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래의 고전 시리즈 29권. 2001년 출간되어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장편동화 <양파의 왕따 일기>의 작가 문선이가 한층 심각해진 왕따 문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양파의 왕따 일기>가 여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민이는 왕따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동조자, 방관자의 위치를 오가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심리와 고민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주변의 친구들과 부모와 교사의 입장에서도 왕따 문제를 헤아리며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5학년을 맞아 새로 전학을 온 수민이는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새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반짱 민석이와 어울리게 되고 얼떨결에 ‘이구동성파’에 합류하게 된다.
왕따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수민이는 자신의 행운을 만끽하지만, 이구동성파를 주축으로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대현이를 지켜보면서 가슴 한구석에 불안과 불편을 느낀다. 결국 심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대현이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수민이가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출판사 리뷰
『양파의 왕따 일기』의 작가 문선이의 신작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 한층 심각해진 왕따 문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그리다
1963년 5월, 13세 소년이 학우들이 마실 물을 끓이던 솥에 청소용 양잿물을 탔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이 물을 그대로 마셨다면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또한 1972년에는 6학년 학생이 자기 반 교실에 불을 지르는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은 당시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는데 사건의 이면에는 사건을 저지른 학생이 학우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처럼 왕따 문제는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우리 교육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독버섯 같은 존재다. 하지만 굳이 어제오늘의 뉴스를 언급하지 않아도 최근의 왕따 문제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며 파급력도 사회 전반을 뒤흔들 정도로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여 더욱 위협적이다.
2001년 출간되어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장편동화 『양파의 왕따 일기』를 통해 문선이 작가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가장 명확하게 직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수많은 학교와 강연회를 다니며 아이들과 교사, 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을 만나 왔다. 그러던 중 작가는 강연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에는 학생들이 왕따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할 때 어느 정도 담담함을 유지했던 반면, 약 4년 전부터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훔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깊어졌음을 체감한 문선이 작가는 그 깊이만큼 더욱 적나라한 왕따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과 사회에 필요함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과 교육 현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왕따 문제의 현주소를 알아야 해결과 예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선이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이러한 의도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양파의 왕따 일기』가 여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전문 교육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왕따가 주로 친한 무리 안에서 시작되는 반면, 남학생들은 뚜렷한 동기 없이 이루어지며 폭력과 욕설 등 직접적인 방법이 동원되어 위험성이 더욱 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우리로 하여금 더욱 심각해진 왕따 문제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도우며 해결과 예방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 『우정의 규칙』, 『나는 진짜 나일까』, 『내 친구는 외계인』 등 왕따 문제를 다룬 동화를 꾸준히 펴내며 독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앞장서 온 푸른책들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가치와 매력을 더욱 각별하게 만들고 있다.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 동조자와 방관자에서 탈출해 ‘예방자’가 되는 이야기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수민이는 전학을 오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을 꿈꾼다. 그리고 반짱 민석이와 어울리고 ‘이구동성파’에 합류하면서 그 바람은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반에서 왕따를 당하던 대현이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하고 입원을 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민이는 대현이를 대신해 왕따를 당한다. 과연 수민이는 무사히 왕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동안 왕따 문제를 다룬 동화들은 주로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괴로운 심정이나 왕따를 극복하는 과정 등 주로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려 왔다. 하지만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의 수민이는 왕따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동조자, 방관자의 위치를 오가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심리와 고민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주변의 친구들과 부모와 교사의 입장에서도 왕따 문제를 헤아리며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핀란드가 자랑하는 왕따 예방 제도 ‘키바 코울루’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왕따 역할극’이 이와 유사하다. 학생들은 연극 안에서 왕따 피해자와 가해자, 가담자와 방관자가 되어 봄으로써 올바른 인성과 배려의 밑거름을 다진다. 그런 의미에서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왕따 역할극’의 동화 버전인 셈이다.
노르웨이의 교육 현장에서는 ‘멈춰 제도’로 대표되는 올베우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학원 폭력과 왕따 문제에 직면하면 반사적으로 ‘멈춰!’를 외친다. 단순한 한 마디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효과는 노르웨이에서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50% 이상 감소시키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 제도는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학교 폭력 예방 백신 V-3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에 등장하는 ‘안 돼! 하지 마!’ 교육은 ‘멈춰 제도’의 연장이다. 이처럼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단순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결과 예방을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반영함으로써 어린이와 성인 독자들 모두로부터 현실적인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세상은 악당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당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파괴된다.’ 문선이 작가가 수민이 담임 선생님의 입을 빌어 전하는 아인슈타인의 전언은 우리에게 ‘왕따 역할극’이나 ‘멈춰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것은 바로 불의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는 왕따 문제를 다양한 시각과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그림으로써 어린 독자들과 우리 사회가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 가담자와 방관자의 위치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왕따 예방자’가 되어 다시는 안타까운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다.
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찌질이다. 4학년 때 우리 반 왕따였으니까. 물론 내가 처음부터 왕따였던 것은 아니다. 4학년 한 해 동안만 그랬다. 우리 반 짱한테 재수 없게 찍혀 고생한 거였다. 다행히 나는 4학년 겨울 방학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와 5학년을 맞았다. 이제 난 새봄에 둥지를 틀듯 새로운 기분으로 완전 새 출발을 할 거다. 더 이상 찌질이 왕따로 살지는 않을 거다.
“수민아, 너 이구동성파잖아? 대현이 못살게 구는 것 좀 그만하게 네가 말려 줄 수 없어?”
하은이가 내게 다가와 가파른 물살처럼 몰아붙였다. 난 얼굴이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하은이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라는 걸 모르나 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안 계실 때에만 대현이를 괴롭혔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신다. 그저 개구쟁이들끼리의 짓궂은 장난 정도로만 알고 계신다. 우리 반 아이들한테 대현이는 장난감이고 먹잇감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화풀이 대상이었고 희생양이었다.
대현이는 씻을 수 없는 죄인인 양 멸시와 외면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왕따 시절에 마음속 깊이 박힌 수레바퀴 자국처럼 패인 상처가 자꾸 덧나 미칠 것만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톱으로 잘라 내고 싶은 기억이다.
내가 4학년 때 당했던 것처럼 대현이의 성격이나 외모나 오해나 이런 것은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자기들이 원하는 쪽으로 만들어 흘러가게 했다. 그렇게 희생양으로 철저히 몰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듯 말이다.
“넌 수민이의 멱살을 잡고 발길질하고 거기다 바닥에 패대기까지 쳤지만, 난 멱살을 잡고 발로 차는 시늉만 하다 풀어 주었다. 그런데도 지금 네 기분이 어땠니?”
선생님의 눈썹이 이마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투로 물으셨다. 민석이는 얼떨떨한지 멍한 낯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넌 소중한 사람이야. 수민이도 너만큼 소중한 사람이다. 나한테 더없이 소중한 너희들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 내 맘은 어떨 것 같아? 수민이는 어떻고?”
민석이가 여전히 묵묵부답이자 선생님이 다시 말을 이으셨다.
“난 참담하다. 너도 네가 수민이한테 한 행동을 그대로 친구들 앞에서 해 보이니 많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거다. 그렇지?”
선생님이 민석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하자 힘없이 두어 번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 친구들 앞에서 너한테 당한 수민이 맘도 너랑 똑같다. 아주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울 거야.”
선생님은 한숨을 길게 내쉰 뒤 아직도 화를 삭이지 못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으셨다.“대현이한테도 이렇게 했어? 너희들, 대현이가 이렇게 당해도 지금처럼 구경만 했니?”
반 아이들은 아무도 입을 뻥긋하지 못했다.
작가 소개
저자 : 문선이
문화일보 신춘문예와 눈높이아동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MBC 창작동화대상에 《나의 비밀일기장》,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에 《지엠오 아이》가 당선되었습니다.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평생 가려면 그것을 함께해 줄 한 사람의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어린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물음표와 느낌표를 전해 주는 그 한 사람의 어른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제키의 지구여행》《벌레 구멍 속으로》《엄마의 마지막 선물》《딱친구 강만기》《내 친구 고슴도치》《마두의 말씨앗》《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수민이의 왕따 탈출기》 등이 있습니다.
목차
1. 우리 반 짱 민석이
2. 이구동성파가 된 나
3. 짱한테 찍힌 대현이
4. 썩은 동아줄
5. 내 생일
6. 오염 돼지
7. 고양이 앞의 쥐
8. 축구 시합
9. 처음 가 본 정신과 병동
10. 다시 왕따가 된 나
11.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
12. 엄마의 눈물
13. 산행
14. 다시 돌아온 대현이
작가의 말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