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십대의 원고지 1권. 소설은 2079년 12월 한 젊은이가 벗에게 띄운 한 통의 손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발전소 파괴로 인해 출입 금지 구역이 된 곳에서 시작하는 복구 작업에 자원한 젊은이, 그리고 밖에서 어쩔 수 없이 그와 오직 손편지만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벗. 두 사람은 2080년의 젊은이(어쩌면 그 젊은이는 2020년대에 절망과 사랑, 고뇌와 보람, 사회와 개인을 몸으로 부딪치는 자신의 선조들을 고스란히 대변하는지도 모른다)로 웃으며, 울며 살아간다.
출판사 리뷰
주니어태학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 ‘10대의 원고지’
‘10대의 원고지’는 <21세기에 세상에 나와 100년 후 세상을 꿈꾸고 설계하며 가꾸어 나갈 10대들>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상상한 세계를 직접 쓴 글이다!
그 첫 번째 책 《2080년의 낭만》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소설은 2079년 12월 한 젊은이가 벗에게 띄운 한 통의 손편지로부터 시작한다.
2023년에도 보기 힘든 손편지를 2079년에 쓴다고?
그래서 소설은 오늘에 절망하는 젊은이들이 이룰 수 없는 낭만을 향해 나아간다.
발전소 파괴로 인해 출입 금지 구역이 된 곳에서 시작하는 복구 작업에 자원한 젊은이, 그리고 밖에서 어쩔 수 없이 그와 오직 손편지만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벗.
두 사람은 2080년의 젊은이(어쩌면 그 젊은이는 2020년대에 절망과 사랑, 고뇌와 보람, 사회와 개인을 몸으로 부딪치는 자신의 선조들을 고스란히 대변하는지도 모른다)로 웃으며, 울며 살아간다.
오로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만으로 구성된 소설이 이토록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만으로 구성된 소설이 독자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고?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놀라운 소설을 써낸 18세 젊은이에게 감탄하는 까닭이다.
2079. 10. 31
펜시어, ‘우리’는 발전소 폭발의 아픔에서 기원한 거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잖아. 발전소 폭발로 목숨을 잃거나, 평생의 보금자리가 산산조각나고, 자의로든 타의로든 가족들의 손을 놓고 흩어졌던 수많은 이들을 떠올려 봐. 보육센터는 나의 집이고, 센터 선생님들이 나의 부모님이고, 우리 그룹 애들이 내 형제자매들인 것과는 별개로, 어떤 질문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건 떨칠 수가 없더라. ‘그 많은 사람 속에 나의 기원이 되는 사람도 있었겠지?’ 하는 질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어.
그래서 너만 조용히 읽을 수 있도록 글로 남기기로 한 거야. 정말로 많은 아이들이 혼자가 되었어.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참담한 심정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발전소 인근 지역들은 한동안 무법지대가 되어버렸지. 각종 불법 인체 시술을 하는 업체들에게, 혼자가 된 애들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었을 거야.
난 운 좋게 정말 어릴 때 시술 업체에서 구출될 수 있었어. 그래서 나쁜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몸에서 지워지지 않을 그곳에서의 흔적을 대면해야 해. 불법 홍채 미용시술을 위한 실험물로 사용되면서 얻은 아주 부자연스러운 색깔의 눈동자 말이야. 사정을 깊이 모르는 사람들은 근사한 색이라고 칭찬해줄 때도 있어. 칭찬에 담긴 호의는 언제나 고맙지. 기껍고. 내 눈을 볼 때마다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서 괴롭다거나 하지도 않아. 그런 것들이랑 별개로, 이건 내가 담고 살아가야 하는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야. 고통도 쓸쓸함도 적절한 단어가 아니라서, 덩어리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
추신 : 와, 편지를 쓴다면 언제나 이 ‘추신’을 꼭 써보고 싶었어.
어쨌거나 빠트린 얘기가 있어서 추가해. 내 옆방 양쪽에는 자한이라는 동갑내기 친구와 식물학자인 율리안나 누나가 살게 될 거래.
잠깐 홀로행아웃으로 대화해본 게 전부이긴 하지만,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아 보여.
테멜다
2079. 11. 3
애초부터 난 오염된 금지구역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민간인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 그리고 그런 곳에 자원해서 입주하는 너는 더 이해가 안 되고. 네가 그런 오지에 가 있으니까 홀로행아웃도 안 되고, 통화도 안 되고, 뭣도 안 되고……
팔자에도 없는 편지를 써야 하잖아. 네 편지의 홀로그램 스캔본만 받을 수 있는 것도 웃겨. 통신 제한 규정이 말도 안 되게 엄하네.
네가 미르 구역에 있는 덕분에 내 글씨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네가 말한 그 편지쓰기의 낭만이라는 게 이런 거야? 엉망진창인 글씨체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거?
어쨌든, 거기서 잘 지내고.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 우리가 공식적으로 보육센터 소속인 것도 내년이 마지막이니까.
펜시어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하은
연필을 잡을 무렵부터 짧은 동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글을 써 왔다.10살 때 첫 시집인 《책나라 여행》을 출간했으며, 중학교 진학 후 문학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재학중이며, 학교에서 두 개의 문예창작 동아리, 세 개의 연극 동아리 각 본팀에서 활동하고 있다.예술과 철학을 사랑하며, 이 둘을 혼합한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을 삶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사회에 대한 애정을 품은 채 건강한 시민이 되고자 하지만, 동시에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는 시간도 포기하지 않는다.
목차
손편지 처음이지
쓰고 쓰고 또 써 부친 편지들
부치지 않은 편지
2080년 10월 31일
2079년도의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