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29권. 이상권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표제작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삼겹살」, 「시인과 닭님들」 ,「젖」 총 네 편의 중단편 소설을 함께 묶었다. 네 편의 소설은 동식물의 생존이 곧 사람의 생존임을 보여준다. 생태 문제는 목숨을 받고 세상에 나온 뭇 생명체들이 지닌 본질적인 것이지만 곧 사람의 생명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돼지, 닭, 다람쥐, 소처럼 인간과 가까이에서 살아온 동물을 등장시켜 조류독감, 구제역 등으로 상징되는 생태문제를 건드린다. 특히 「시인과 닭님들」은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실명소설로 야생의 본능을 지닌 토종닭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담하면서도 실감 나게 풀어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중학교3학년 국어교과서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수록
생태 이야기꾼 이상권이 불러낸 강렬한 생명의 목소리
인간의 살이 되고 노래가 된 동물들
버림받은 이 땅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바치는 작은 위로…
이상권 작가의 신작 소설집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성인식』 『하늘을 달린다』 『사랑니』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에 이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대표 작품이다. 표제작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삼겹살」 「시인과 닭님들」 「젖」 총 네 편의 중단편 소설을 함께 묶었다.
이상권 작가는 한국의 대표 생태소설가로 이 책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에서는 돼지, 닭, 다람쥐, 소처럼 인간과 가까이에서 살아온 동물을 등장시켜 조류독감, 구제역 등으로 상징되는 생태문제를 건드린다. 특히 「시인과 닭님들」은 작가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한 실명소설로 야생의 본능을 지닌 토종닭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담하면서도 실감 나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그리는 거대한 동심원…
그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네 편의 소설
「삼겹살」 「시인과 닭님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젖」 네 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임에도 자연의 강렬한 힘과 회복력, 혹은 파괴성을 경험하면서 현실의 안온한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삼겹살」에서 ‘오빠’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모범생으로 명문대에 입학해 부모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엄친아’로, 주인공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 하지만 군대에서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의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면서 그를 떠받치고 있던 가치관은 붕괴된다. 그리고 단순한 모범생에서 벗어나 ‘무엇이 잘 사는 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인물로 변화한다.
「시인과 닭님들」의 ‘시인’은 토종닭들이 보이는 강한 야생본능에 감동하면서 자신의 절망을 털고 일어날 힘을 얻는다. 자연과 인간이 주는 갖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닭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로우며, 시인의 집으로 보내진 닭들이 홍수와 조류독감을 이겨내고 몇백 마리로 불어나는 장면은 어떤 영화의 클라이맥스보다 더 감동적이다.
다람쥐에 대한 애정 때문에 먹이를 구해주지만, 결국 다람쥐의 야생 본능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아넣자 실의에 빠지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에서의 ‘어머니’, 베트남에서 스물네 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시집 왔지만 남편은 죽어가고 집안의 소들은 구제역 파동에 몰살당하고 마는 「젖」의 ‘쩐 투윗’ 역시 그렇게 자연의 힘과 조우하게 되는 인물이다.
이상권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생태 이야기꾼이다. 그의 생태 이야기는 이제 『고양이와 다람쥐』를 통해 동식물을 넘어 인간 생명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작품 해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에 들어 있는 단편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지 못하는 소외자 내지 약자들이 주인공이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에는 표제작인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비롯해 「시인과 닭님들」, 「삼겹살」, 「젖」 등 모두 네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 있다. 네 편의 소설은 동식물의 생존이 곧 사람의 생존임을 보여준다. 생태 문제는 목숨을 받고 세상에 나온 뭇 생명체들이 지닌 본질적인 것이지만 곧 사람의 생명 문제이기도 하다.
“그럴 필요 없소. 곧 무너질 거요. 새끼 때문에, 새끼한테 조금이라도 더 젖 물리려고 버티는 거요. 저런 힘은 또 한 방이 아니라 열 방을 놔도 이겨낼 수 없소. 내 경험이오.”
그렇게 버티고 있는 어미 소를 바라다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손이 덜덜덜 떨렸고, 다른 사람들도 혀를 끌끌 차면서 안타까워하였다. 그뿐이었다. 아무도 그 소를 구원해줄 수 없었다. 어미 소는 축사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은 죽어도 좋으니까 어린 새끼만이라도 살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다가 뒷다리가 먼저 풀리면서 주저앉아버렸다. - 「삼겹살」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구덩이 근처에 있던 사병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양 이병이 떨어졌다!
돼지를 몰고 가던 양 이병이 구덩이로 떨어진 것이다. 너무 좁은 공간에다 너무 많은 돼지들을 몰아넣은 상태라서 같은 동족을 짓밟아도 달아날 곳이 없었다. 양 이병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뒤에서 달려드는 돼지의 머리에 들이받혀 다시 앞으로 꼬꾸라졌다. - 「삼겹살」
닭들은 호랑버들 가지 위에서 잤다. 꽃잎처럼 떨어지는 눈을 온몸으로 맞았다. 서로 살과 살을 맞대고 떨림과 떨림을 주고받으면서 추위에 맞섰다. 저러다가 얼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그들은 내 도움을 바라지도 않았다. 텔레비전만 켜면 전국이 조류독감으로 난리가 나 있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중 두 마리가 기침을 해댔다. 사람이 기침하는 모양새랑 똑같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눈을 맞지 않도록 지붕을 만들어주어도 그 밑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으니, 억지로 잡아서 넣을 수도 없었다. - 「시인과 닭님들」
작가 소개
저자 : 이상권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는 나만의 옹달샘이 있었고, 나만의 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고, 나만의 비밀 동굴도 있었고, 휘파람을 잘 부는 아이였다. 대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들이닥친 난독증과 우울증으로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문학이 찾아왔다. 그 시절이 내게 가장 슬펐고, 가장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가 된 뒤로도 청소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한양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지금은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동화부터 소설까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친구님』『성인식』『발차기』『난 할 거다』『애벌레를 위하여』『하늘을 달린다』『하늘로 날아간 집오리』『겁쟁이』『싸움소』 『야생초밥상』 등이 있다.
목차
삼겹살
시인과 닭님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젖
해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