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탐 청소년 문학 시리즈 35권. ‘지구 멸망’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앞두고, 현실을 원망하거나 좌절에 빠지는 대신, 이 현실을 최대한 이용해 죽기 전까지 ‘오늘’ 할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중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수학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수학가게’ 시리즈로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무카이 쇼고 작가의 작품이다.
《멸망 지구학 클럽》은 멸망을 앞둔 지구가 배경이다. 110일 뒤면 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이 실종되고, 세계 어디에도 봄을 맞이하는 활기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멸망 직전에만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실행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멸망 지구학 클럽’이라는 독특한 명칭의 동아리 멤버들이다.
자유분방한 부장 다마카, 신중한 생물 팀장 아오, 실력 있는 물리 팀장 세쓰나, 마지막 신입 부원 철학 팀장 마사요시까지. 그들의 꿈은 지구에서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는 것! 포기와 절망 대신 자유와 행복을 선택한 아이들의 마지막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멋지게 죽는 방법을 찾자
우리는 멸망 지구학 클럽이니까!
지구와 요성 델타가 충돌한다는 건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화성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퍼지던 소문은, 2년 전 국제 우주국의 발표로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 발표가 끝나자마자 세계 곳곳에서 폭도로 변한 사람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아오와 친구들이 사는 일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선택된 극소수만이 탈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대피소에 들어가면 살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순진한 기대를 건다. 그렇게 한바탕 폭동은 수그러들고, 불안 속 평범한 일상은 계속된다. 물론 세상엔 희망이 없다.
학교에서는 자습이 일상이지만 학생들은 변함없이 학교에 나온다. 수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고, 야구나 축구를 한다. 도서실이나 야외에서 책을 읽고, 연극부는 연습에 매진한다. 이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는 일상을 누구보다 ‘즐기는’ 이들이 ‘멸망 지구학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하루하루 줄어가는 목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멸망’ 직전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멸망해 가는 현실을 원망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그 현실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멸지부’의 활동 방침은 역설적으로 ‘멸지부’가 멸망이 아닌 삶을 탐구하는 동아리임을 보여 준다.
채소와 토끼를 기르고,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지구를 파멸시킬 요성 델타를 관측한다. 산속의 빈 오두막을 거대한 카메라로 개조해 자신들의 사진을 남긴다. 부장 다마카는 후속 연구로 세계 폭동이 시작된 시점부터 멸망 직전까지의 역사를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다만 역사를 잘 아는 멤버가 없기에 다마카가 점찍은 중학생 ‘마사요시’를 마지막 멤버로 영입하면서 ‘멸망 지구학 클럽’의 마지막 활동 ‘지구 종말사’ 정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어른이 될 수도 없고, 꿈도 이룰 수 없는 세상
대피소에 갇힌 채 죽을 것인가, 자유롭게 죽을 것인가
선택은 오로지‘나’의 몫
대피소로의 피난 일정이 알려지며 이야기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대피소가 정말로 안식처일지 아니면 지옥일지 알 수 없지만, ‘멸지부’ 멤버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 다른 선택을 내린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도망치든 도망치지 않든 아오와 친구들은 죽는다. 대피소라는 감옥에 갇힌 채 죽을 것인가. 밖에서 자유롭게 죽을 것인가. 그 선택일 뿐이다.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도, 절망의 외침도 없다. 삶도 죽음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멸망을 앞둔 세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지구가 멸망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어른들은 선택받은 일부만을 태우는 ‘화성 로켓 계획’으로 분열한다. 정부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언론과 통신을 통제한다. 극소수의 일부를 제외한 누구도 선택되지 못한 상황임에도 대다수는 대피소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국가의 발표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일 테지만, 멤버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선택의 권리로, 마지막을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
국제 우주국이나 국가의 음모와 은폐, 그를 파헤치는 어른들의 암투는 배경으로 제시될 뿐 주인공들의 활동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한다. 멤버들은 세계를 구원하리라는 거대한 담론을 제시하거나, 화성 이주를 둘러싼 음모를 파헤쳐 인류를 위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늘 어떤 일로 즐겁게 하루를 보내며, 의미 있는 날을 보낼 것인가에 집중한다. 갓 태어난 동생의 성장을 볼 수 없고, 어른이 될 수도 없고, 꿈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마지막을 선택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지구를 멸망시킬 요성 텔타에 무너지지 않고 관찰하며 그를 이용해 오늘의 삶을 다져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패배주의자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중하는 어찌 보면 살아가기 위한 나름대로 가장 현명한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지구가 존재하든 소멸하든, 이들에게는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 준 동아줄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2년간 매주 수요일마다 아오를 찾아오는 다마카, 아오와 다마카를 만나 물리학의 쓸모를 찾은 세쓰나, 다마카 곁에서 마침내 되고 싶은 것을 찾은 아오, 책 속으로 파고들다 연대의 빛을 깨달은 마사요시까지. 이들이 진행하는 연구가, 누군가는 의미 없다 폄훼할지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건 자신을 믿는 멤버들의 의지 때문이었다. 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마다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책 속 주인공들도 모두가 처음부터 똑같은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목적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살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뭉쳤다. 그렇기에 오히려 삶의 가치를 매 순간 인식하고, 선택의 권리와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며, 죽음의 불안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어떻게 신경을 써.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하면 되는 거야. 지구는 우리를 위해 멈춰 주지 않으니까.”
그들의 미래는 분명히 있었다. 단 100일 남짓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아오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마사요시와 함께 밤을 헤치며 미끄러지듯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아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아주 조금 품게 됐다.
“저는 동생이랑…… 가족과 함께 보낼게요.”
“그래……. 헤어지는 게 섭섭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마웠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뭔가를 조금 이뤄 낸 것 같은, 이제는 가슴을 펴고 당당히 미사의 오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작가 소개
지은이 : 무카이 쇼고
1989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일본수학올림픽 예선에서 A랭크를 수상했고, 본선에 진출했다. 좋아하는 분야는 수열이다. 검도 5단으로, 대학에서는 검도부 정규 선수로 전국 일본학생검도우승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어서 오세요! 수학가게입니다》로 제2회 포플라사 소설 신인상을 받고 2013년 데뷔했다.
목차
화성의 저녁노을은 붉지 않다 7
지구의 마지막 신입 부원 모집 30
그래서 그는 발돋움한다 78
암시장에 있는 것과 없는 것 120
공부하자, 종말사! 175
멸망 로맨티시즘 195
한정판 우주여행 티켓 222
마을이 피난하는 날 284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방식 329
옮긴이의 말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