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옛날부터 왕치(메뚜기과의 곤충)는 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소새(물새의 일종)는 주둥이가 뚜우 나오고, 개미는 허리가 잘록 부러진 것은 아니다. 이들이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된 것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탁류>와 <태평천하>의 채만식이 쓴 글에 그림을 더했다.
개미와 소새와 왕치가 한 집에 살았다. 개미는 지금이나 그때나 부지런했고, 소새는 성질이 좀 괴팍하고 인정머리가 없었으나 자기 앞가림에는 도가 텄다. 문제는 바로 왕치. 파리 한 마리 건드릴 힘도 없는 약질이라 일도 못하면서 먹는 것은 남의 배로 먹는다. 거기다 성질까지 고약하니 문제가 안생길 수 없겠다.
어느 가을, 개미와 소새가 늘 놀고 먹기만 하는 왕치를 골탕먹일 생각에 사흘씩 돌아가며 잔치를 벌이기로 한다. 첫째날은 개미가, 둘째날은 소새가, 마지막 날은 왕치가 맡기로 한다. 1941년 「문장」에 발표한 우화 소설을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책으로 꾸몄다.왕치는 뭐든 핑계를 대고서 대충 넘어갈 생각이었으나,보니 소새의 팽팽한 눈살이 안 될 말이었습니다.잘 먹은 죄가 이렇게 크구나 생각하면서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우선 들로 나가 보았습니다.넓은 들에는 벼만 가득히 익고 농군들이 벼를 거두기에 바빴지, 보아야 만만히건드릴 만한 거라곤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벼 이삭만 한 웅큼 주워 갈 수도 없었습니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