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탐 청소년문학' 서른네 번째 작품. 인스타 셀럽이자 학교 최고 스타 유진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악플러가 자신의 쌍둥이라는 것을 알고 명하는 피해자 유진과 동아리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학교도, 선생님도, 경찰도, 엄마도 다 믿을 수 없게 된 소녀들이 세상 한복판에 뛰어들어 자신들만의 싸움을 해 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조리한 학교와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태도에 낙담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직접 해결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녀들의 투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소설 속에 나오는 유진의 일기를 통해 사건 당사자로서 유진의 심경과 갈등, 결심의 과정과 성장의 순간을 독자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명하 말고도 화자가 하나 더 등장하는데, 바로 주인공의 가족을 지켜보는 새이다. 비인간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이해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흥미롭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설재인 작가의 생생한 학교 현장 묘사와 여성 청소년 캐릭터의 개성 있는 모습이 돋보이는 《소녀들은 참지 않아》는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출판사 리뷰
가해자의 가족인 엄마와 나, 우리가 서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가해자라면? 그 피해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이고, 엄마는 우리 학교에서 아주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면… 엄마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며, 어떻게 처신할까?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작가는 《소녀들은 참지 않아》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휘말릴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사건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내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믿었던 쌍둥이에게 느낀 배신감 혹은 환멸이 충돌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 독자는 마치 자신의 고민인 것 마냥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만다. 여학생들의 롤모델이었던 쿨한 선생님인 엄마 모습과 가해자 아들을 둔 엄마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악화되는 모녀 관계를 계기로 주인공 명하는 엄마의 틀을 벗어난다. 그리고 성장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때로는 그 여정이 혼란스럽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 갔다.
학교라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범죄가 무마되는 근래의 여러 사건들과 은닉의 수법들이 낯설지 않게 소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교칙이 없는 학교에는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으며, 기록도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학교를 위해 이사장 이하 선생님들의 동의 및 묵인으로 오랫동안 행해졌던 일이었다. 명예에 집착하는 학교 이사장은 학교 폭력 없는 청정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건들을 무마시켰다. 현실을 부정하며 유지해 온 거짓말 같은 학교가 건강할 리 없다. 도덕성을 상실한 권력자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좋지 못한 지도자들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담임은 학생들 편에 서지 않고, 자신의 지위 보전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장 믿었던 선생님은 가해자의 엄마 위치에 서자 이제까지 했던 말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소녀들은 이런 모습에 크게 낙담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등단 전 학교에서 수학 선생님으로 일했던 설재인 작가는 그 경험 덕분에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었으며 아주 예리한 시선으로 학교와 소설의 개연성을 면밀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함께 싸우자 손잡아 준 친구, 언니 들과의 연대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학교생활을 해 왔던 친구의 사건 소식은 그들이 서로 친했는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것, 이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함께 공감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뜻을 함께한 친구들이 모이니 더 큰 뜻을 이룰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것, 연대라는 가치의 기쁨이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어른들의 무시와 무관심과 다르게 주인공 친구들을 환대해 주는 또 다른 어른들, 대학생 언니들도 있었다. 기꺼이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해 주고 이들의 안전을 확인하며, 친구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게 발 벗고 나서서 결정적인 무대를 마련해 주는 일을 해 주었다. ‘우리도 얻는 게 있어서 하는 거야.’라고 했지만 댄스 동아리 친구들은 언니들의 깊은 뜻을 알 것 같다. 가여운 피해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어린 동료 시민의 아픔을 함께 해결하고자 연대하는 모습에 소녀들은 어른에 대한 실망을 지우고 다시 신뢰를 회복해 간다.
함께 좋은 세상에 살기를 소망하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면 세상이 결코 그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나, 열다섯 살, 사춘기 방황 한 번 없이 평탄하고 즐겁게, 청소년 드라마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주은희 씨를 진짜진짜 사랑하던 귀여운 딸 장명하는 이제 나의 두 손으로 주은희 씨에게 아물지 못할 상처를 주려 한다.
나는 한 번도 험담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동조하지 않았고 읽기만 했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채유진의 험담을 열심히 한 친구들이 그 애의 계정에 응원 댓글을 다는 걸 보면 도덕적 우월감이 들었다. 친구들의 이중성과 나의 투명함을 내심 비교하며 내가 개중에서는 제일 나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설재인
한때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했으나 사표를 내고 나왔다. 글을 쓰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재능 없는 복싱을 조금 더 성실히 하는 편.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캠프파이어』 『범람주의보』,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