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청소년들의 멘토이자 대표 청소년 소설가 이옥수의 신작!
희망을 꿈꿀 수 없었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눈부신 이야기청소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던 이옥수 작가의 신작이 뜨인돌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옥수 작가는 글로, 말로, 행동으로 청소년들의 삶 속에 들어가 특유의 따뜻함과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꿈꾸고 바라는 세계를 만들어 왔다. 전국 곳곳의 학교 현장을 발로 누비며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민과 성장통을 마음으로 껴안아 왔고, 지금도 청소년들에게 영원한 멘토로 불리고 있다. 이옥수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은 한결같다. 우리 사회의 아픈 곳, 소외된 곳, 그늘진 곳이다. 이번에 출간한 신작 『괜찮아 해피엔딩이야』는 길고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소상공인의 자녀들이 기어이 그 안에 숨은 한 줄기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2019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당연한 줄 알았던 일상이 무너지고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컸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그 자녀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 엄마 아빠는 공무원이 되든 회사에서 월급을 받든 하지, 왜 장사를 해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만난 청소년들의 원망하는 소리에 작가는 그들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해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옥수 작가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이 이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백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 아들의 대책 없는 희망가!이 책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 기완이다. 기완이 아빠는 서울 변두리에서 노래방과 PC방을 운영하는데, 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일을 시키는 통에 기완이는 아빠가 공무원, 회사원인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 기완이 아빠는 노래방과 PC방을 최신식 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 여파로 위기에 놓인 기완이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 노래방이 침수되고 노래방 기계까지 물에 젖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거리는 아빠를 목격한 기완이는 노래방과 PC방 살리기에 나선다. 반면 기완이 엄마와 누나는 아빠의 적극적인 보호로(!)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 온 탓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 혼자서 끙끙 앓던 기완이는 결국 “도와 달라!”고 외친다.
나는 숟가락을 던지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좀, 도와줘. 도와 달라고!”
입에 물었던 밥풀이 사방으로 튀었다.
“뭘, 뭘 도와줄까? 아들, 말해 봐.”
엄마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내 양 손목을 붙잡았다.
“씨이, 씨이~~.”
나는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구한테 얻어터졌니? 학폭이야?”
누나가 성의 없이 툭툭 던지는 말이 더 서러웠다.
“엉엉….”
한번 터진 눈물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매달리는 엄마를 밀어내고 침대에 엎어졌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내 눈물 속에 아빠의 소리 없는 눈물이 겹쳤다. 벌게진 눈동자도 떠올랐다. 이놈의 코로나, 개떡 같은 세상을 저주하며 울었다. 울다 지쳐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내 등을 가만가만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모른 척 돌아눕는데, 고여 있던 눈물이 귓가로 축축하게 흘러내렸다.
이옥수 작가는 팬데믹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기완이를 둘러싼 관계와 일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이해, 행복과 희망에 대한 정의를 다시 써내려간다. 코로나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었고, 소상공인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기완이와 가족을 온힘을 다해 응원한다. 그리고 이 가족에게서 대책 없는 희망 DNA를 찾아낸다. 기완이 엄마의 한 마디가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해 준다.
“망하긴 왜 망해. 살아 내다 보면 또, 살아나지.”
이 책은 망하는 것이 정해진 듯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 내다 보면 살아나고 살아지는, 대책 없는 희망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흡인력 있는 전개와 공감백배의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읽어 가다 보면 그런 대책 없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게 된다. 『괜찮아 해피엔딩이야』는 오늘이라는 힘겨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아낌없이 격려하는 응원가이며, 힘겨운 상황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성장 소설이다.
“서어엉 기, 왕.”
“죽는다!”
“왜, 킹 좋잖아?”
나는 태민이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이름만 부르면 ‘기완’, 괜찮은데 성까지 붙여서 마지막 발음을 살짝 뭉개면 ‘성기 왕’.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자애들 앞에서 그렇게 부를 땐 더더욱. 어떻게 한 인생의 이름을 앞뒤 맞춰 볼 생각도 안 하고 막 지었는지 모르겠다. 개명이라도 확 해 버리고 싶지만 땅 부자 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라서 절대, 절대 안 된단다. 훗날 유산 상속을 위해, 작명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빠의 지론이다.
“야, 오늘 너희 가게 가도 돼?”
“안 돼.”
“지난번에 너희 아빠가 와도 된다고 했잖아. 한 시간만, 응?”
“그럼 청소 콜?”
“콜.”
기말고사도 끝났고 진도도 다 빼서 영화 보다가 급식만 먹고 하교하기 때문에 아직 한 시 반밖에 안 됐다. 학교 밖으로 나오니 진눈깨비가 내린 통에 도로가 질척했다. 태민이가 버스비 아깝다고 걸어가자고 했지만 나는 귀찮다고 한 정류장 거리인 가게까지 버스를 타자고 했다.
“와우, 역시 금수저. 돈을 아주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 아빠가 가게를 두 개 하면 금수저냐? 하긴 나도 어릴 땐 슈퍼나 문방구 집 애들이 부럽긴 했다. 태민이 녀석은 버스에서 내려 가게로 걸어가며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성기완, 빨리 나와!”
잠결에 들어도 목소리의 톤이 달랐다. 난 죽었다. 심장이 덜덜 하는 순간, 눈이 동그래진 엄마가 먼저 내 방으로 뛰어들었다.
“아들, 무슨 일이야. 아빠 왜 그래?”
나는 벌떡 일어나 양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아빠가 뻑 하면 나, 가게 일 시키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네가 아빠를 안 도우면 누가 도와? 그리고 그깟 가게 일 좀 돕는 것 갖고 뭘 그래?”
엄마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당연하다는 듯 퍼부었다.
“그깟 일? 아, 됐어. 나가.”
“얘 좀 봐, 왜 엄마한테 아침부터 짜증이니?”
“됐다고!”
진짜, 내 편은 하나도 없고 주위에 나를 향해 쏘아 대는 화살들만 빗발친다. 어쨌거나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게 급선무다. 일단 다짐부터 받아 두자.
“엄마, 아빠가 뭐라 하면 옆에서 딴소리하지 마.”
“알았어, 빨리 나오기나 해.”
나는 미리 인상을 북, 그으며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가 마른세수를 하더니 멀거니 쳐다보았다.
“성기완, 아빠 괴롭다. 영업정지 20일은 나올 거다. 안 그래도 요즘 단속 강화돼서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바로 경고 때리는데. 장소, 시간까지 다 찍어서 보냈단다. 행정처분 받으면 바로 이의 신청해야 하니까, 넌 그 녀석 만나서 거짓 제보한 경위부터 알아 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어.”
“넌 아빠 말씀에 어, 가 뭐야?”
엄마가 냉큼 끼어들어 핀잔을 주고는 아빠한테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웬 영업정지?”
“몰라, 얘한테 물어봐.”
내가 입을 열 것 같지 않자, 엄마가 바로 교훈 모드로 돌입했다.
“아들, 생각해 봐라, 아빠가 왜 너한테 일을 시키는지. 다 일찍부터 사업 경험 쌓으라고 그러는 거야. 엄마도 살아 보니 경험이 제일 중요하더라. 뭐든 경험을 쌓은 사람이 실전에도 강한 법이거든.”
아직 난, 중딩이라고! 공부하기도 벅찬데, 무슨 사업 경험씩이나. 열불이 올랐지만 억지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