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목덜미를 타고 턱 아래쪽까지 이어진 화상 자국 때문에 영원은 한여름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입는다. 5년 전 ‘가해자’가 던진 불붙은 종이에 영원은 심부 2도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12세의 나이로 소년 법정에 섰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영원은 어느 날 그 녀석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데뷔까지 남은 시간, D-14. 영원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녀석에게 뒤늦은 복수를 결심한다. 과연 영원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시작은 재밌어야 하니까!
시간 순삭, 마음 든든한 내 인생의 첫 소설16부 작 드라마도 1시간짜리 요약본으로 보는 시대에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독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글 호흡이 긴 장편 소설은 마음먹고 펼쳐야 하는 정도다. 이런 시대에서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문학을 재미있게 접할 수는 없을까? 시작하는 소설, ‘시소’는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다림의 짧은 소설 시리즈이다.
시작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100페이지 이내의 짧은 분량으로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일러스트를 통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지금 청소년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관심 가지는 주제로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책을 덮은 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쌓여 가는 완독 경험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알아 가는 데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깊어지는 독서 경험만큼 넓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며 ‘시소’ 시리즈가 그 시작에 함께한다.
“녀석의 미래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기고 싶었다.”
소년법이 보호하지 못한 소년의 복수가 시작된다.목덜미를 타고 턱 아래쪽까지 이어진 화상 자국 때문에 영원은 한여름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입는다. 5년 전 ‘가해자’가 던진 불붙은 종이에 영원은 심부 2도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12세의 나이로 소년 법정에 섰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영원은 어느 날 그 녀석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데뷔까지 남은 시간, D-14. 영원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녀석에게 뒤늦은 복수를 결심한다. 과연 영원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돼?”
오롯이 피해자의 몫으로 남겨진 상처에 대하여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일컫는다. 촉법소년이 되면 소년 보호 재판을 받아, 최소 보호 처분을 받거나 최대 소년원에 2년간 송치된다. 하지만 재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피해자는 알 수 없다. 재판 결과 또한 피해자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전과 기록조차 남지 않는 재판 결과는 가해자의 장래, 신상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오롯이 피해자만 고스란히 그 상처를 떠안게 된다. 책은 이러한 소년법의 제도적 문제를 꼬집으면서 소년범의 그늘에 가려진 피해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으면 잘못의 주체가 모호해진다. 심할 경우, 피해자는 자신이 그런 일을 겪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영원의 끝없는 자기혐오와 낮은 자존감은 소년 범죄의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드러낸다. 반대로 죗값을 치렀다며 가해자 지후와 지후 엄마가 영원에게 보이는 당당한 태도는 청소년 가해자가 소년법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 그 딱지 아래 남겨진 심리적 고통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괴롭힌다. <얼룩>은 법정 뒤에 남겨진 이러한 실상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작은 희망을 남긴다. 줄곧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던 영원은 지후에게 학교 폭력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의 글을 읽고 용기를 낸다. 피해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하기로 다짐한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드러냄으로써 시작될 영원의 새로운 복수가 기대된다.

지후가 불이 붙은 종이를 휙 날렸다. 그리고 불이 붙은 종이는 영원의 가슴팍에 닿았다. 아앗! 소리 지를 새도 없었다. 온몸이 뜨겁게 달구어지는 듯했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버렸다.
“우와아아!”
아이들은 눈과 입을 크게 뜨고 벌린 채 영원을 쳐다보았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인마, 너 주취 폭력 현행범이라 바로 집어 처넣을 수도 있는데, 초범에 소년범이라 봐주는 거야.
다음에 또 이러면 법원 소년부로 넘어갈 수도 있어. 알았어?”
경찰관이 꽤나 봐주는 척 목청을 높였다. 영원의 얼굴이 스르르 구겨졌다. 법원 소년부 따위, 영원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영원은 소년법과 소년범 편에 선 법원 소년부를 경멸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피해자’는 없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이랑
2006년 황금펜아동문학상과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도권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 이런저런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 《1분》과 창작 동화 《거울 마녀와 마음의 구슬》 《이레의 마지막 24시간》 《수상한 별장의 비밀》 《일주일 회장》 《절대 딱지》 《게임 파티》 등의 책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