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7년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최현주가 오랜 기다림 끝에 두 번째 소설집 <내일의 생존기>를 펴냈다. 작가가 취재를 통해 마주한 팬데믹 시대 10대의 삶과 생각이 모티프가 되었다. 총 6편의 작품은 각각 불안한 미래, 대화 단절, 마스크 의존증, 대인 공포, 외모 콤플렉스, 학교폭력 등 오늘의 10대가 짊어진 다양한 고민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여준다.
기억을 먹는 머릿속 나노봇에 맞서는 ‘미나’, 이모티콘 대화를 멈추고 가족의 얼굴을 보고 말을 거는 ‘나’, 마스크 대신 관계의 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해연’, 말더듬증 뒤에 숨은 속마음을 랩으로 쏟아내는 ‘유리’, 페이스메이커와 달리면서 자신의 살집을 긍정하게 되는 ‘지원’, 감염병 후유증과 따돌림을 딛고 슈퍼 면역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게 되는 ‘민원’.
여섯 명의 소녀 주인공은 ‘진화’라는 열쇳말로 막막한 오늘을 뚫고 나간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처럼, 두려움의 껍질을 깨고 한층 성장해 나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처럼.
출판사 리뷰
막막한 청춘의 한 페이지,
우리는 결계를 깨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존재, 나를 구성하는 가장 사적인 기억이 사라진다면?
가족, 너무 가까워서 먼 우리 사이에 말 거는 법
연애, 마스크를 벗게 되면 너도 나를 멀리하게 될 거야
성장, 천천히 할 거야,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되잖아
외모, 살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학교, 감염병 시대를 뚫고 온 전학생의 색다른 학교 적응기
불안한 미래, 외모 콤플렉스, 관계의 아픔
내일을 살기 위해 ‘진화’를 택한 아이들의 이야기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최현주의 코로나 세대 비망록
지금 ‘진화’ 중인 10대의 모습을 그리다!
2017년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최현주가 오랜 기다림 끝에 두 번째 소설집 《내일의 생존기》를 펴냈다. 작가가 취재를 통해 마주한 팬데믹 시대 10대의 삶과 생각이 모티프가 되었다.
총 6편의 작품은 각각 불안한 미래, 대화 단절, 마스크 의존증, 대인 공포, 외모 콤플렉스, 학교폭력 등 오늘의 10대가 짊어진 다양한 고민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여준다.
기억을 먹는 머릿속 나노봇에 맞서는 ‘미나’, 이모티콘 대화를 멈추고 가족의 얼굴을 보고 말을 거는 ‘나’, 마스크 대신 관계의 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해연’, 말더듬증 뒤에 숨은 속마음을 랩으로 쏟아내는 ‘유리’, 페이스메이커와 달리면서 자신의 살집을 긍정하게 되는 ‘지원’, 감염병 후유증과 따돌림을 딛고 슈퍼 면역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게 되는 ‘민원’.
여섯 명의 소녀 주인공은 ‘진화’라는 열쇳말로 막막한 오늘을 뚫고 나간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처럼, 두려움의 껍질을 깨고 한층 성장해 나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처럼.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탐색하다
청춘의 빛나는 한 페이지를 뒤덮은 감염병을 10대들은 어떻게 보고 느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프로젝트를 통해 10대들의 취재하고 나선 최현주 작가는 “코로나19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꼭 나쁜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 흥미를 느꼈다.”(작가의 말)고 한다. 그 희망의 근거로 작가는 로맨스와 코미디,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가족 드라마와 학원물을 넘나드는 여섯 가지 성장통을 빚어냈다.
〈미나의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는 미래 배경의 미스터리 로맨스다. 작곡과 지망생 ‘미나’는 유독 10대의 목숨만을 위협하는 ‘오메가 변이’에 감염돼 임상 시험 나노봇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치료 뒤 처음 보는 남학생 ‘유진’이 자꾸 알은척하는 기묘한 상황에 부닥친다. 의사는 회수되지 못한 나노봇 하나가 미나의 기억 세포를 공격하며 뇌에 기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이제 미나는 깜깜한 암흑이 되어 버린 기억의 비밀을 풀어 나가면서, 중요한 단서는 바로 가장 자기다운 뭔가에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그림자놀이〉
자가 격리 중인 소녀 화자 ‘나’는 웹툰을 정주행하는 새벽마다 이상한 소음을 듣고 몰래 거실 잠복 수사에 나선다. 어떤 날은 커텐 뒤, 어떤 날은 탁자 밑, 어떤 날은 벽 너머에 숨어 식구들이 혼자 있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나’는 이내 당혹스러워진다. “무슨 웹툰에서처럼 외계인이 변신한 게 아닐까?”(39쪽) 싶게 낯설고, “뭔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은 기분”(50쪽)이 들 만큼 가슴이 아려지는 것이다. 소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우리 일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풍경”(52쪽)처럼 머물러 있는 가족의 진짜 얼굴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마기꾼〉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전염병의 시대가 끝나지 않기를.”(55쪽) 주인공 ‘해연’은 얼굴 여드름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 당했지만, 팬데믹이 시작되고 마스크를 쓰면서 떳떳이 얼굴을 들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호감 가는 남자아이 ‘현수’의 고백을 받아 연애도 시작했다. 하지만 엔데믹 선언이 코앞이라는 뉴스를 보고 맨얼굴로 현수를 보게 되는 게 염려스러워지는데……. 신체는 물론 심리를 방어하는 “무적의 아이템”(54쪽)이 된 마스크를 통해 우리를 진짜로 강하게 만들어 주는 건 얼굴인지 마음인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랩 YO〉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끔찍한 공포도 이겨 내겠는가? 말더듬증을 앓는 소녀 ‘유리’의 랩 도전기는 바로 그러한 질문을 던진다. 유리는 엄마가 일주일간 격리하게 되어 사촌 언니 ‘은미’의 옥탑방에 더부살이하게 된다. 알아주는 모범생이던 은미 언니는 대학생이 된 이제 어딘가 불량스러워 보일 만큼 차림새가 확 변했다. 게다가 아마추어 래퍼란다. 그러한 변신에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된 유리는 랩을 배우고 빠져들며 마음속 상처를 토해 보지만, 래퍼라면 “자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완전히 드러낼”(92쪽) 수 있어야 한다는 숨 막히는 사실에 직면하고 마는데…….
〈확찐자의 꿈〉
원격 수업을 받느라 찐 살과의 전쟁을 결심한 소녀 ‘지원’의 이야기이다. 불시에 등교일자가 고지되자 지원은 팔자에 없는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복싱 미들급 국내 챔피언이자 체육관장인 아빠에게 SOS를 친다. 아빠는 체육관의 유망주라는 지원의 동갑내기 ‘만우’와 셋이서 함께 달리는 코스를 짠다. 금방 살이 찌는 체질인 지원은 최신식 휴대폰을 아빠에게 선물 받을 요량으로 아무리 먹어도 체중이 불지 않는 만우를 살찌울 식단을 제공하기로 하는데……. 왜일까, 만우와 함께 달릴수록 지원은 “살이 원하는 걸 주는 복덩이”(124쪽)라는 흐뭇한 모순에 빠져든다.
〈나비의 귓속말〉
감염병 시대를 휩쓴 차별과 배제의 이슈를 학교 폭력 문제에 예리하게 포개 놓은 감동적인 작품이다. 코로나 확진 후 한 달 동안 격리되었다가 학교에 돌아온 ‘민원’은 아이들에게 가혹한 따돌림을 당한다. 아이들이 흘끔대며 하는 귓속말에 신경이 곤두설 때면, 귀에서 거대한 나비가 날개를 퍼덕대는 환각에 지배당한다. 어느 날 ‘박복’이라는 전학생이 반에 들어오고, 그 애가 따돌림의 새로운 표적이 되자, 민원은 슬픔을 느끼면서도 거기 동조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박복이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존재와 관계’라는 만만치 않은 테마로 수렴되는 6편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첫 번째 책 《지구 아이》를 통해 “(격변하는 사회 변화를 체득한) 한 세대의 감수성으로 어떤 작품세계를 만들어 나갈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상찬받았다. 80년대생으로 IMF시대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자신의 두 번째 책으로 초국가적이고 전지구적인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한 팬데믹 세대 10대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나는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할 힘이 있다고 믿는다. 청소년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늘을 뚫고 나가기 위해 애쓰며, 미래를 향한 꿈의 실현을 그린다. 내일을 생존하기 위한 이 기록들이 청소년들에게 이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혼자 던져져 겪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_작가의 말에서
신기한 건 제일 뒷장에 그려진 악보였다. 그 악보는 이미 기보 스타일이 잘 숙련된 최근의 흔적 같았다. 그런데 왜 기억나지 않을까? 곡을 몇 번이나 갈팡질팡하며 고쳐 쓴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이 곡에 얼마만큼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만했다. 그런데도 제목을 쓰는 칸은 텅 비어 있는 게 이상했다.
(중략)
건반을 칠 때마다 음표를 그릴 때의 감정이 조금씩 떠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 큰일을 앞둔 때의 애타는 초조함,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끄러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흘러넘쳤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건 고백을 앞둔 사람의 마음이었다.
“갔다 올게.”라고 인사하지만, 사실은 우리 집에 가끔 오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리 양보해도 집에서 함께 사는 동거인 정도? 그래서 아빠만 보면 낯을 가렸다. 아빠의 품에 안긴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라고 불러 본 기억도 까마득했다.
나는 커튼 밖으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손그림자가 아빠 얼굴에 닿았다. 그림자로 아빠의 코를 꽉 잡았다. 드르렁 푸시시, 아빠의 코 고는 소리가 잠깐 멈췄다. 엄지로 중지의 끝부분을 튕겨 이마에 딱밤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해서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속으로 킥킥 웃어 댔다. 아빠가 뭔가를 느꼈는지 몸을 뒤척였다. 잠에서 깨어나는 건가 싶어서 손을 내리고 몸을 움츠렸다.
잠시 후, 소파에서 끄응 하고 앓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아빠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빠 그림자가 기다랗게 거실에 가로누웠다. 나는 그림자 어깨에 손가락을 올려 툭툭 두드렸다. 달빛이 그림자를 감싸는지 어둠이 조금씩 옅어졌다.
살아가는 이유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매일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내곤 했다. 이유라고 해 봤자 항상 보잘것없을 만큼 사소했다.
길을 걷다 본 꽃이 예쁘니까,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니까, 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니까,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으니까,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볼 수 있으니까, 학교에 가지 않아 좋으니까 등등.
그러면서 죽어야 할 이유도 함께 떠올렸다. 봄꽃이 우수수 땅에 떨어져서, 꽃샘추위가 싫어서, 누군가가 버린 마스크가 발에 채서, 집에서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고양이가 도망쳐 버려서, 학교 건물은 입김에 사라지지 않아서 등등.
어딘가 하찮다는 면에서 사는 이유와 엇비슷했다. 그래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렇지, 그렇지, 속엣말로 중얼거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현주
2017년 제1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고, 청소년 소설집 《지구 아이》를 출간했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할 힘이 있다고 믿기에, 그 희망의 근거를 찾아 기록하는 이야기꾼이 되길 꿈꾼다.
목차
미나의 바이러스
그림자놀이
마기꾼
랩 YO
확찐자의 꿈
나비의 귓속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