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삶과 죽음을 잇는 공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쉰네 레아가 글을 쓰고 스티안 홀레가 그림을 그린 『너와 내가』는 아이 내면의 두려움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화자는 자신과 남동생을 키운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머지않아 세상을 뜨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두려워한다. 이 그림책은 그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요소요소에 적절히 배치된 상징과 환상적인 삽화를 통해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형상화하였다.
사실적이면서 환상적인 스티안 홀레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진한 여운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도 이 독특한 그림책의 매력이다.
많은 페이지에 비해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어촌에 외따로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녀, 손자가 노를 저어 바다에 나갔다가 귀가하는 하루 여정이다. 오누이가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이유, 아빠와 엄마에 대한 말은 단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오로지 둘만 남겨질 이 오누이에 대한 독자의 마음이 더 애틋하다.
할아버지는 체력이 약하고 기력이 쇠했다. 노를 저어 집에 돌아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소녀가 노를 잡아야 하고 무사히 집까지 돌아가야 한다. 두려움과 싸우면서 소녀를 노를 젓는다. 지쳐 잠이 든 할아버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아직 철이 없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녀는 계속해서 노를 젓는다. 이 노를 젓는 힘든 과정이 소녀에게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배 한 척, 어두운 바닷속으로부터 불쑥 머리를 내밀고 있는 괴물들, 비바람 속에서도 노를 꽉 붙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 스티안 홀레의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삽화들은 이 과정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를 생생하게 시각화하면서 글과 그림이 긴밀하게 교류하는 공간을 창조하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번지는 까닭은 주인공 소녀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더 성숙했다는 것을 독자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외, 고독 그리고 공포와 같은 주제는 존재론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어린이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벅차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는 판타지의 도움을 받아 소외, 고독, 공포뿐만 아니라 죽음과 같은 존재론적인 문제에 대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브루노 베텔하임을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이론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소녀의 이야기 『너와 내가』는 어린이는 물론 100세까지의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다.
너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데 말이야. 내가 동생에게 소리친다.
그래서? 동생이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런데 그 친구는 너랑 마음이 잘 통하고 절대로 헤어지기 싫은 친구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
동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바다 저편으로 이사를 가.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너는 잘 가라는 말도 전할 틈이 없어.
나는 잘 가라는 말 같은 건 안 할 거야. 또 만날 건데, 뭐. 동생이 토를 단다.
그렇지만 바다는 넓고, 너는 어리고, 너의 배는 너무 작아. 내가 말을 잇는다.
너를 친구네 집으로 데려다줄 페리호도 큰 배도 없어.
그리고 겨울이 와 바다가 얼었고, 얼음이 얇아 네 몸무게를 지탱해 주지 못해.
안 돼! 동생이 불쑥 이렇게 말한다.
뭐가 안 돼? 내가 묻는다.
나는 친구랑 헤어지기 싫거든. 그러니까 안 돼. 동생이 말한다.
이제 뭐가 보이니? 할아버지가 묻는다.
다른 섬이 하나 보여요.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노를 힘차게 젓는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다시 묻는다.
또 다른 섬이 보여요.
네가 노를 젓고 있는 동안 섬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거야.
친구들 또한 그렇단다.
할아버지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