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두 가지 테마로 살피는 강남의 로컬리티《아는동네》는 우리 주변 익숙한 동네의 삶과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는 매거진입니다. 그동안 서울의 연남동, 을지로, 이태원, 성수 등 강북 일대의 여러 지역의 로컬리티를 두루 살핀 《아는동네》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과 인천 원도심 지역을 거쳐 이제 드디어 ‘강남’을 이야기합니다. 편집부는 그중에서도 ‘강남구’를 중심으로 하여 넓은 권역에 걸쳐 나타나는 강남의 다양한 특성을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아는강남》의 경우 이 지역을 이해하는 시작점으로 특별히 두 가지의 테마를 제시합니다.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이르는 오피스타운 일대는 '워커스 랜드(Worker's Land)', 트렌드세터들의 집결지로 불리는 신사, 압구정, 청담동 일대는 '디자이어링 원더랜드(Desiring Wonderland)'. 강남 일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두 가지의 테마 중 본인에게 좀 더 흥미로운 쪽을 먼저 선택하여 강남의 다양한 면면을 살피는 재미가 있습니다.
워커스 랜드(Worker's Land)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4㎞가량을 잇는 테헤란로 일대는 IT산업을 비롯해 금융·건설·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밀집한 오피스타운의 거점입니다. 빽빽하게 밀집한 빌딩 숲의 풍경은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이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생(完生)을 꿈꾸는 강남의 미생(未生)들이 얼마나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옥 같은 출근길을 뚫기 위한 각양각색 비법부터, 점심 메뉴 고민을 해결해줄 맛집 리스트, 나른한 오후를 이겨내기 위한 커피를 좀 더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꿀팁, 더 나은 인생을 위한 퇴근 후 자기계발 방법까지. 워커스 랜드(Worker's Land) 파트를 통해 테헤란로 일대에서 제대로 먹고, 일하고, 즐기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봅니다.
디자이어링 원더랜드(Desiring Wonderland)청담동, 신사동, 압구정 지역은 소비형 인간의 최전선에 있는 ‘트렌드 세터’의 도시입니다. 신사동은 가로수길에 이어 세로수길, 나로수길로 확장되며 MZ세대를 유혹하는 편집숍이 자리해 있고, 청담동에는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와 고급 다이닝이 즐비합니다. 이에 질세라 도산공원 주변 지역은 한 차원 더 높은 프리미엄 문화를 추구하며 감각적인 쇼룸이 연일 새롭게 문을 엽니다. 새로운 욕망을 샘솟게 하고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며 참을 수 없는 자극으로 유혹하는 지역. 이것이야말로 강남이라는 지역이 지닌 독보적인 정체성일지도 모릅니다.
디자이어링 원더랜드(Desiring Wonderland) 파트에서는 신선한 경험으로 오감을 일깨우는 디자인 숍과 다이닝을 소개하는 동시에 부동산, 자동차, 건축물을 통해 강남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을 면밀히 짚어봅니다.
이처럼 생산과 노동, 소비와 욕망으로 뚜렷하게 대비된 명암은 강남을 강남답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 지역을 설명하는 12가지 키워드는 강남을 움직이는 사람,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간, 공간이 모여 쌓인 강남의 로컬리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또한, 3편의 도시변태는 강남 지역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콘텐츠입니다. 골목길 경제학자가 바라본 강남 로컬리티의 현주소부터, 도슨트 투어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듯한 강남 로컬 여행법 이야기, 인간의 욕망과 시대 문화로 빚어낸 강남의 건축사까지 두루두루 담았습니다.
'탈강남'이라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아는동네》는 오히려 지금 강남을 이야기합니다. 《아는강남》이 강남의 현재를 다각도로 보여주는 프리즘이자, 강남만의 로컬리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변화의 자양분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짙은 명암의 도시, 강남《아는동네》가 일곱 번째로 조명하는 지역은 ‘강남’이다. 600년 넘게 점진적으로 발달한 강북과 다르게 강남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개발되기 시작한 ‘신도시’다. 한강 이남 지역은 개발 당시 효율을 앞세워 계획적으로 설계됐다. 그 덕분에 가로·세로 500~800m가 넘는 정사각 대지를 중심으로 폭 50m가 넘는 간선도로가 빙 둘러싼 ‘슈퍼블록’이 일관적이고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의 도시 구조를 지니게 됐다. 바둑판식으로 구획된 대로를 따라 인프라도 빠르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일 98만 명이 넘는 이들이 강남역을 오가며, 하루 8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외부에서 강남으로 물밀듯이 들어온다.
미디어에서는 주로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구, 송파구를 한데 묶어 ‘강남 3구’로 통칭한다. 《아는동네》 편집부는 그중에서도 넓은 권역에 걸쳐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을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자 ‘강남구’를 중심적으로 다루며, 이 지역을 이해하는 시작점으로 두 가지의 테마를 제시한다. 먼저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이르는 오피스타운 일대를 ‘워커스 랜드(Worker's Land)’로 명명하고, 트렌드세터들의 집결지로 불리는 청담동, 신사동, 압구정 일대는 ‘디자이어링 원더랜드(Desiring Wonderland)’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하나의 단어로 귀결지어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의 테마는 오히려 강남이 지닌 수많은 층위 중 편집부가 주목하는 일면에 가깝다.
욕망을 연료로 삼은 생산과 소비의 도시앞서 언급한 두 지역은 동네의 분위기, 방문하는 이들의 성향도 모두 다르나 인간의 욕망을 연료로 삼아 끝없이 확장해 왔다는 특징을 지닌다. 먼저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4㎞가량을 잇는 10차선 도로인 테헤란로는 IT산업을 비롯해 금융·건설·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자리해 있어 오피스타운의 거점으로 불린다. 교통이 편리해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이로 인해 보다 많은 기업이 모인다. 강남에서의 출퇴근이 전쟁일 수밖에 없다. 지옥의 출근길을 뚫고 오전 업무를 마친 이들은 감칠맛 나는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커피로 나른한 오후를 견딘다. 달콤한 퇴근도 잠시 미뤄둔 채 더 나은 인생을 꿈꾸며 주경야독을 무릅쓴다. 특히 강남역 주변은 ‘직장인들의 대치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낮으로 수십만 명의 화이트칼라가 일하고 배우며 머무르는 도시, 바야흐로 강남은 노동과 생산의 도시다.
한편 청담동, 신사동, 압구정 지역은 소비형 인간의 최전선에 있는 ‘트렌드세터’의 도시다. 신사동은 가로수길에 이어 세로수길, 나로수길로 확장되며 MZ세대를 유혹하는 편집숍이 자리해 있고, 청담동은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와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도산공원 주변 지역은 한 차원 높은 프리미엄 문화를 추구하며 감각적인 쇼룸이 연일 문을 연다. 새로운 욕망을 샘솟게 하고,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곳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대해 박길룡 교수는 “잔뜩 멋을 들인 건축물이지만 과장된 화장(化粧)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은 압구정역 주변을 성형외과, 피트니스, 미용실, 스튜디오 등 치장과 관련한 거대한 메카로 만들기도 했다. 소비와 욕망은 강남이라는 도시의 뼈대이자 이 지역이 단기간에 이처럼 급속도로 팽창할 수 있던 이유다.
강남 로컬리티를 묻다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된 도시 구조 덕분에 강남은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빠르게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와 맞물려 개발된 강남의 토지는 집중적인 투기의 대상이 됐고 강남 개발 열풍에 많은 자본이 모였으며, 이는 곧 많은 사람이 이곳에 끊임없이 모여드는 원동력이 됐다. 최첨단의 메가 트렌드가 소비되는 지역, 대기업과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치열한 생존의 요람, 교육과 의료 등 생활 소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리한 도시.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한 채 강남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한때 뷰티와 패션 산업의 메카로 화려한 위상을 거머쥐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탈강남’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YG, JYP, 빅히트 등 강남에 집적했던 K팝 기획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모종린 교수는 “현재 강남의 상황은 할리우드와 같다”고 말한다. 1990년대 오렌지족과 강남스타일 등 세련된 지역 문화를 내세우며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선도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에 머물러 있는 대신 강남만의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도전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우리는 공교롭게도 지금 강남을 말한다. 모든 도시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나 생산과 노동, 소비와 욕망으로 뚜렷하게 대비된 명암은 강남을 강남답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이다. 도시의 면면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기사를 통해 변화의 물결에 직면한 강남의 현재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밤이 지나면 새벽이 찾아오듯, 머지않아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강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