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요가 소년 레오의 리얼 땀내 성장기. 나는 왜 남들보다 운이 나쁜 걸까?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모든 일이 불운의 징조로 느껴진다. 이 운을 과연 바꿀 수 있을까?
<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은 남들보다 운이 나쁜 레오의 이야기다. 레오는 오늘도 연일 불운을 갱신 중이다. 얼굴에 주먹을 날린 녀석과 매주 커플 상담을 받아야 하고, 정체 모를 복수 작전에도 휘말린다. 레오는 사람들 틈에서 아슬아슬 위태위태 ‘오늘의 자세’를 취한다.
뛰어난 이야기꾼 줄리아 월튼이 <화장실 벽에 쓴 낙서>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다정한 시선과 유머러스한 문체로 찾아왔다. 은둔형 인간이었던 레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은 하이틴 드라마처럼 속도감 있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뜨개질, 얀 바밍, 요가 같은 소재도 풍미를 더한다.
출판사 리뷰
지지리 운도 없는 레오에게
이번에는 우주가 응답할까?
땀내 나는 레오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스계 레오는 스파르타 전쟁 영웅 이름을 따왔지만, 영웅이나 전쟁, 남성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년이다. 어렸을 땐 5분에 한 번씩 울던 아이였다. 예전에 태어났다면 전사 자격이 안 돼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산꼭대기에 버려졌을지도 모른다. 취미는 뜨개질과 공동묘지에서 사진 찍기(아빠는 레오의 취미를‘깔짝거린다’고 표현한다). 얼마 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대화는 문자로밖에 나누지 않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왜인지 아빠는 수요일 밤마다 집을 비우는데,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느 날 레오는 드레이크라는 녀석과 싸움에 휘말린다. 솔직히 말하면 싸움도 아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걸 싸웠다고 표현하진 않으니까. 레오는 자기가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레오는 매주 강제로 생활지도실에서 드레이크와 단둘이 커플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아빠는 레오가 맞은 것을 보고 사나이가 되라며 전투 호신술을 등록하라고 등 떠민 것이다. 그야 아빠는 레오를 수치스럽게 여기니까. 수틀리면 언제든 그리스로 보낼 것이다. 레오는 전사 어쩌고 구호를 외치는 무리를 보고 경악하며 카운터 직원에게 전투 호신술만 아니면 뭐든 괜찮다고 말한다. 다행히 직원은 핫요가 지도자과정에 한 자리가 남았다고 알려 준다. 핫요가라니, 방 안 가득한 수증기가 공포 영화 특수 효과처럼 기어 나오는 지옥문에 제 발로 들어갈 순 없잖아! 하지만 얼굴에 주먹을 꽂은 드레이크랑 같이 전투 호신술을 배우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잠깐,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맙소사, 할머니가 엮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파로스 집안의 이비다!
역시 나이 든 그리스 여자의 말은 결코 함부로 웃어넘길 게 아니었다. 저주니 규칙이니 하는 것들을 정말로 믿은 건 아니지만, 뭔가가 단단히 꼬인 건 분명하다. 할머니는 점을 칠 때마다 레오가 운이 나쁘다고 했다. 악을 물리친다는 마티를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소용없었다. 약점을 빌미로 협박한 이비의 전 남자 친구 복수 작전에 휘말린 것을 보면 운이 없는 게 맞겠지. 레오는 얀 바밍(뜨개질로 공공시설물이나 가로수 등을 장식하는 거리 예술)을 이용해 이비의 복수극에 가담한다. 마법 같은 이비의 자신감에 전염되어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을 한다.
오늘도 레오는 할 일도 고민도 산더미고 몸은 멋대로 불안에 반응한다. 위가 배배 꼬이고 모두가 레오를 훈련견처럼 바라본다. 레오는 우선 오늘의 자세를 취하기로 한다. 땀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매트 위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레오는 운수를 바꿔야 한다.
레오를 불행의 늪으로 잡아당긴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크고 작은 걸림돌들이 어느 날 행운이 되었다
행운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끔 행운은 너무 멀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한텐 손 뻗으면 바로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지지리 운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거나, 길을 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버스가 바로 앞에서 떠난다거나. 판타지 영화처럼 주문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행운은 원한다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레오는 ‘오늘의 자세’를 취한다. 레오가 취하는 요가 동작은 단순히 요가 동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요가를 배우면서 ‘행복한 아기 자세’를 취하며 관심 없던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송장 자세’를 취하며 아무 생각 없이 죽은 척하기도 한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땐 ‘아기 자세’를 취하는데, 아기 자세는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되풀이하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나 좀 살려 달라는 소리 없는 표현일 때도 있다. 레오가 몸을 일으켰을 때 사람들은 레오 주위로 반원을 그리고 앉아 있었다. 레오는 뻘쭘해도 그냥 고맙게 여기기로 한다. 이전 같았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조금씩 일상에 사람들을 들여놓는다.
먼저 양다리를 앞뒤로 크게 벌리고 선다. 양손으로 골반을 짚고 어깨의 힘을 뺀다.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양팔 역시 앞뒤로 뻗는다.
그대로 앞쪽 무릎을 굽혀 발목과 일직선이 되게 한다. 왕이 휘하의 군대를 바라보듯 앞쪽 손 너머를 응시한다.
_본문 279쪽
핫요가 지도자과정을 모두 마친 레오는 전사 자세를 취한다. 이름이 자기와 걸맞지 않다고 여겼지만, 레오는 요가 지도자가 되어 전사 자세를 안내한다.
엄마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빠와 단둘이 남겨졌던 레오는 자신을 뒤흔들던 불안 속에서 조금씩 힘을 길러 간다. 아침에 드레이크가 보내는 동기 부여 문자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일상이 된다. 레오는 주먹을 날렸던 드레이크에게 전투 호신술을 가르쳐 주고, 레오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드레이크는 레오한테서 뜨개질을 배운다. 이제 드레이크는 가공식품을 처단하는 데 앞장서는 절친한 친구다. 처음에 레오는 이비가 왜 복수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 가면서 복수뿐 아니라 이비라는 사람도 이해하게 된다. 레오는 이비의 실수를 용서해 주기도 하고, 자신이 실수해서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가장 서툰 핫요가 수강생이었던 레오는 사람 관계에도 서툴렀다. 사람은 흥미 없는 것들의 끝없는 소용돌이일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지내면서 레오는 사람들과 연결되었다고 느낀다. 절친한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눈짓을 보면서도 레오는 질투를 느낀다. 레오는 자기 안에 누군가와 깊게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자신을 숨 막히게 하는 문제들도 심드렁하게 대처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되기도 한다.
계속 냉전이었던 아빠와의 관계도 서서히 달라진다. 아빠는 불안 증세를 겪는 레오가 약을 탈 수 있게 처방전을 사인해 준다. 아빠가 수요일 밤마다 사라졌던 이유도 밝혀진다. 여전히 어색한 부자지간이지만 아빠는 더 이상 레오에게 사나이가 되라고 하거나 ‘깔짝거린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눈으로 이렇게 말할 뿐이다. ‘엄청나게 어색하고 거북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 있고 떠나지 않을 거다.’ 레오와 아빠는 음산한 사당처럼 유지해 왔던 할머니 방을 정리하고 그 자리를 레오의 작업실로 만든다. 그리고 할머니의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할머니를 기억한다.
작가는 평생 불안을 안고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 남들보다 민감한 레오가 ‘오늘의 자세’를 취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은 산뜻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어느 날 휘말린 싸움에서도 레오는 스스로를 지킨다. 요가 강사와 드레이크의 목소리도 귓가에 맴돌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레오는 요가를 계속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는다. 불운으로 여겼던 우연히 일어난 지난 일들은 모두 행운이 되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행운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 우리에게 가뿐하게 손짓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훠이훠이 불운아 물러가라~
행운은 어제의 자세도 내일의 자세도 아닌
오늘의 자세에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키려면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_본문 74쪽
레오는 이비에게 여러 번 뜨개로 뜬 꽃을 건넨다. 왜 주냐고 묻는 이비에게 레오는 “친절이 사람을 변화시키나?궁금해서”라고 답한다. 운이 나쁘다는 생각은 매번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목소리를 듣고도 어깨에 힘을 푸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때로 재수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레오가 핫요가를 하고, 그저 같은 공간에 앉아 있고, 못마땅해도 추워 보이니까 담요를 덮어 주고, 도무지 속을 모를 것 같은 사람에게도 뜨개질로 뜬 것들을 건넸듯이. 그렇게 했던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서 오늘의 자세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행운은 레오의 이야기를 통해 어디선가 날아온 엉뚱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 된다. 이야기 후반부에 레오는 “이제 협박도, 할머니가 경고한 불운도 안 무서워”라고 말한다. 레오는 더는 불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운수를 바꿔 나가게 된다.
레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산뜻하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그러니 비장한 마음은 조금 내려 두고, 휘청거리더라도 오늘의 자세를 취해 보면 어떨까? 땀 냄새도 좋고 좋아하는 음악이어도 좋으니 몸을 맡기다 보면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가만, 어디선가 우주가 응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거칠고 소중한 저마다의 삶에서 더 단단해질 오늘의 자세를 위해, 나마스떼!
비록 매트 양옆 한 발짝 거리에 완충재를 두어도 땀 날림은 무시무시하다. 나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남의 땀방울이 얼굴에 튈까 봐 몸을 사리게 될 줄이야. 주변 사람이 격렬하게 움직이면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 익숙해진다고 해서 덜 역겹지는 않다.
실내 온도와 습도는 지옥 늪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복도 너머로 벌컥 문이 열리며 남자들이 들짐승처럼 식수대로 돌진하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지금 상황은 내 불운의 한 예이기는 하지만.
할머니는 불운을 되받아치는 유일한 방법이 뜻밖의 친절이라고 했다. 그것만이 삶이 구렁텅이에 빠질 때 우리가 무너질 거라고 믿는 악마를 혼란스럽게 할 거라고.
관계를 억지로 진전시키는 것보다 그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줄리아 월튼
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 혼잣말을 많이 한다. 머리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야만 유리창같이 비치는 곳을 지나갈 수 있다. 호빗족처럼 아침 식사를 세 번 하는 데 푹 빠져 있다. 모든 것이 절망적으로 보일 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유머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책에는 세상의 기준과 잣대에서 조금쯤 비껴나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저마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듣는다.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덜 외롭다고 느끼기를 바라면서.조현병을 진단받고 평범한 일상을 바라던 소년이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마음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화장실 벽에 쓴 낙서》(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 은둔형 소년이 요가를 배우며 자신을 돌보는 방법과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알아 가는 유쾌한 땀내 성장기 《오늘의 자세: 행운을 부르는 법》을 펴냈다. 십 대 소녀가 다시 쓰는 성교육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케케묵은 오해와 침묵의 벽을 거침 없이 허무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주제에 관하여》가 곧 나올 예정이다.현재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헌팅턴 해변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