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푸른도서관 시리즈 59권. 구미호 미랑과 묘남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순수한 소년·소녀들은 편견 없이 자신과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감정에 고스란히 이입한다. 단순히 사랑만을 다룬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간 설화와 역사 그리고 무협까지 특별한 재미와 깊이를 더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추석을 맞아 여우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던 여우골 등짐장수 장 서방은 구미호에게 목숨을 잃는다. 구미호는 장 서방의 아들 묘남에게 반해 사람이 되고자 소망하는 딸 미랑을 위해 장 서방의 간을 빼낸 것이다. 묘남은 부모님의 죽음에 넋이 나가고 묘남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을 것이라 예견했던 걸레 스님은 그를 거두어 기른다.
한편 바닷가 마을에 사는 쌀례는 왜구의 침략으로 가족을 잃고 걸레 스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걸레 스님은 묘남과 쌀례에게 왜구의 침략을 대비해 무술을 가르친다. 미랑은 넋이 나간 묘남을 살리고자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어렵게 구한 백년 산삼을 묘남에게 먹인다. 묘남은 정신이 돌아오고 뛰어난 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묘남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미랑의 어머니인 구미호를 죽이게 되고 미랑은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때 요충지인 여우골을 빼앗기 위해 쳐들어 온 왜구들과 여우골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미랑은 묘남을 돕기 위해 싸움에 뛰어 드는데….
출판사 리뷰
구미호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퓨전 로맨스
최근 흥행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늑대 소년], [웜바디스]까지 모두 특별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별한 존재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와 원작 소설까지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문화 코드로 떠올랐다. 여기에 무모한 사랑까지도 뛰어넘는 소년·소녀의 사랑이라는 요소가 만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소년·소녀의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 수많은 고전 작품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다. 소년·소녀들은 인간과 다른 존재든 가문의 원수이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만큼 순수한 사랑을 보여 준다.
이런 흐름은 최신 트렌드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도 인간과 다른 존재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바로 구미호 전설이다. 인간을 사랑한 구미호의 비극적 사랑은 해마다 새로운 콘텐츠로 사랑받아 왔다.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펴낸 『여우 소녀 미랑』은 구미호 미랑과 묘남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순수한 소년·소녀들은 편견 없이 자신과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감정에 오롯이 이입한다. 순수한 사랑과 실연의 아픔 그리고 복수에 열렬히 반응하는 그들의 에너지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린다.
주인공 미랑은 구미호의 딸이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둔갑해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는 구미호 전설은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졌다. 구미호는 오로지 인간이 되기 위한 목표를 위해 인간을 미혹하고 간을 빼앗아 죽음으로 이끄는 무서운 존재로 인식됐다. 여우 소녀 미랑도 순수한 마음으로 묘남을 사모하지만, 묘남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구미호의 딸은 복수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여우 소녀 미랑과 그의 어머니는 구미호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마음을 다해 백년 산삼을 구하는 구미호의 모습에서 인간과 다르지 않은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미랑은 어머니가 죽을힘을 다해 구한 백년 산삼을 사랑하는 묘남에게 먹이고 자신은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다. 묘남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미랑의 어머니를 죽인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아파하면서도 묘남이 위험에 처하자 그를 위해 달려가는 미랑은 그 어떤 인간보다 고귀한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보여 준다. 김자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누구도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죽어도 좋다는 마음’에 대해 우리가 꼭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우 소녀 미랑』은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어른들과 사랑의 의미를 배워 나가는 청소년들에게 참다운 사랑을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고전이 될 것이다.
로맨스를 바탕으로 설화, 역사, 무협을 아우르는 아주 특별한 4중주
『여우 소녀 미랑』의 매력은 단순히 사랑만을 다룬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간 설화와 역사 그리고 무협까지 특별한 재미와 깊이를 더했다는 점이다.
여우의 변신 설화를 주요 모티프로 한 이 책은 조선 시대 임진왜란 발발했던 즈음의 여수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방에는 지배 계층이 자신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백성을 핍박하고 있었고, 해안 마을에는 왜구들의 노략질이 빈번히 발생해 백성의 고통은 날로 더해 갔다. 여수 지방 백성들은 석창성, 호랑산성, 금성 등 많은 돌성을 쌓아 자신들의 삶터를 스스로 지키고자 했다. 작가는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여우산성’이라는 작품의 배경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이는 주인공들의 비극적 운명을 만들어 내는 촉매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쌀례(미산)가 왜구의 침입으로 온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부분에서는 가족을 지킬 힘조차 없었던 우리 조상들의 한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
묘남과 쌀례를 거두어 기르는 걸레 스님은 힘없는 백성들에게 희망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조력자다. 묘남과 쌀례가 걸레 스님으로부터 검술을 배우고 왜인 무사 후쿠이와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무협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긴장감이 넘친다. 실제로 걸레 스님과 같이 스님으로 구성된 승병들은 임진왜란 당시 어느 훈련된 군대 못지않게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방마다 민간 병사들을 키워 내는 구심점 역할을 맡아 백성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구미호마저 승복하게 하는 걸레 스님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젓하게 자라난 묘남은 여우골 사람들에게 마을을 지켜 내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영웅적 존재다. 그러나 걸레 스님은 나라를 위해 내 고장을 위해 목숨을 건 모든 이들이 진정한 부처라고 말한다.
『여우 소녀 미랑』은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독자들이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한다. 주인공들이 사랑과 역사적 아픔 그리고 시련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재미의 차원을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의 근원에는 ‘고난과 시련을 스스로 견뎌 낸 우리 조상들의 삶과 넋’에 숨어 있는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이 있다. 『여우 소녀 미랑』은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자칫 잊기 쉬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
미랑은 묘남이가 사라진 암자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 씩씩하던 도령이 왜 저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도령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가 있을까?’
미랑은 손가락 끝으로 눈물을 찍어 내고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어떤 수를 쓰든지 묘남 도령의 정신을 되찾게 해 주고 싶었다. 도령을 예전처럼 헌걸찬 대장부로 되돌려 놓을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불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고 칼산, 얼음 구덩이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고 목숨이 필요하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다. 미랑은 도령을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
‘백년 산삼이 있다면 도령을 구할 수 있을까?’
작가 소개
저자 : 김자환
1952년 7월 21일(음력) 전남 순천에서 출생했다. 1973년 광주교육대학을 졸업 후, 1975년 여천군 삼산면의 초도초등학교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으며 교직의 길을 걷는다.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1984년 등단 후 24년 동안 40여 권 이상의 창작집을 출간할 만큼 다작을 했다. 1981년 문학에 뜻을 두고 여수문인협회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198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참새 할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1985년 체신부와 KBS 동화 공모에 동화 <별>이 당선되었으며, 1986년 동화 <살아 있는 그림>으로 ≪교육신보≫ 학예술상을 수상했다. 1987년 단편동화 <등대지기와 흰눈이>가 제6회 계몽사아동문학상에 당선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꾸준히 열정적인 창작 활동을 하던 중 2007년 8월 ‘신경모세포종(임파선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와병 중에도 장편동화 ≪오빠≫를 탈고한 후 11월 여도초등학교를 휴직했다. 2008년 4월 장편동화 ≪조아조아 방송국≫을 출간한 후 8월에는 여도초등학교를 퇴직했으며 33년 6개월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그해 10월 장편동화 ≪떴다 떴다 비행기≫를 대교눈높이 문학상 기성작가 부문에 응모한 후 12월 1일 지병으로 영면했다. 2009년 1월에는 유작이 된 단편동화집 ≪거짓말이야≫가 간행되었다.
목차
한가위
쌀례
걸레 스님
원
백년 산삼
쌍검
은빛 여우 미랑의 한
먹구름
사랑이란 아픔
여우산성
물빛 눈동자
여우고개
짚신 두 짝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