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시리즈 7권. 중견 작가 부희령이 펴낸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의 발가락을 게걸스럽게 핥아 대는 털북숭이 멍멍이들, 예의 없게 덥석 손을 내밀어 남의 털을 헝클어뜨리는 막돼먹은 사람들 사이로 ‘필요한 거리를 지키며 혼자 살아가는 당당함’을 즐기는 고양이 사람을 제시한다. 그러고는 의존형 인간으로 길러지는 오늘날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길을 되묻는다.
이 책은 기존 청소년 소설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설의 화자가 고양이라는 점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가 문명 비판적 성향을 지닌 고양이라면, 부희령의 고양이는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의 소유자로, 독특한 자기만의 삶을 꿈꾸며 사는 고양이이다. 아니, 한술 더 떠 인간을 길들이려는 야심을 가진 고양이이기도 하다.
야옹이는 홀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새까맣고 어린 고양이다. 아직 어려도 제법 고양이다운 냉소와 독립심을 지닌. 그러던 어느 날, 야옹이는 민영을 만나게 되고 한눈에 민영이 ‘고양이 사람’임을 알아보게 된다. 민영은 야옹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야옹이는 민영과 함께 살 것을 꿈꾸지만, 민영은 야옹이를 가차 없이 팔아 버리는데….
출판사 리뷰
“외롭지만 않다면, 가슴속에 늘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위험이나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야옹이는 홀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새까맣고 어린 고양이다. 아직 어려도 제법 고양이다운 냉소와 독립심을 지닌. 그러던 어느 날, 야옹이는 민영을 만나게 되고 한눈에 민영이 ‘고양이 사람’임을 알아보게 된다. 민영은 야옹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야옹이는 민영과 함께 살 것을 꿈꾸지만, 민영은 야옹이를 가차 없이 팔아 버리는데…….
작가 부희령은 주인의 발가락을 게걸스럽게 핥아 대는 털북숭이 멍멍이들, 예의 없게 덥석 손을 내밀어 남의 털을 헝클어뜨리는 막돼먹은 사람들 사이로 ‘필요한 거리를 지키며 혼자 살아가는 당당함’을 즐기는 고양이 사람을 제시한다. 그러고는 의존형 인간으로 길러지는 오늘날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길을 되묻는다.
출판사 서평
중견 작가 부희령이 청소년 소설 ‘고양이 소녀’를 펴냈다. 이 소설은 작가인 부희령의 인도 여행 경험을 통해 탄생했다. 부희령은 오래 전 인도에 머문 적이 있다.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한 친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허겁지겁 그를 찾아왔다. 그 친구는 그에게 자기가 생활하고 있던 오두막집에 죽은 새끼 고양이가 목이 잘린 채 뒹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친구를 돕기로 결심한다. 그는 비닐 봉투며, 장갑 따위를 마련해서 함께 새끼 고양이의 시체를 치우러 갔다. 수고양이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려는 본능에서 저지른 일이었다. 그는 그때 보았던 죽은 새끼 고양이의 끔찍한 모습을 한동안 잊을 수 없었다. 그 기억은 부희령의 머릿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마침내 한 편의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고양이 소녀’는 기존 청소년 소설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설의 화자가 고양이라는 점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가 문명 비판적 성향을 지닌 고양이라면, 부희령의 고양이는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의 소유자로, 독특한 자기만의 삶을 꿈꾸며 사는 고양이이다. 아니, 한술 더 떠 인간을 길들이려는 야심을 가진 고양이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에게 발톱을 잘리는 것도 싫고 가짜 나무를 긁어 대고 싶지 않아. 장난감 쥐를 쫓아다니고 싶지도 않고, 푹신한 쿠션 위에서 자고 싶지도 않아. 물론 저 문 밖으로 나가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만약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난 쓰레기통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저 바깥세상이 내 자리라면, 힘들더라도 난 그걸 받아들일 거야.(p.90)
남녀 주인공의 설정도 독특하다. 여자 주인공인 민영은 도둑고양이를 잡아다가 고양이 동호회 회원들에게 파는 중학생이다. 민영에게 고양이는 귀염둥이 애완동물이 아니라 돈이 되는 물건일 뿐이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일반 규범 따위를 신경 쓰는 모범생은 결코 아닌 것이다. 중학생이지만 아름다운 용모를 무조건 선호하는 사회적 편견에 비판을 가할 만큼 조숙한 면도 지니고 있다.
민영이는 다시 모니터를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무조건 예쁘고 봐야 해. 예쁘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니까. 그래서 예쁜 것들은 다 싸가지가 없지만 말이야.”(p.42~43)
남자 주인공인 한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다. 대안 학교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지로 중학교를 그만 두는 아이는 아직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시선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힘들었어. 난 언제나 남의 눈치만 보면서 무엇이든 누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하기 싫은 일도 없는 내가… 싫어져서…….(p.120)
고양이와 민영, 그리고 한을 연결시키는 고리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고양이 소녀’이다. 고양이 소녀 혹은 고양이 사람이란 고양이들이 살면서 꼭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고양이 소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녀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쓸데없이 한데 뭉쳐서 살잖니? 서로 할퀴고 물어뜯으면서도 떨어질 줄 모르지. 하지만 고양이 사람들은 달라. 우리처럼 필요한 거리를 지키며 혼자 살아가는 당당함을 즐기지. 고양이 사람들은 같이 살기에 가장 좋은 동물이라고 하더라.(p.14)
고양이 소녀가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당하고 쿨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그리고 그 고양이 소녀가 부유하고 모범적인 소녀가 아니라 고양이를 훔쳐다 팔고 세상에 냉소적인 민영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독자는 이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린 민영은 왜 그렇듯 세상에 냉소적인 아이가 된 것일까?
물론 민영에게는 이유가 있다. 민영은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하여 살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민영에게는 친구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유일한 희망인 친구도 사소한 다툼 끝에 부산으로 전학을 간다. 즉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버려진 민영은 혼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민영을 고양이 소녀로 인식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영이 통과 의례를 겪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즉 민영은 혼자이기는 하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여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은 이제 민영이 자신만의 당당함을 되찾는 과정을 설명한다. 한과의 우정, 어머니와의 짧은 재회, 친구와의 만남 등은 민영이 당당하게 홀로 서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그 과정을 겪은 민영은 이제 더 이상 혼자인 아이가 아니다. 그러한 민영의 상태는 고양이의 말을 통해 드러난다.
혼자 살아가려면, 추위와 눈보라뿐만 아니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위험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늘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가만히 보면, 서로 물고 뜯고 할퀴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어울려 사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있을 때, 저 벽 너머에 민영이가 자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내 가슴은 따뜻해졌다. 민영이와 할머니, 한이와 다른 사람들도 내가 민영이에게 느끼는 따뜻함을 서로에게 품고 있는 게 틀림없다. 외롭지만 않다면, 가슴속에 늘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위험이나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p.177)
고양이는 자신에 대한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기실 민영과 한에 대한 이야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섣부른 화해를 꾀하지 않는 데 있다. 민영은 고양이를 기르지도 않고, 고양이도 민영에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민영은 어머니와 화해하지도 않고 한과의 관계도 별다른 발전이 없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홀로 선 민영은 언젠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화해하게 될 수도 있고, 세상과의 화해를 포기하고 홀로 험한 길로 향해갈 수도 있다.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제 겨우 홀로선 당당한 민영이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인 부희령이 불완전한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시대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저자 : 부희령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어떤 갠 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소설 집필을 하며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꽃》 《고양이 소녀》 등이 있으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원챈스》 《모래 폭풍이 지날 때》 《새로운 엘리엇》 등 여러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