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절망의 구』, 『초인은 지금』 등 꾸준히 특색 있는 SF소설을 써온 김이환 작가가 7년 만에 장편소설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를 발표했다. 수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이 잠든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절로 특정 시기와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이러스 관련 규제로 3년간 집에서만 생활하다 그동안 생존을 책임지던 배급이 동나자 고민 끝에 집을 나서는 주인공들에게는 ‘소심함’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제 소심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데….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소심함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 리뷰
하루아침에 전 세계가 잠들어버린 세상
그 속에서도 이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
『절망의 구』, 『초인은 지금』 등 꾸준히 특색 있는 SF소설을 써온 김이환 작가가 7년 만에 장편소설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를 발표했다. 수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이 잠든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절로 특정 시기와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이러스 관련 규제로 3년간 집에서만 생활하다 그동안 생존을 책임지던 배급이 동나자 고민 끝에 집을 나서는 주인공들에게는 ‘소심함’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제 소심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데…. 세계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소심함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 때문에 나갈 수가 없지.”
- 전 세계를 집어삼킨 수면 바이러스
팬데믹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체불명 수면 바이러스 출몰! 감염되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잠만 자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졌음에도 바이러스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몰라 더욱 이상하고 위협적이다. 순식간에 온갖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고, 사람들은 등교나 출근은 물론 가벼운 산책도 하지 못한다. 모두 집 안에서만 생활하며 정부가 배급하는 식량과 물품만으로 살아간다.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수단은 임시로 만들어진 방역 상황 사이트가 전부로, 사람들은 여기서 바이러스 상황과 그에 따른 바이러스 단계와 규제 등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팬데믹을 선언하고 모든 사람의 외출을 완전히 금지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외출할 수 없어서 불편해했지만 바이러스 감염력이 워낙 강해서 환자가 급속히 늘었고, 밖에 나갔다간 언제 감염될지 모르게 되자 누구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11p)
3년이 지난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한다. 마지막 배급이 동나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은 창밖으로 배급 상자를 들고 가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고민 끝에 바이러스 이후 첫 외출을 감행한다. 그간 모든 정부 규제와 지침을 잘 따랐던 그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처럼 소심한 사람들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모인 몇 명은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먹을 것과 의료품을 구하는 모험에 나선다. 그리고 그동안 꼭꼭 눌러놓은 사람들의 여러 욕망이 폭발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미래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잘 지내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 그럼에도 우리는 해피 엔딩을 바란다!
아포칼립스에서 쓰는 희망 일지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의 등장인물들은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그 이상으로 혹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걱정하고, 내 주장 한번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해 아무 말이나 하다 늦은 밤 혼자 이불 킥한다. 그들은 ‘괜찮다’를 달고 살지만 마음속은 헐어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공감이 되면서도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건 우리 대부분이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잘 될 거야.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야 마음이 편하잖아…. 해결할 수 없다고 믿으면 다들 절망에 빠져서 정말 아포칼립스가 되겠지. 그러니까 잘 될 거라고 믿어야지.” (254p)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한번 멈춘 세상은 곧바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람들이 꿈꾸었던 엔데믹과 실제의 엔데믹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품었을 법한 질문에 작가는 이해와 존중을 통해 성장하고 힘을 얻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답한다. 팬데믹 시절에 우리가 바랐던 것은 친구들과의 식사, 늦은 밤의 산책,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 공연 관람 같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취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빨리 지우고 싶어 벌써 잊었을 수도 있는 팬데믹 시절의 소중함과 그때 얻은 깨우침,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기억하게 해준다.
나는 정말 소심해서 탈이다.
내가 얼마나 소심하냐면, 세상이 멸망해서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어쩌면 좋을지 소심하게 고민만 하고 있었다.
“수면 바이러스 때문에….”
나는 중얼거렸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혼자 지낸 기간이 길어서인지 갑갑하면 혼잣말하는 버릇이 생겨서, 나중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도 그럴까 봐 주의하고 있었다. 얼른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수면 바이러스 때문에 나갈 수가 없지.’
수면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멸망했으니까 말이다.
나나 님은 ‘괜찮으시다면’을 말에 붙이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걸 쿠션어라고 하나,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되도록 돌려 표현해서 말했다. 아마도 배급소에서 사람을 많이 상대해서 상대방한테 부드럽게 들리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나는 나나 님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사실 내 배급은 언제 배달되는지부터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말하는 도중에 말을 자르면 나나 님 기분이 상할 것도 같았고, 땡볕에서 힘겹게 상자를 들고 가던 사람한테 내 물건은 언제 오냐고 묻는 눈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나 자신이 참 소심하다 싶으면서도, 아무튼 계속 나나 님 말을 들으며 뒤를 따라갔다.
처음 수면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을 때, 도시를 떠나서 사람이 적은 지역으로 피난을 가야 한다거나, 산속처럼 동떨어진 곳에 벙커를 만들고 숨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전쟁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왜 ‘피난’을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래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그 사람들은 정말 산속에 가서 벙커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다들 그곳에서 잠들었을까? 지우가 지리산에 사람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이환
2009년 장편소설《절망의 구》로 멀티문학상을, 2011년 《너의 변신》으로 젊은작가상 우수상을, 2017년 《초인은 지금》으로 SF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 연작소설 《행운을 빕니다》, 장편소설 《엉망진창 우주선을 타고》 등을 썼다. 그 밖에도 《지금, 다이브》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국립존엄보장센터》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목차
1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소심한 사람만 남았다니
2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편의점에 가다니
3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마트에 가다니
4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아파트에 구경을 가다니
5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주유소에 가다니
6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카페에 가다니
7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소풍을 가다니
8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생일 파티에 가다니
9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병원에 가다니
10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호텔에 가다니
11장 세상이 멸망했는데 해피 엔딩을 바라다니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