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민령 작가의 청소년소설 단편집. 밍밍한 듯 보이는 현실 고등학생의 일상도 바라보는 앵글을 조금만 달리하면 다채로운 빛깔로 가득하다. 그 빛깔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알아채는 이야기 일곱 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지금까지 발표한 청소년소설 중 다섯 편과 미발표작 두 편이 실려 있다. 청량하고 경쾌한 소설부터 애틋하고 아릿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수록작 모두 자극적인 소재 없이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봤을 감정과 내면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한다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한다. 교실에서 대번에 눈에 띄지는 않는, 무던하고 평범한 청소년을 주요 인물로 삼았다는 점 또한 일곱 작품의 공통점이다. “스물일곱 명이 앉아 있는 교실 안에는 스물일곱 개의 우주가 있”으니(28쪽) 이 책에는 적어도 일곱 개의 우주가 담긴 셈이다.
출판사 리뷰
오늘의 교실은 15도 정도 각도를 튼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오늘의 내가 살짝 기울어져 있는지도.별다를 것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학교생활, 그 속에도 낯선 풍경과 반짝이는 발견의 순간들이 있다. 결석한 친구의 빈자리와 혼자 먹는 급식의 맛, 체육 시간을 빼먹으면 맡을 수 있는 교실의 먼지 냄새, 빌려준 프린트 위 낙서로 오가는 대화의 재미 같은 것들. “하찮은 일들은 어째서 이렇게 마음에 남는 것일까?”(134쪽) 매일이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때로는 생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마저 발견된다. 이를테면, 친한 친구의 중학교 시절 과거는 도대체 어떠했던 것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교문 앞을 서성거리는 여자애가 애타게 찾는 학생의 정체는 또 뭔지. 밍밍한 듯 보이는 현실 고등학생의 일상도 바라보는 앵글을 조금만 달리하면 다채로운 빛깔로 가득하다. 그 빛깔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알아채는 이야기 일곱 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김민령 작가의 청소년소설 『오늘의 인사』다.
청량하고 애틋하게,
오늘의 다름을 발견하고 알아채는 일곱 편의 이야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16년차인 김민령 작가는 느리지만 신중한 걸음으로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제2회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한 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나날이 변화하는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사려 깊은 목소리를 보태는 일 또한 부지런히 해 왔다. 마침내 출간된,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기다렸을 김민령의 단편집 『오늘의 인사』에는 지금까지 발표한 청소년소설 중 다섯 편과 미발표작 두 편이 실려 있다. 청량하고 경쾌한 소설부터 애틋하고 아릿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수록작 모두 자극적인 소재 없이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봤을 감정과 내면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한다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한다. 교실에서 대번에 눈에 띄지는 않는, 무던하고 평범한 청소년을 주요 인물로 삼았다는 점 또한 일곱 작품의 공통점이다. “스물일곱 명이 앉아 있는 교실 안에는 스물일곱 개의 우주가 있”으니(28쪽) 이 책에는 적어도 일곱 개의 우주가 담긴 셈이다.
허리를 삐끗하기 전엔
내 허리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먼지는 늘 여기에 있지만
햇빛이 비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
나나가 결석한 오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나나를 생각했어.
만약 내가 없으면, 그 빈자리는 어떻게 보일까?『오늘의 인사』에서는 무존재감에서 존재감으로의 변화라는 모티프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나나와 선생님은 부재할 때 오히려 존재감이 강렬해지고, 「혜성이 지나가는 밤」의 정은이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치곤 했던 라면집은 승조가 거기 산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특별한 색을 띠는 장소가 된다. 교실에서의 존재감이 흐릿해 곧잘 잊히곤 하는 「뷰 박스」의 이진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정운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각인된다. 「오늘의 인사」의 성규가 하은에게 반해 버린 아침은, 타인이 내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얼마나 순식간에 거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시간이다. “내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있을까, 그게 너무 궁금한데 절대 알 수 없지. 내가 결석을 하면 어떻게 될까, 혹시 자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사라지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의 목록」) 자기 자신의 존재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된다. 그렇게 나도 몰랐던 내 마음들, 내 시야 밖 풍경을 알아차리다 보면 어느새 열일곱 살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마무리는 언제나 같다. 어제와는 너무나 달랐던 오늘에 인사를 건네며 하교하는 것. 두 발 아래 느껴지는 바닥의 단단함을 느끼면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민령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쓴다. 쓴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오늘의 인사』 『누군가의 마음』, 동화 『나의 사촌 세라』가 있다. 『외로움의 습도』 『사랑의 입자』 『중독의 농도』 『존재의 아우성』 『관계의 온도』 『복수는 나의 것』 등의 청소년 단편집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목차
오늘의 인사 …… 7
너를 기다리는 동안 …… 33
편의점 앞으로 …… 61
달콤하고 찐득찐득한 …… 87
○○의 목록 …… 109
뷰 박스 …… 139
혜성이 지나가는 밤 …… 161
작가의 말 ……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