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청소년이 알고 싶은 엄마 이야기 『우리 엄마는 왜?』『우리 엄마는 왜?: 인간적으로 궁금한 엄마의 이해』는 청소년을 위한 엄마 이야기, 엄마와 십대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복잡한 감정에서 출발해 사회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매매를 경험한 십대들과 10년 넘게 만나면서 두 권의 책(『길을 묻는 아이들』『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을 쓴 30대 중반의 연구자 김고연주는, 이번에 우리 주변의 십대들을 인터뷰해 엄마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여성주의.사회학의 언어와 연결해, 십대의 눈에 비친 교육.노동.소통.가족.젠더.섹슈얼리티 등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꼭꼭 숨어라』,『벽이』 등으로 알려진 오승민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섬세한 감정과 복잡한 상황을 힘 있게 전달한다. 하나의 키워드에서 시작해 논의의 폭을 넓히며, 어떻게 살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청소년 교양 문고 ‘구르는돌’ 시리즈 첫 번째 책.
■ 부모와 십대 사이, 왜 십대는 이해의 주체가 될 수 없을까가정은 학교와 더불어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엄마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을 제외하면, 청소년 입장에서 엄마를 생각하는 청소년 인문교양서는 없다. 엄마(부모)의 입장에서 십대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서들이 ‘좋은 부모’나 ‘자녀 교육’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며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청소년을 부모가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고정시켜 놓고, 청소년 또한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이 처한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는 눈마저도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해소라는 소박한 심리학적 틀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엄마에 대해 궁금히 여기는 것, 이해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엄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른 관계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 때문에 고민하는 문제들을 더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 엄마는 왜?: 인간적으로 궁금한 엄마의 이해』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청소년을 소통 과정에서 배제하는 부모들의 이야기, 어른들의 일방적인 이해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심리 상담으로 환원되기 쉬운 부모와 자녀 이야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엄마 이야기, 엄마와 자녀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복잡한 감정에서 출발해 사회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매매를 경험한 십대들과 10년 넘게 만나면서 두 권의 책(『길을 묻는 아이들』『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을 쓴 30대 중반의 연구자 김고연주는, 이번에 우리 주변의 십대 열세 명을 인터뷰해 엄마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여성주의.사회학의 언어와 연결해, 십대의 눈에 비친 교육.노동.소통.가족.젠더.섹슈얼리티 등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 엄마 이해의 요령, 가족과 사회 속에서 엄마를 이해하면 관계가 달라진다십대에게 ‘엄마’는 골칫거리고 의문 부호다.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기에, ‘엄마’는 가장 자주 부딪치고 갈등을 빚는 존재다. 엄마는 “자애롭고 희생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는데, 우리 엄마는 일반적이지 않다. 엄마가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고, 엄마의 언행을 이해하기 힘들다. 엄마란 사람은 도무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운 좋게 엄마와 죽이 잘 맞더라도, 사랑하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괴로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엄마의 태도만큼이나 십대의 태도 또한 이해하기 힘들거나 모순투성이이다. 엄마가 나에 대해 잘 모르면 “엄마는 그런 것도 몰라?”라고 화를 내다가도, 엄마가 뭔가를 물어보면 “엄마가 알아서 뭐하려고?” 하면서 짜증을 낸다.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에 숨이 막히지만, 막상 신경 써 주지 않으면 서운하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왜?』는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말을 건다. “다 엄마가 이상한 탓이야.”라고 쉽게 단정을 짓는 대신,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무엇이 엄마와 나의 관계를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자고 부추긴다.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엄마의 개인적 성향, 우리 집에서 엄마의 역할, ‘엄마’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에 부응하려는 엄마의 노력, 그리고 엄마에 대한 나의 반응이 상호작용”(9쪽)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 중심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 발짝 나와서 엄마를 엄마 자신, 가족, 그리고 사회와 연관 지어 생각”(11쪽)하면 엄마에 대한 이해는 훨씬 깊어진다.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며, 그것도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인간이다.
이렇듯 이 책은 엄마를 이해하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알려 주는 실용적인 인문교양서이다.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갈등 해소의 기술이나 직접적인 위안을 전달해 주지는 않지만, 여성주의와 사회학의 언어를 통해 엄마 개인 또는 엄마와 ‘나’의 관계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엄마를 향한 모호한 마음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해 주고, 십대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추출해 더 큰 그림을 그려 준다. “엄마가 그러는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우리 엄마만 이런 게 아니구나.”, “엄마와 나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공감과 이해의 순간을 이끌어 낸다. 『꼭꼭 숨어라』,『벽이』 등으로 알려진 오승민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섬세한 감정과 복잡한 상황을 힘 있게 전달한다. 열세 명의 인터뷰 외에도 신문 기사, 소설, 드라마, 영화, 웹툰 등 풍부한 사례로 친근하게 읽히는 것도 장점.
■ 십대, 알다가도 모르겠는 우리 엄마 심층 탐구에 나서다1장의 탐구 주제는 ‘공부’다. 저자는 “엄마는 공부하란 말밖에 몰라.”라는 불만과 “날 위한다지만 엄마 만족일지도 몰라.”라는 의심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들려준다. 대학 입시와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강남, 영어, 핸드폰, 자퇴, 학벌 이야기가 인터뷰로 삽입되어 있다. 저자는 엄마가 왜 자퇴에 반대하는지, 왜 그토록 학벌에 신경을 쓰는지 엄마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고, 좋은 학벌이 경쟁과 생존에 유리하며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통념을 비판한다. 그리고 엄마가 교육에 목을 매는 이유로,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길이 ‘어머니’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2장의 탐구 주제는 ‘엄마의 일’이다. 직장과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엄마는 일하느라 나한테 관심도 없어?” 하고 치미는 서운한 감정의 실체를 밝혀 본다. 엄마가 일해서 20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준서, 비 오는 날 엄마가 우산을 들고 데리러 온 친구들이 부러웠던 지현이, 일하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해야 하는 가영이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저자는 엄마가 집안일과 돌봄을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워킹맘들을 위해 가족과 사회가 그 책임을 나눠 갖자고 말한다.
3장의 탐구 주제는 ‘소통’이다. “엄마는 괜찮지만, 아빠랑은 좀 어색한데…….”라는 난처함의 이유로, 저자는 장시간 노동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성 역할을 지적한다. 한편, 엄마는 아빠보다 더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소통이 더 잘되는 것 같지만, 십대는 엄마를 알려고 하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간적으로 궁금증을 가져 보자고 제안한다.
4장의 탐구 주제는 ‘가족’이다. “우리 가족은 ‘정상’이 아닌 것 같아.”라는 우울함의 정체를 규명한다. 저자는 ‘비정상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며, 이혼한 집 아이라고 교사한테 의심받던 은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엄마의 일을 도왔던 정은이의 경험을 통해 사회에서 무시와 차별을 받는 싱글맘의 현실을 지적하고, 다르지만 행복한 가족의 사례로 외할머니, 엄마, 딸 넷으로 이루어진 혜진이네 가족의 일상을 보여 준다.
5장의 탐구 주제는 ‘가부장제’다. “엄마는 왜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라는 답답함에 답한다. 어려서는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희생을 당연시했고, 결혼하고 나서는 가족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게 당연한 엄마와 할머니들의 삶을 돌아본다. 저자는 십대들에게 엄마들의 집안일을 감사히 여기고, 엄마만을 위한 투자를 소중히 여겨 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남아 선호 사상을 벗어나려는 엄마들의 영향으로 알파걸이 된 딸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고 남자들은 열패감에 시달린다며, 가부장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6장의 탐구 주제는 엄마와 십대들의 ‘꿈’이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데, 그렇게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에서 출발해, 엄마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려준다. 태민이는 엄마가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인 교사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고, 혜진이는 엄마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엄마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경미는 엄마와 갈등을 빚으며, 자신이 ‘완벽한 어머니’를 기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마를 한 명의 인간으로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엄마를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로 묶어 놓아선 안 된다며, 가만히 엄마의 ‘이름’을 떠올려 볼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엄마가 엄마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십대도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엄마의 기대와 욕망에서 벗어나 ‘심리적 독립’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 청소년의 목소리, ‘엄마’와 함께 우리 사회를 말하다‘엄마’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엄마를 부탁해』(2008)나 『엄마 수업』(2011)처럼 ‘엄마’를 내세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면서 대학과 군대와 회사까지 간섭하는 ‘매니저 맘’이 사회 문제가 된 데 이어,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엄마’를 자처하는 시대가 열렸다. 과잉 교육열과 과잉 모성, 가족 해체, 저출산 문제를 아우르며, 여전히 ‘엄마’는 우리 사회를 읽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키워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엄마’를 둘러싼 이슈들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가 처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엄마가 가장 가깝게 체감되는 현실인 청소년들은 어떨까?
『우리 엄마는 왜?』는 청소년이 엄마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엄마, 그리고 엄마가 위치한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기록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열세 명의 십대들을 인터뷰해서 이들이 엄마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십대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엄마라는 개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무엇이 부당하거나 답답하다고 느끼는 엄마의 행동을 만들어 냈는지, 근원적인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 언어를 찾고 있다. 가령, 큰누나가 예상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큰 부담을 느끼게 된 태민이는 “풍수”, 엄마가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지 않는 게 답답한 주원이는 “통념”이라는 말을 통과해서 사회적 관습의 불합리함을 드러내고, 그것을 넘어서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표현한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이 각각의 말버릇과 구어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태민: 아, 그때 엄마한테 엄청 비교 많이 당했어요. 작은누나도 비교 많이 당했고. 그리고 친척들 만나면 잘하냐고 막……. 그거 제일 먼저 물어보시고. 아,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설날이나 추석이. […]
Q: ‘우리 사회는 왜 딸이 잘하면 아들은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할까?’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태민: 아, 있어요. 그게 다 풍수 탓인가? 아니면 다 그렇게 생각하나? 옛날부터? 그래서 저는 제발 그런 고정관념은 버렸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다 잘해요? 못하는 사람도 있으면 잘하는 사람도 있지. 솔직히 엄마도 아들이 잘해야 한다고 믿고 저를 엄청 믿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좀 많이 실망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여자들이 잘하면, 인정해야 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받을 거는 본받아야 되고. 그래야 될 거 같아요. _188쪽
주원: 어, 엄마가 개인적으로 돈이 없다는 게 아쉽기는 했어요. 이건 좀 최근에 든 생각인데, 그러니까 돈을 벌면 자기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엄마는 아빠보다 개인 돈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적어요, 제가 보기에는. 아빠는 20만원 정도고 엄마는 5만원 좀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엄마가 지갑에 돈을 채우고 다녀도 엄마 돈은 식재료나 그런 거 사는데 써 버리니까.
Q: 엄마가 본인이 번 돈을 개인적으로 쓰실 수 있다면 어디에 쓰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주원: 친구도 좀 만나고 다니고 뭐 그런 일. 저희 엄마가 전주에서 올라오시다 보니까, 어렸을 때 사귀었던 친구는 다 지방에 있어요. 또 그때 당시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 따라갔잖아요. 뭐라고 그럴까. 그때 통념이 여자가 남자를 따라가는 거였고. 엄마도 아빠 따라서 시흥까지 올라온 거고. 엄마 친구분들 다 그렇게 됐대요. 다 흩어진 거죠. _198쪽
이렇게 저자는 십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육, 노동, 소통, 가족, 젠더, 섹슈얼리티, 꿈 등의 키워드를 뽑아냈다. 그러면서 인터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실질적으로 십대들의 삶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엄마는 왜?』는 단순히 십대가 자신의 엄마에 관해 이야기한 책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는지, 사려 깊은 연구자가 ‘엄마’를 매개로 십대들과 함께 대화한 흔적이다. 청소년의 눈으로 갈팡질팡 그려진 우리 사회의 지도인 셈이다.
■ 돌베개 청소년 교양 문고 ‘구르는돌’ 시리즈 첫 번째 책『우리 엄마는 왜?』는 돌베개 청소년 교양 문고 ‘구르는돌’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구르는돌’의 캐치프레이즈는 ‘내 마음에 파릇한 싹이 틀 때까지!’로, 하나의 키워드에서 시작해 논의의 폭을 넓히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교양 문고이다.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작은 질문, 사소해 보이지만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문제를 각권의 주제로 잡아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탐구하는 책을 다채롭게 소개할 예정이다.
『우리 엄마는 왜?』를 첫 책으로, “자원봉사는 도대체 왜 하는 거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사회 참여의 문제를 고민하는『자원봉사(가제)』 등이 계속 출간된다.
저는 엄마에게 느끼는 애증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분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애증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당연한 관계로 고착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제가 엄마에게 애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엄마와 소통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십대 시절에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엄마를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로 취급했던 것 같아요. 엄마에 나에게 얼마나 헌신하는지, 내가 원하는 걸 얼마나 해 주는지 따위에만 신경 썼을 뿐, 엄마가 왜 저런 언행을 하는지, 엄마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엄마는 행복한지 등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엄마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신경질만 내고 있었죠. 또 엄마와 따로 살게 된 스무 살부터는 나 사느라 바빠서 엄마에게 무관심했고요. 엄마는 내가 소홀해도 언제나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항상 제일 뒷전이었죠.
저는 엄마를 정말로 사랑하면서도 엄마와 소통도 하지 않고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제가 후회스럽고 마음이 무척 아파요. 가족과의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일단 관계가 굳어지면 좀처럼 바뀌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저처럼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는 왜?』를 읽으면서 ‘나’ 중심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 발짝 나와서 엄마를 엄마 자신, 가족, 그리고 사회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기를 바랄게요. 그렇게 하면 아마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도 엄마라는 퍼즐을 조금씩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영찬: 형이랑 같이 잤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때쯤에는. 그런데 밤에 잘 때 진짜, 카세트가 있잖아요? 밤에 잘 때 카세트를 틀어 놔요. 영어 테이프를 틀어요. 아니 그럼 밤에 잘 때 뭔 말인지 졸리니까 시끄럽기만 하고 진짜 아, 미치는 줄 알았어요. […]
영찬: 아, 진짜 시끄럽다고 했는데 엄마가 말 안 들어요. 시끄러워서 잠 안 온다고 전혀 쓸모없다고 해도.
Q: 아…, 그렇게 얘기해도 그냥 무시하고?
영찬: 네. 아, 근데 엄마도 그냥 튼 것 같아요, 좀……. 그러고 나서 포기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언젠가부터 안 틀었거든요.
Q: 되게 좋았겠네요?
영찬: 아, 근데 그게 보통이잖아요, 원래. 그게 정상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좋을 것도 없죠. 원래 정상인데. 그게 정상으로 돌아간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