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서울의 수문장 남대문의 600년 역사 이야기 내가 처음 지어졌을 때, 그때 난 도성에서 제일 높았습니다.
문루에 오르면 한양 도성이 한눈에 보였지요.
임금과 사신, 백성들을 내보내고 들여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이 아닙니다.
하나의 기념물로 서울 한복판에 서 있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나를 남대문이라 불러 줍니다.
엄마 아빠 손잡고 아이들이 찾아오고 내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봄이 옵니다. -표4-
2013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서울의 수문장!
역사를 품은 남대문의 600년 이야기
2008년 남대문에 불이 났어.
600년 동안이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제야 남대문을 보았어.
까만 재로 남은 남대문을 두고,
누구는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구는 역사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구는 국보 1호라는 지위를 빼앗자고 말했어. -본문 중에서-
조선 백성들을 맞이했던 도성의 정문, 남대문 남대문의 공식 이름은 ‘숭례문’. ‘예를 숭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냥 쉽고 편하게 ‘남쪽에 있는 큰 문’이라 하여 ‘남대문’이라 불렀습니다.
한양 도성의 정문이었던 남대문은 돌 하나, 나무 하나 모두 백성들 손으로 지었습니다. 임금과 신하, 사신과 백성, 조선 시대 모든 사람들이 남대문을 지나다닐 수 있었고, 남대문 안팎의 시장은 백성들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남대문은 점차 문의 기능을 잃게 되면서 사람들과도 멀어졌습니다. 급기야 2008년 누군가가 남대문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생기게 됩니다.
<남대문의 봄>은 모든 백성들의 문이었던 ‘남대문’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짤막한 성벽과 함께 서울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지만 남대문이 도성의 정문으로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 우리 어린이들에게 전해줍니다.
600여 년 시간이 담긴, 살아 있는 문화재 우리가 알고 있는 남대문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 속에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요?
남대문은 조선이 세워지고, 남대문이 처음 열리던 날부터 한자리에 서서 모든 것을 보고 겪었습니다. 백성이 국민이 되고, 한양이 도시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옛날엔 가뭄이 들 때면 남대문을 닫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임금이 남대문 문루에 올라 백성들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총알 세례를 받으면서도 피란 간 사람들을 기다려 주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우리 민족이 당한 수난과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조선의 얼굴이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숱한 수난의 역사를 견디며 남대문은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모습도 묵묵히 바라보며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문화재는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닌, 우리와 시간을 함께한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특히 건축물은 그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남대문의 봄>을 통해서 무심히 지나쳤던 문화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과 감동, 여운이 어우러진 남대문 이야기 <남대문의 봄>에서는 남대문이 처음 세워지고부터 2008년 화재에 이어 2013년 복원까지 이르는 시간을 계절로 구분했습니다. 조선이 세워지고 남대문이 당당히 열린 시기를 ‘남대문의 봄’, 조선이 무르익어 가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무렵을 ‘남대문의 여름’, 태평한 조선과 일본이 침략하기 이전의 시기를 ‘남대문의 가을’, 성벽이 무너지고 한국 전쟁을 겪은 때를 ‘남대문의 겨울’ 그리고 화재 후 복원된 오늘날을 ‘다시 남대문의 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처럼 남대문의 계절을 따르다 보면 마치 남대문의 일생을 보듯 때로는 스스로 남대문이 되어, 때로는 남대문을 바라본 시선에서 세상의 변화와 지나온 시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숱한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남대문의 모습은 어땠을까? 내가 그 시절 사람들이었다면 내 눈에 비친 그때의 남대문은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남대문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역사 속 남대문을 차분히 짚어가는 동안 아이들은 멀리 있는 딱딱한 문화재가 아닌,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남대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화 같지만 철저하게 사실만을 담은 감성지식정보책 <남대문의 봄>은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남대문의 흔적을 찾아 가며, 한국사 곳곳에서 자취를 뒤져 가며 이야기로 엮은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억지로 역사적 사실을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어렵게 정보를 기억하지 않아도 됩니다. 동화처럼 술술 읽을 수 있는 감칠맛 나는 글을 따르다 보면 주인공 남대문이 600년 한국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남대문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와 뗄 수 없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문화재 남대문,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우리 문화재를 뒤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남대문을 비롯한 우리 문화재를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낸 남대문 서정적인 색감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으로 이 책의 주인공, 남대문의 모습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림은 건축물인 남대문에 감정을 불어 넣어주고,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여 글의 감동과 여운이 더 오랫동안 남게 해줍니다.







‘가만, 그러고 보니 궁궐이 있는 북쪽에는 주로 양반들이 살고, 남산 가까운 남쪽에는 몰락한 양반들을 비롯해 중인들이나 일반 백성들이 살고 있구나.’
쭉 돌아 구경을 끝낸 남대문은 양쪽 날개를 쫙 펴 보았어.
‘하하,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치 도성을 보듬고 있는 것 같네.’
남대문은 자기도 한양 도성의 가족인 게 좋았어. 아직 공사 중인 곳도 있고, 채워지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마무리가 된 것 같았지.
‘이만하면 한 나라의 수도로 손색이 없겠어. 세월이 가면 사람들도 많아지고 훨씬 더 복잡해지겠지? 이 자리에서 잘 지켜보아야지.’ -남대문의 봄
“임금이 도망쳤다! 임금이 도망쳤어!”
소문이 퍼지자 백성들은 분노했어. 텅 빈 궁궐로 관아로 몰려가 물건을 꺼내고 불을 질렀어. 도성이 불길에 휩싸였어. 경복궁도 화를 피해 가지 못했지. 비는 내리는데 온 도성 안에 검은 연기가 자욱했어.
남대문은 망연자실하게 불길에 휩싸인 도성을 바라보았어.
‘200년 평화가 이렇게 깨지나. 처참하게도 무너져 내리는구나.’
남대문을 열고 닫는 사람도 일찌감치 도망가고 없었어. 파루와 인정을 알리는 종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 남대문은 활짝 열려진 채 아무런 방비가 없었어. -남대문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