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 책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선택을 했던 정도전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남휘와 양녕은 실제 인물이지만, 책 속에 나오는 모습은 상상으로 그려 낸 것입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여러분도 정도전의 삶과 죽음을 뒤쫓아 가 보세요. 유난히 어둡던 어느 밤, 조선을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흥겹게 꿈을 말하던 정도전의 목에 칼을 겨누었던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정도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궁궐 담장의 횃불이 모두 꺼진 밤,
얼굴을 가린 한 떼의 무사들이 바람을 가른다.
칼끝이 향하는 곳은 경복궁 동십자각 건너편 송현방!
주요 표적은 새 나라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
조선을 설계한 일등 공신이 왜 암살자들의 표적이 되었을까?
그들의 배후에는 과연 누가 있는 것일까?
태종의 부마인 남휘와 맏아들 양녕대군이
정도전의 죽음에 얽힌 매듭을 한 올씩 풀어 갑니다.
그 결과는 뜻밖에도 상상을 뛰어넘는데…….
조선을 설계한 일등 공신이 왜 암살자들의 표적이 되었을까?“집 안을 샅샅이 뒤져 역적 정도전을 잡아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정도전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칼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 장독이 깨지는 소리, 불탄 나무 기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뒤섞여 또렷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누군가를 짐작케 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정도전은 가슴에서 불길이 일었습니다.
‘네가 감히 나를 역적으로 몰아? 역적은 바로 네놈이다.’
조선 개국의 일등 공신이었던 정도전, 그는 왜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을까요? 조선을 설계하고, 스스로 왕이 되기보다는 신하가 되어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려 했던 사람인데 말이지요.
고려 말 부패한 정권을 청산하고, 수십 년 세월 동안 고민하고 계획한 것들을 풀어내어 새 나라 조선을 세웠으나 정도전은 암살되고 맙니다. 사리사욕보다는 백성의 평안을 가장 우선시했던 정도전, 그는 큰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강직한 성격 탓에 늘 가까이에 적이 있었습니다. 암살 사건 역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마음먹은 바는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룩하고, 눈앞에 놓인 장애물은 거침없이 넘어 버리는 그의 성격을 경계한 누군가의 범행이 아닐까요?
정도전 죽음의 비밀을 부마 남휘가 추리하다!영의정 남재의 손자라고는 하지만, 남휘는 과부의 자식으로 왕의 사위가 되기는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영의정 자리 또한 언제 내주어야 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태, 하지만 남휘는 왕의 은혜를 입어 정선 공주의 남편이 됩니다.
떨리는 가슴으로 친영하러 간 날, 남휘는 왕께 인사를 올리는 도중 혼절을 하고 맙니다. 홀연히 깨어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데, 처음 듣는 역적의 집안이란 소리. 궁녀들은 남재 대감의 동생 남은이 역적의 우두머리 정도전과 한 무리라고 했습니다. 정선 공주가 힘없는 가문과 혼사를 맺게 된 것도 왕으로부터 예쁨을 받지 못해서라고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역적 집안이란 소리에 남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궁녀들의 이야기 속에 나왔던 서 상궁이란 이름과 서 상궁이 품고 있을 비밀들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되지요. 마침 정선 공주의 나인이 궁궐에서 소문을 속닥이던 ‘조금이’임을 알게 되어 남휘는 비밀에 한층 다가서게 되는데…. 남휘 앞에는 어떤 비밀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남휘는 역적 집안의 자손임에 틀림없는 걸까요?
서로 다른 선택이 갈라놓은 정도준과 정몽주의 우정학문이 뛰어난 이색 선생 밑에서 수학을 한 정도준과 정몽준은 둘도 없는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학문을 존경하고, 그를 통해 배우려 하며, 나라를 위해 제 몸을 사리지 않고 무엇이든 바치겠다는 뜻을 같이하는 굳은 동지애로 뭉쳐진 친구였습니다. 정도전이 삼 년간 시묘살이를 할 때에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보았다는 《맹자》 역시 정몽주가 보낸 것이었을 정도로 둘 사이는 깊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둘의 우정은 고려 말의 위태위태한 상황이 끊어 놓고 맙니다. 썩어 가는 고려를 재건하자는 정몽주와 썩은 줄기는 잘라내야 한다는 정도전의 의견이 충돌한 것입니다. 정도전이 고려를 버리고 이성계를 도와 새 나라 조선을 세우는 데 앞장서면서 둘 사이는 극에 치닫고 맙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슨 놀이를 할까 하는 것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어떤 직업을 가질까,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할까 같은 중요한 선택까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성합니다.
정도전과 정몽주는 고려의 앞날을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물론 결국에 두 사람 모두 같은 사람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지만, 그 각자의 선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몽주는 충심을 지키려는 꼿꼿한 선택 때문에 다른 길을 걷는 세력에 의해 살해됩니다. 그의 피가 선죽교에 뿌려진 뒤로, 지금까지 역사는 정몽주를 절개를 지킨 고려의 신하로, 충절의 상징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정도전이 선택한 길 역시 고려에 대한 배신이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의 선택은 부패한 고려를 재건하기보다 새 나라 조선을 건설해 백성들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것에 있었으니까요. 오늘날 정도전 또한 새 나라를 세우는 데 기여한 인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답니다.
정도전의 죽음, 그리고 정도전이 재평가되기까지정도전이 죽음을 맞은 1398년 8월 26일을 역사는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 날로 기록하고 있다. 이방원은 정도전과 남은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암살하였다. 이방석은 세자의 자리를 빼앗기고 유배지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도성을 빠져나간 직후 이방원의 부하에게 죽고 말았다.
태조는 비통한 마음을 못 견디고 왕의 자리에서 내려와 함주로 돌아갔다. 이방원은 자기 형 이방과에게 왕위를 잇게 하였는데, 그가 조선 제2대 왕 정종이다. 이방원이 당장 왕위에 오르지 않은 것은 자신이 꾸민 일이 들통 나면 비난을 받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또다시 왕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제2차 왕자의 난’ 역시 이방원의 승리로 끝났고, 이방원은 조선의 제3대 왕 태종으로 즉위하였다.
태종은 정도전과 남은 등을 역적죄로 벌하였지만 그들의 집안 전체를 벌하지는 않았다. 남은의 형 남재가 영의정이 된 것처럼 정도전의 아들 정진도 태종이 불러들여 관직을 주었다. 정진은 훗날 형조판서까지 올랐다.
정도전이 재상으로서 자리를 되찾은 것은 조선 왕조가 끝나 갈 무렵인 고종 2년 때였다. 고종은 경복궁을 지은 공로를 인정하여 정도전을 복원해 주었다. 정도전이 모함을 당해 죽은 지 467년 만의 일이다. 한편, 양녕은 끝내 태종의 눈 밖에 나서 세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양녕을 대신해서 동생 충녕이 세자가 되었는데, 그가 훗날의 세종이다.
남휘는 한성부 판사를 비롯한 여러 관직을 거쳤으며 사신으로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의 부인 정선 공주는 병약하여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휘는 조선 전기에 큰 공을 세운 장수인 남이 장군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경상남도 창녕에 남휘와 정선 공주의 무덤이 함께 있다. (144-145쪽 발췌)

한결같은 마음으로 온 힘을 기울여 고려와 조선을 섬겼고,
서책에 담긴 성현의 참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떳떳이 살아왔다.
삼십 년 긴 세월 온갖 고난 겪으면서 쉬지 않고 이룩한 공이
송현방 정자에서 한잔 술 나누는 새 다 허사가 되었구나.
고려인으로 태어나 조선을 세우기까지 공들인 온갖 일들이 정도전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곧이어 숨이 끊어지고, 정도전의 머리는 매 맞은 하인의 손에 들려 공중에서 흔들렸다. 죽은 이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 한 자락이 남아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지 7년째 되던 해, 8월 26일의 일이었다.
어느 날 스승님께 물었다.
“스승님의 제자 중에서 학문을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나는 밤낮으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정도전 너다.”라고 대답해 주길 기대하였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스승님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스승님은 정몽주를 입에 올렸다.
“학문을 익힐 때 어느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가장 뛰어난 제자라면 달가지. 달가가 논설하면 어떤 말이든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횡설수설 헛소리를 해도 아주 적절하게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