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1 프랑스 노르망디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프랑스 노르망디 청소년 문학상은 노르망디 지역의 학교 교사,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 청소년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매해 6월 4개의 문학작품을 선정하고, 총 98개교 205개 학급, 54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최종 선정작을 뽑는 의미 있는 상이다.
최종 수상작에 선정된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고독한 소년 로미오가 사회와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또래들의 폭력성을 응시하면서, 선의와 공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적인 사건과 이 사건 속에 휘말려든 로미오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독백의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에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순투성이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괴물이 되기보다 무해한 어른이 되려 하는 로미오의 내적 분투는 읽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실수할 권리, 약해져도 될 권리,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릴 권리를 원해”
스스로 생각하고 감응하는 존재가 얼마나 단단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 깨우치는 소설열여섯 살이 된 로미오는 생일날 그 흔한 “생일 축하해.” 한마디 듣지 못하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고립된 존재다. 투명 인간, 찐따, 아기 고양이… 그게 또래 친구들이 로미오를 지칭하는 이름들이다. 만만해 보이는 애만 콕 집어 괴롭히는 비겁한 찌질이들. 로미오는 이런 놈들이랑 치고받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저놈들이 기대하는 건 반응하고, 무너지고, 드잡이를 하는 것이다. 로미오는 아무나하고 싸워서 증명해 보일 게 하나도 없다. 물론 확인받고 싶은 건 하나 있다. 엄마가 자신을 정말 아들로 생각하는지, 자기에게 손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긴 한지, 엄마를 이렇게 매몰찬 사람으로 만든 게 무엇인지, 엄마의 진실 혹은 진심 말이다.
생각해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이름은 왜 하필 로미오일까. 엄마는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읽지 않았을 거다. 읽었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아들에게 줄 리 없을 테니까. 사실 사내아이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근육을 키우고, 강인해지고, 명령을 내리고, 승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남자가,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강한 사람 대신 심장이 뛰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매일매일 스펙터클한 나날들이지만 이런 학교생활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건 동급생 쥐스틴 때문이다. 늘 떳떳하고 빛이 나는 독특한 아이.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쥐스틴은 의심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여기서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로미오에게 심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쥐스틴을 몰래 찍은 불법 촬영물이 삽시간에 학교, SNS에 퍼졌다. 그리고 쥐스틴이 사라졌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로미오와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곁을 내줌으로써 짓눌리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덤덤하지만 울림 있는 언어로 그려낸다. 또래와 딴판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자신의 불완전함을 사랑할 줄 아는 로미오의 성장기는 특히 각별하다. 독자들은 로미오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감응할 줄 아는 존재가 마침내 자신과의 불화를 끝내고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두렵더라도 진실의 편에 서고 싶어, 소중한 것은 지켜내야 하니까”
공감과 이해는 좋은 질문의 동력이 된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혐오를 지워가는 힘 있는 이야기누군가를 알지 못할 때,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비난과 혐오는 훨씬 수월하고 아무 가책 없이 진행된다. 이 혐오를 멈출 수 있는 건 대체 무얼까. 어쩌면 ‘질문’이 그 답이 될지 모른다. 공감과 이해는 좋은 질문의 동력이 되고,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을 때 우리는 혐오의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다. 불법 동영상 촬영물이 학교에 퍼지면서 사람들의 비난과 질시에 휩싸여 학교에서 자취를 감춘 쥐스틴을 다시 학교로, 마땅히 쥐스틴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놓은 것 역시 다름 아닌 공감 그리고 이해의 목소리였다. 로미오는 기꺼이 쥐스틴의 곁에 서서, 쥐스틴과 함께 작은 공을 쏘아 올린다. “더 이상 숨는 것은 끝.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끝. 침묵을 지키는 것도 끝.”(223쪽)
그런데 두 사람이 확신 없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불러온 변화는 예상 밖으로 컸다. 또래 친구들이 처음으로 질문을 발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게 왜 그리 쉬운지, 폭력과 혐오를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가 서로를 대등하게 똑같은 존재로 바라볼 수는 없는지, 타인에 대해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로미오는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에 마침내 자신만의 답을 구한다.
우리는 서로의 말만 따르도록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무리에서 벗어나 한 발짝 내디뎌 방향을 바꾸는 일은 가능할까,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고 엮이지 않으며, 유일한 모델,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으면서 획일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고 섬세한 로미오의 영혼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리에 끼지 못하면 괴롭힘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이 소설은 지금 여기, 십 대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을 끝까지 마주하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를 일으키고 희망으로 도약하는 인물들의 용기, 조용하지만 묵직한 저항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섬세하게 그린다. 신선한 형식, 편견을 녹이는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이라면 매력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놈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물론 나도 본 적이 있다
포르노 영화를
그놈들이 본 것과 다른 영화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포르노 한 편을 봤다면 포르노를 모두 다 본 거나 다름없다
항상 똑같은 내용이다
시달리는 여자와 지배하는 남자
항상 똑같은 내용이다
명령하는 남자와 ‘네’라고 대답하는 여자
항상 똑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다
포르노처럼 그렇지 않다
포르노처럼 그럴 수 없다
그게 사랑이라면 모두 나쁜 놈들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심장 눈 배 다리 손
온몸이 자석처럼 끌어당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당연히 그런 것이다.
나는 사내아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나는 거친 세상 속의
사내아이처럼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에 담긴 질문, 취약점, 의심을 말해선 안 되고,
근육과 기타 등등을 기필코
팽팽하게 만들어야 하는 세상,
너의 감정이 팬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면
그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런 세상 속의 사내아이가 아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리자 발라부안느
1974년 프랑스의 북쪽 도시 아미앵에서 태어났다. 붉은 벽돌집들이 길가에 나란히 늘어선 아미앵은 잉글랜드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도시다. 이 도시에서 어린 시절부터 항상 책을 끼고 글을 끄적이며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훗날 작가가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어 선생님이 되었으며,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 첫 번째 소설 《흩어짐(Eparse)》을 출간했다. 프랑스의 여러 매체에 대중음악 리뷰를 기고하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리자 발라부안느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
목차
현재─9
과거─13
현재─133
과거─137
현재─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