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가족과 연인 말고, 때로 ‘혼자’의 시간에 빠져들 필요가 있다
고독마저 기꺼이 즐기고픈,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나는 시간
호젓한 동네 산책과 빵 만들기, 반려견과의 애틋한 시간, 나만의 해시태그 탐험…
정재혁 작가가 전하는 프로페셔널 거리 두기 일상
인생에는 강요가 아닌 선택에 의한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5년째 충만한 집콕 생활을 하고 있는 정재혁 작가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불청객을 맞닥뜨렸고, 본의 아니게 ‘잠시 멈춤’과 ‘거리 두기’의 일상을 반복해야 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요일별로 줄을 서는 일을 비롯해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QR 체크인, 9시면 문 닫는 식당과 띄어 앉는 극장 혹은 종교 시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나라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여행은 지난 추억 속에 나뒹굴었다. 그런데 변해버린 지구 환경을 살며 계속 당황하고 우울해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이미 5년 전부터 능동적으로 비대면 집콕 생활을 실천해온 정재혁 작가는 그만의 노하우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법에 대해 차분히 귀띔한다. 동네 산책과 빵 만들기, 반려견과의 놀이, 해시태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즐길거리 찾기 등 다소 사소한 실천들이지만, 약간의 주의와 관찰만 곁들인다면 제법 새로운 모험과 도전, 어깨가 들썩이는 항해와 발견이 될 수 있다.
영화 전문지 《씨네21》과 여행지 《AB-ROAD》, 남성지 《GEEK》, 패션지 《VOGUE Korea》 등에서 10여 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정재혁 작가는 5년 전 뜻밖의 병원 신세를 지면서 직장을 관두고 집에 머물러야 했다. 치료를 반복하며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순간에는 당혹스럽고 열패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멈춰 지낼 수만은 없었다. 불가능할 줄 알았건만 다시 크고 작은 매체에 글을 쓰고, 낯설기만 했던 동네 산책에 나서고,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해시태그의 도움을 얻어 온라인 공연 관람에 심취하기도 하면서 그는 서서히 혼자만의 일상을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도 얻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는가 하면 《미스터 트롯》에 심취한 어머니와 서먹했던 이웃의 존재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멈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이지만, 결코 물러서는 걸음이 아니었다. 어느새 정재혁 작가는 코로나 탓에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이들에게 자신이 먼저 겪어 익숙한 ‘비대면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멈춤’을 통해 알게 된 고마운 일상과 의미들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언제나 가족과 연인, 그리고 떠들썩한 모임을 찾게 마련인 우리에게 혼자 지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홈트레이닝과 랜선 술자리, 홈터파크 등의 트렌드는 일시적 위안일 뿐이다. 정재혁 작가는 그 역시 ‘멈춤’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외로웠으며,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겪고 느끼고 관찰해서 깨달았던 작가의 일상은 답답하기만 한 코로나 시절을 힘겹게 통과하는 우리에게 반가운 힌트를 제공한다.
내 일상에 ‘오프’ 스위치를 켠 채, 책을 펼치고 청소를 하고 넷플릭스를 골라 보거나 옷장 정리를 하는 모든 시간 속에서 집은 색다른 모험 공간이 될 수 있다. 익숙지 않은 동네 너머 카페를 찾고, 노선이 바뀐 버스에 선뜻 올라타거나 후미진 예술 전용 극장을 찾는 일만으로도 일상의 도전은 계속된다. 해시태그를 통해 온라인 세계에서 항해를 즐기고, 새삼스레 가족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뭉클한 발견도 우리는 ‘혼자’ 즐겁게 해낼 수 있다.
정재혁 작가는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에 담긴 에피소드 31편을 통해 ‘마주 오는 누군가를 피해 걷고, 주위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자신이 직장 생활을 했던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와 성장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는 그의 고백이 여전히 코로나 시절을 감당해내야 하는 우리에게 뜻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에는 《바자》와 《싱글즈》 등 여러 잡지에 게재되었던 정재혁 작가의 흥미로운 칼럼들도 함께 실었다. 표지 그림은 에드워드 호퍼의 《Room by Sae》로, 정재혁 작가의 기호와 책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다.
잠시 멈춤과 거리 두기의 계절을 슬기롭게 지나는 법 가족과 연인이 소중한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정작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부대끼는 동안 깨닫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을 쓴 정재혁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10여 년 동안 트렌디한 잡지에서 글 잘 쓰는 기자로 손꼽히던 그는 직장에 다니며 홀로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은 일에 파묻혀 ‘혼자’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인천 본가로 들어가 살면서 그는 소위 ‘비대면 집콕 생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혼자’만의 일상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회복하지 못한 아픔이 여전히 그를 감싸고는 있지만, 별것 아닌 듯했던 집 청소와 옷 정리, 독서, 동네 산책, 버스 타기, 넷플릭스와 유튜브 검색 등이 그에게 새로운 일상의 모험을 선물했다. 그는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집과 동네와 친구와 가족과… 자기 자신을 만났다.
어느덧 정재혁 작가는 코로나 시절의 ‘거리 두기’와 ‘잠시 멈춤’이 익숙하다고 얘기한다. 많은 이가 낯설다던 코로나의 일상을 왜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던 그는 약간의 실수와 오해를 했던 자기반성까지 허물없이 내비치며, 때로 분명히 즐겁고 의미 있던 ‘혼자’의 시간들에 대해 고백한다. ‘멈춤’이라는 단어가 초라하고 외롭게 울리기도 하지만, 정재혁 작가처럼 ‘자신’에게 잘 멈춰 선다면 분명히 만족스러운 한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귀띔에 귀 기울인다면 우리도 프롤로그에 담긴 작가의 웃음소리처럼 ‘잠시 멈춤’의 계절을 웃음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혼자’인 것이 불편하고 답답한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베테랑 거리 두기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아닌 코로나가 찾아왔던 지난 봄. 하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절은 일상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만남이 제한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21세기 우리는 와이파이 망 안에도 살고 있다. #를 붙여가며 별 탈 없이 어제와 오늘이 지속된다. 집에서 라이브, 집에서 영화, 집에서 스포츠, 심지어 술자리…. 디지털, 웹의 역사도 반 세기를 향하고 있으니 니름의 역사가 쌓일 만도 하다. 사람은 참 뭘 하지 못해 안달난 존재다.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일본의 SF 소설가 오가와 사토시는 “코로나는 인류 최대의 즐거움 중 하나인 ‘집회’를 앗아가버렸다”고 성을 냈는데, 지금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만남으로 가득하다. 나조차 #에 접속해 라이브 공연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고, 심지어 몇 달 전에는 처음으로 랜선 인터뷰까지 했으니, 인간은 웬만해선 어떤 상황에서든 무언가를 하려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정전이 되면 우린 오래전부터 촛불을 찾곤 했다.
― 51~52쪽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시간표’ 중에서
나는 10여 년 동안 직장을 출퇴근하며 생활하다가 갑작스레 병원 신세를 졌고, 이후 홀로 생활한 지 5년째 흘러가고 있다. 매일이 매일 같은, 요일도 계절도 잃어버린 철저히 혼자인 외딴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렀다. ‘잠시 멈춤’이라 하기엔 장대한 날들이었고, 거리를 두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멀어져갔다. 아는 사람은 알던 사람이 되었으며, 친구란 어감의 온기도 싸늘하게 식어만 갔다.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사실 진짜 의미의 ‘혼자’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잠시 멈춤, 그 후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
‘멈춤’이라는 말은 초라하고 외롭게 울리는 말이지만, 나는 요즘 종종 ‘나’에게 멈춰 본다. 혼자가 된다는 건 뉴스에서도, 잡지에서도 시끄럽게 떠드는 키워드가 되어버렸지만, 내게만 그려지는 혼자를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이후 회사도 다니지 않는 내게 유일한 수확이 있었다면, 그건 나라는 이름의 혼자, 그곳에 펼쳐지는 내일을 향한 작은 설렘과 바람 같은 것이었다. ‘멈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지만 결코 물러서는 걸음이 아니다. 나는 이제야 그 머무름의 내일을 알 것만 같다.
― ‘프롤로그: 잠시 멈춤, 그 후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