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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건축가 아비지 이미지

천재 건축가 아비지
현북스 | 청소년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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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300여년 전 당시 백제의 사비성이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도시인지, 백제의 건축 기술이 이웃 나라인 왜와 중국의 양나라, 당나라까지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대단했는지, 서라벌이 얼마나 북적이고 활기찬 도시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백제와 신라의 도시로 들어가 전근대 최고 탑을 세우는 현장을 주인공들과 함께 답사해 보자.

  출판사 리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탑,
황룡사 구층 목탑을 세운 아비의 운명


황룡사 구층 목탑은 신라가 외적을 복속시킬 의지를 표명하며 세운 탑입니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제1층은 일본(倭), 제2층은 중화(中華), 제3층은 오월(吳越), 제4층은 탁라(托羅), 제5층은 응유(鷹遊), 제6층은 말갈(靺鞨), 제7층은 거란(丹國), 제8층은 여적(女狄), 제9층은 예맥(穢貊)을 상징했습니다. 이 중 5층의 응유가 신라에서 백제를 낮추어 부른 이름입니다.
의자왕과 선덕여왕이 세력을 다투던 시기에 신라가 적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탑을 완성한 이가 백제인이라니⋯⋯.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휩쓸린 사람들에게 닥친 운명은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장인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과 백제인이라는 두 정체성이 부딪치는 속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한 인간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애절합니다.

미륵사가 조성되었던 시대, 무왕이 통치하던 시대 백제는 막강했다. 특히 건축 기술이 발달해서 이웃 나라인 왜와 중국의 양나라, 당나라까지 명성이 자자했다. 적국인 신라에서조차 황룡사에 구층목탑을 세우기 위해 백제 대목장 ‘아비지’를 보내 달라 요청했을 정도였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합쳐진 작품을 흔히 ‘팩션(Faction)’이라고 한다. 여러분에게 내놓은 이 작품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비는 실존 인물이다. 정확히 언제 태어나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비는 신라 왕실의 요청을 받아 의자왕이 파견한 백제 최고의 명장이었다. (중략)
주인공 아비의 운명이 워낙 가혹하다 보니 그에 대한 민담도 많은데 대부분 자살이란 비극적 결말로 끝맺는다. 그러나 필자는 아비를 자살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 말에서

아비, 아진, 보리, 고니 네 청년이 휩쓸린 가혹한 운명에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 얻는 즐거움이 반이라면 1,300여년 전 당시 백제의 사비성이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도시인지, 백제의 건축 기술이 이웃 나라인 왜와 중국의 양나라, 당나라까지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대단했는지, 서라벌이 얼마나 북적이고 활기찬 도시인지를 생생하게 느끼는 즐거움은 나머지 반이다. 잠깐 백제와 신라의 도시로 들어가 전근대 최고 탑을 세우는 현장을 주인공들과 함께 답사해 보자.

강렬한 시작_불길한 꿈, 불길한 아이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아비 아버지 연담이 꾼 꿈. 아비가 헤쳐나가야 할 역경을 암시한다.

하늘에서 매가 무서운 속도로 활강했다. 연담이 그 모습에 놀라 낚싯대를 놓쳤다. 그사이 매가 물고기를 덥석 채 갔다.
우르릉!
커다란 쇠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큰 소리가 나더니 무지갯빛 물안개가 연못을 뒤덮었다. 물안개를 뚫고 커다란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오색 비늘을 두르고 푸른 수염을 휘날리는 용이었다. 용이 거대한 몸을 꼬며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번쩍하고 벼락이 치더니 세찬 빛이 용을 강타했다.
꾸와앙!
고막을 찌를 듯, 용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벼락을 맞은 용의 몸통에 불길이 일어나 타올랐다. 용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연못으로 떨어졌다. 커다란 물기둥이 잠시 솟았다가 사라졌다. 갑자기 세상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
그때, 매가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기 시작했다. 연담은 죽은 줄 알았던 매가 살아 있어 반가웠다. 그런데 왼쪽 날개에 불이 붙어 있었다. 매의 날갯짓이 느려지더니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다.
연담은 까맣게 그을린 매를 받았다.
“아악!”
연담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중략)
연담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에게 힘없이 말했다.
“아기 이름은 아닐 비(非)자를 써서 ‘아비’라 부르면 되겠소. 절대로 글도, 기술도 가르쳐선 안 되오. 그냥 아무도 아닌 듯 평범하게 사는 게 이 아기를 위하는 길이오.”

1,300여년 전 백제와 신라 도읍의 모습이 살아난다
당시 백제와 신라의 도읍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사비성과 서라벌이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도시인지를 알게 된다.

아비가 사비성 안으로 들어갔다. 꿈에 그리던 별세계에 발을 디뎠다. 기와집마다 드높은 처마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수막새에는 연꽃, 사람 얼굴, 도깨비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새겨져 있었다.
“어이! 저리 비켜라.”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화려한 비단으로 장식한 마차 한 대가 아비 일행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큰길 양쪽 가장자리에는 평평하고 모난 돌로 마무리한 도랑이 있어서 빗물이나 사비성에서 쓰고 버린 물이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윽고 관청이 즐비한 큰 거리가 나왔다. 그 길에는 자갈 대신 아름다운 판석이 깔려 있었다. 아비는 눈을 들어 부소산을 보았다. 그 아랫자락에 어라하가 계시는 궁궐이 있고 남쪽으로는 큰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운명은 결국 아비를 찾아온다
아버지 연담이 글도 가르치지 않고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운명에 휩쓸리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아비의 천재성은 결국 아비를 꿈이 예언한 운명으로 이끌고 만다.

박사가 보여 준 도면에는 금당, 목탑, 회랑, 중문 등 모든 건물의 위치와 길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아비는 그 도면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종이에 그려져 있지 않은, 나란히 자리 잡은 세 개의 긴 네모와 그 위에 누워 있는 또 다른 긴 네모가 보였다. 하지만 도면을 위아래로 살필수록 종이 속에 새로운 도형이 나타나 보였다.
(중략)
“모든 건물은 가운데 목탑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이 포개질 것처럼 닮았습니다. 아래쪽에 동서로 연결된 회랑의 끝과 북쪽에 짓고 있는 강당의 중심을 연결하면, 길이가 똑같은 세모가 나타납니다. 또 남쪽에 있는 중문과 북쪽의 강당, 여기에 남쪽과 북쪽에 길게 서 있는 회랑 두 쌍을 연결해 보면 모서리가 여덟 개인 팔각 모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비가 미륵사 도면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손가락으로 휘휘 선을 그으며 설명했다. 그러자 목라수 박사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내가 이것을 그린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열에 아홉은 이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 그런데 어린 네가 한 번에 찾아내다니! 정말 기특하구나.”

  작가 소개

지은이 : 임문성
2004년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며 아동문학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년에 동화책 《달빛 놀이터》를 발표했습니다. 함께 지은 책 《엄마의 날개》와 《날아라, 마법의 양탄자》에 단편 동화 〈지렁이 대작전〉을 실었고, 《일어나》에 단편 동화 〈꿈속의 방〉을 실었습니다. 아동 청소년 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병 속의 바다》 《지구를 담은 지도》 《체리나무 위의 눈동자》 등이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불길한 꿈, 불길한 아이
1. 매를 닮은 아이
2. 사비성, 운명의 부름
3. 아버지의 귀향
4. 금마저의 장인 마을
5. 유리구슬
6. 아비의 꿈
7. 파국
8. 금마저의 불길
9.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10. 아비의 귀향
11. 백제 대목장 아비
12. 서라벌의 초대
13. 재회
14. 탑을 그리다
15. 불길한 꿈
16. 밀고
17. 황룡이 솟아오르다
에필로그 바람을 타고 세상을 돌아
작가의 말 내가 사랑하게 된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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