면서 새로운 관계론적 인간학을 제출한 것이다. 선생은 줄곧 역사읽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그것은 사상의 진보성과 민주성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사상의 혼재와 충돌, 그 속에서 어떤 것을 호출하고 어떤 독법으로 읽을 것인가를 늘 고심했던 것이다. 유가의 인간학과 노장의 무위자연의 사상을 절합하여 관계론 사상을 건구하는 과정도 그러했지만 노자(老子)의 무위(無爲)와 장자(莊子)의 탈정(脫井)에 대해 특유의 독법(讀法)으로 읽어낼 때도 역사적 현실에 기초한 실천적 함의를 건져내기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 역병의 창궐이라는 지구화의 파멸을 예견했을까. 노장(老莊)의 독법이 중요함을 역설한 가운데 선생이 그로부터 가져온 무위(無爲)와 탈정(脫井)의 시좌는 지구의 자전(自轉)의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인류세/지구세 담론의 원형과도 같이 오늘의 코로나 사태로 전현된 지구적 위기에 대한 명징한 분석과 해결의 대안담론으로서 손색이 없다.

신자유주의시대에 이르러 교육은 인적 자본을 만드는 경제행위가 되고 부모는 자식에게 인적자본을 전달하는 효율적 경제주체가 되는 경제적 합리화가 결혼이라는 현상과 결혼생활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 하에서는 경제행위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된 인간노동자가 노동을 자본화하여 스스로 기업가로서 경쟁하고 있는 목표들을 위해 부족한 자원들의 스스로 분배하고 투자해야 하는 ‘인간 행위의 전부’가 된다. 그런 점에서 공정성이란 경제적 합리성 혹은 효율성의 다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공정성을 가치척도로 하여 자기이해만을 관철하는 능력주의가 발동할 때 노동의 불평등한 위계는 재생산되고 그로서 차별과 배제가 만연하고 사회는 끝없는 분열의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은 지구의 자연성이 강제한 성찰의 시간, 지구의 시간이 다시 흐르는 징후일 수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역병과 기후변화의 공포,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다시 인적 자본이 아닌 사람들의 가치생산으로서의 노동과 그것이 맺는 관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가 필요노동자들을 양산했다면 그 경계 바깥의 노동이 개별기업가의 이윤의 확대재생산 논리가 아니라 실존적 항거에 나서고 있듯이 세계 곳곳에서 어떤 대안적 사유와 저항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면 그 동력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물은 아래로 흐르며 선후를 다투지 않는고로 지체하지 않고 잘 달리는 것(水下流不爭先, 故疾而不遲, 『淮南子』)’ 이라 하였다. 자기를 낮추고 함께 동행하기, 지구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공거를 구도하는 실천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목차

권두언
공정성 담론과 지구적 공거(共居)의 윤리 | 백원담 02

특집
‘공정’의 이데올로기, 문제화를 넘어 대안을 모색할 때 | 김정희원 24
고용과 노동에서의 공정성, 어떻게 볼 것인가? | 장혜경 44
-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를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와 건강 정의 | 김창엽 62
공정성 담론을 넘어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개혁은 가능한가? | 임병구 80
집값의 딜레마, 필요인가? 욕망인가? | 이태경 100
- 토지공개념에 기초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환수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열쇠

포토에세이
2020년의 또 다른 전태일, 이주노동자 | 변백선 118

창작
시 | 노혜경·김소연·민구·하기정·이원석·이유운 131

비평
여자들이 온다 | 김명인 164
-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국소설
‘정의연 사태’의 중층적 성격과 운동의 질문들 | 최성용 193
전시작전권 환수는 왜 번번이 무산되어왔나? | 정욱식 219

문화비평
문학 | 특집 - 이 시대의 노동문학
노동과 생활 | 오길영 237
- 이수경 『자연사박물관』과 하명희 『불편한 온도』
노동시의 상상력이 도달하는 곳| 박수연 251
- 백무산과 이철산의 시를 중심으로
불가능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 박형준 259

광고 정책과 시민의 권익 | 김서중 270
평화와 평등을 노래하다, 손병휘 《R!》 | 나도원 278
- 손병휘의 정직한 포크와 ‘허클베리 핀’의 은유하는 모던록이 만나면
그린 뉴딜과 엇나가는 한국판 지역균형 뉴딜 | 이희환 285
강철 새잎의 풍경들 | 김종길 295
- 이돈순의 못의 회화, 생동하는 불꽃의 미학
삐거덕거리면서도 함께 살아간다 | 한상정 310
- 박소림의 『좀비 마더』, 보리
임신중지 비범죄화, 처벌이 자리하던 곳에 권리의 장을 연결하는 일 | 나영 318
《테넷》그리고 ‘코로나19’ 시대의 숨 막히는 영화와 현실 | 김지미 327

테마서평
역사부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윤세병 336
-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강성현/푸른역사/2020
- 『반反대를 論하다-‘반일종족주의’의 역사부정을 넘어』/정혜경 외/도서출판 선인/2019
- 『《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전강수/한겨레출판/2020
-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우석대 동아시아평화연구소 기획/푸른역사/2020

서평
괴물 철학자의 변신 과정을 추적하는 명민한 시선 | 성기현 350
푸코 사상과 현장의 거리 좁히기 | 황재민 358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반격 |장진범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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