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재미난 기후 이야기, 풍부한 과학 지식으로 풀어내는
오늘의 지구, 내일의 지구지구가 점점 더워진다는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지는 걸까? 북극 빙하가 녹는다는데 왜 남극 빙하는 늘어날까? 대기 중에 0.03% 밖에 없는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지구 온도를 높이는 걸까? 황사는 왜 점점 심해지고, 태풍은 왜 점점 강해지는 걸까? 아프리카에 대한 뉴스에는 왜 전쟁과 기아가 단골로 등장할까? 지구 온난화는 과연 환경론자들의 쓸데없는 걱정일까?
우리는 ‘기후 변화’나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에 익숙해서 때론 그것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앞에서 한 질문에 선뜻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기후 변화로 인해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을 이야기로 보여 주고, 그것의 원인과 결과를 과학으로 설명한 책이다. 각 장의 앞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상황과 문제를 분명하게 알 수 있고, 뒤이어 나오는 과학적 설명을 통해 보다 풍부하게 원인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즉 환경 감수성과 동시에 환경 문제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비판적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그동안 과학 교사로 근무하며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과 (구)에너지대안센터와 시민과학센터에서 활동한 김추령 선생이 썼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나 생활 속에서의 실천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환경책과는 달리, 풍부한 과학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들을 알아보고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진다는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지는 걸까?
환경책에 풍부한 과학 지식을 담았다‘기후 변화’나 ‘지구 온난화’는 너무나 익숙한 주제여서 우리는 종종 이것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기후 변화가 일으킨 모순된 결과들을 잘 알고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라고 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서 해안 마을이 잠기고, 사막이 늘어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지구가 더워져도 중위도 지역은 겨울이 더 추워지고 엄청난 눈이 내린다. 북극에는 얼음이 녹아도 남극에는 얼음이 늘어나기도 한다. 일본에서 물고기를 엄청나게 잡아들인 행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반응을 거쳐 아프리카의 식수를 말리기도 한다.
청소년을 위한 대부분의 환경책은 환경 문제가 갖는 심각한 상황을 경고하거나 생활에서 실천할 것들을 이야기할 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과학적으로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기후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과들 사이에 존재하는 논리적 인과관계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식으로 말이다.
5장에 나온 남북극에 대한 설명을 보자. 기존의 환경책에서는 극지방이 기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 극지방을 ‘지구 전체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열 저장고이자 열 펌프장’라고 설명한다. 인구 밀도가 적은 극지방의 기후 변화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지구의 불균등한 열을 이동시키는 거대한 순환의 출발점이 바로 북극과 남극의 바다입니다. 마치 거대한 펌프를 작동시켜 지구 전체의 바닷물을 위아래로 휘휘 저어 주는 역할을 하는 순환의 출발점이랍니다. (중략) 캐나다 북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북대서양의 바닷물이 식어갑니다. 짠데다가 차갑기까지 하니 밀도가 큰 바닷물이 되지요. 북대서양과 북극해가 맞닿아 있는 그린란드 동쪽과 래브라도 해협에서 밀도가 큰 바닷물은 깊은 바다로 내려가 전 세계 대양을 항해하는 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중략) 그런데 최근 극지방의 바닷물 염분 농도가 낮아졌습니다. 염분이 낮아지면 밀도가 작아져 바닥으로 가라앉는 수직 순환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요. 기후학자들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북극의 빙하들이 계속 녹아 바다로 들어올 경우 염분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걱정합니다. 그러면 거대한 에너지 수송 펌프가 멈춰 버릴 테고, 지구는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써서 움직일 거예요. 그러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될지도 몰라요. (133-137쪽 발췌 인용)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를 다룬 6장도 보자. 반건조 지역인 사헬이 사막으로 변하게 된 까닭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사막이 확대되는 원인을 대서양의 수온 상승과 더불어 무분별한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서도 저자는 단순히 인구가 늘어나 초원과 나무를 없애는 탓에 사막이 늘어났다는 설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초원과 나무가 사라지면 지표면에 닿는 햇볕은 다시 많은 양이 반사되고 맙니다. 오후에 운동장에 섰을 때 눈이 부신 것도 같은 원리예요. 운동장의 모래처럼 태양빛을 반사하게 되면서 사헬 지역의 지표 온도가 과거보다 내려갔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니까 주변 공기를 데울 수 없지요.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서 상승 운동을 해야 주변에 있는 습도 높은 공기가 밀고 들어올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게 된 거에요. 상승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름이 만들어질 수 없고, 비도 내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154쪽)
2장에서 태풍이 불면 해일이 생기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일상 생활에서 압력의 불균형 문제를 예로 들고, 태풍이 해상에서 발생하는 강한 저기압이라는 것을 설명한 후 해수면에 누르는 힘이 작아져서 압력에 불균형이 생기고, 그래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 해일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현상과 현상의 나열이 아닌, 그 사이 존재하는 과학적 논리를 충실히 따라가는 식이다.
3장에서 대기 중에 0.03% 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산화탄소가 왜 온난화의 주범인지에 대해서 언급할 때도 질소와 산소, 적외선과 이산화 탄소, 열 에너지의 관계가 설명된다. 사막에서 황사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할 때도 공기 중 포화수증기 양과 수증기 증발을 연결짓는다. 남극과 북극 환경의 차이를 설명할 때는 물과 토양의 열용량이 등장하고, 빙산이 녹아도 해수면이 상승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얼음이 담긴 물컵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탄탄한 과학적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과 환경들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지구를 진단하고, 나아가 내일의 지구까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네이멍구 자치구에 불어닥친 거대한 모래 폭풍이 삼킨 것은 무엇이었나
기후 변화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1.
2002년 8월, 네이멍구 자치구에 있는 작은 마을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불어닥쳤다. 온 마을은 황사로 뒤덮혔고, 위펑허 부부의 아들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수색작업에 매달린 어느날, 위펑허 부부의 아들 위보는 모래 언덕에서 발견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위펑허의 아내는 정신을 잃기 시작하는데…….
#2.
2005년 8월, 재즈의 발상지로 알려진 뉴올리언스에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제방 두 군데가 터지면서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있던 에반은 5분도 채 안 되는 사이 집으로 밀어닥치는 물에 휩싸여 할머니의 손을 놓치고 마는데…….
이 책이 갖는 또하나의 장점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복잡한 과정들을 과학으로 밝히면서 동시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각 장마다 이야기가 등장한다. 앞에서 소개한 위펑허 부부네와 에반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그밖에도 물이 점점 차 올라 잠겨가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에서 사는 리또의 이야기, 성과 없이 끝난 기후 변화 회의를 빗대어 쓴 동물 회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역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기후 변화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우리 삶을 바꾸는 큰 요소임을 알게 된다.
이것이 저자 김추령의 이야기 방식에서 중요한 점이다. 그는 현실이 갖는 복잡한 연관성을 이야기하면서 결론으로 과학을 이야기한다.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알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정해놓은 과학 지식을 습득하기보다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상황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과학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느낌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기후 변화 과정에서 아파하거나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런 아픔은 쉽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며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 그리고 그 안의 생명체들, 다시 말해 나와 연결된 다양한 것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비로소 희망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과학, 일시정지》저자 김추령, 점점 뜨거워지는 오늘의 지구를 말하다《과학, 일시정지》는 2009년 출간된 이래로 지난 3년 동안 독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책이다. 질주하는 현대 과학의 발전과 문제점을 짚어본 《과학, 일시정지》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유는 과학 기술을 과학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시민들도 기술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 증 과학적 시민권을 가져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흥미를 유발했다는 것이 크다. 무엇보다 이 책의 성공 요인은 저자였던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의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15년 넘게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관련된 수업 자료를 개발해서 학교 현장에 보급해오면서 청소년들과 소통해 왔다. 특히 김추령 선생은 《과학, 일시정지》의 대표저자이며, 이 모임을 통해 환경 교육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 왔다. 이번에 출간되는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는 그런 김추령 선생이 오랫동안 학생들과 소통해 온 기후 변화 문제들을 모아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추령 선생은 25년 이상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다. 동시에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대학원에서 환경을 공부했던 그는 과학 때문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구)에너지대안센터, 시민과학센터 등에서 활동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과학과 그것을 지탱하는 사회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과학 저술가 가운데 하나다. 그런 그가 이번에 기후 변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과학으로 설명한 책을 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점점 더워지는 지구의 오늘, 그 속에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으면 존재하는 자연과 사람들의 역학관계를 잘 설명했다.
지난겨울에 우리나라가 유난히 추웠던 건 지구가 더워져서 일어난 현상이랍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추위가 온다는 게 무슨 생뚱맞은 말일까요?
북반구의 중위도 상공에는 제트 기류라는 아주 독특한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 제트 기류는 아주 독한 놈이에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힘도 세서 웬만해서는 그 기류가 변형되거나 사라지는 법이 없거든요. 비행기가 제트 기류에 들어가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예요.
제트 기류가 부는 까닭은 우리나라 날씨에 영향을 많이 주는 편서풍이 높은 상공에서 너울거리는 파동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이 파동이 대기의 흐름을 남북으로 흔들리게 만드는데, 남북으로 너울거리는 파동 가운데 가장 힘이 센 것이 제트 기류랍니다.
제트 기류 때문에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는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북극에서만 빙글빙글 돕니다. 만약 이 제트 기류가 약해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약히진 제트 기류를 밀고 남쪽까지 밀고 내려오게 된답니다. 2011년 우리나라 겨울이 무척 추웠던 까닭이 바로 제트 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11년 겨울에는 미국, 중국 같은 북반구의 여러 나라가 아주 매서운 겨울 한파 때문에 힘들어했답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0.03%밖에 없는데 어떻게 지구의 온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실제로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대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질소와 산소예요. 질소와 산소 분자가 마구 움직이면 열에너지가 생기거든요. 그런데 이 질소와 산소 분자를 흔드는 게 이산화탄소예요. 이산화탄소를 움직이는 건 적외선이고요. 적외선은 지구가 태양에서 에너지를 받고 나서 다시 내놓을 때 나와요. 적외선이 이산화탄소를 마구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흔들기도 하는데 이때 주변에 많이 있던 질소와 산소가 영향을 받아 움직이게 되는 거지요. 그럼 적외선이 직소나 산소를 직접 흔들지는 못하나요? 적외선은 질소나 산소 분자처럼 같은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분자들은 흔들지 못해요. 이산화탄소나 메탄, 수증기, 프레온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들이 적외선에 잘 흔들린답니다. 적외선이 온실가스를 흔들고, 온실가스가 질소와 산소를 흔들어서 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