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46권. 이 땅에서 설 곳을 잃어 가는 사투리를 알레고리로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세태를 재치 있게 꼬집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은 사투리에 대한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주인공 연정과 ‘사투리 귀신’을 통해 보여 준다.
사투리 귀신은 연정이 이사 온 동네의 빈집에 나타나는 귀신으로, 손꼽히는 아나운서였던 빈집 며느리의 혼령이다. 하루라도 사투리로 말하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났던 그 며느리는 가족들로부터 홀대받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연정과 죽은 며느리의 사정을 겹쳐 보이며 연정이 긍정적인 자세로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타인과 슬기롭게 연대하는 모습을 발랄하게,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연대의 의미를 깨닫는 우리 청소년들을 능란한 필치로 그려 낸 남상순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사투리를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외침
중견 작가 남상순의 신작 『사투리 귀신』이 창비청소년문학 46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땅에서 설 곳을 잃어 가는 사투리를 알레고리로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세태를 재치 있게 꼬집는다. 미술 대학 진학의 꿈을 안고 시골에서 올라온 주인공 연정은 사투리를 무시하고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세상에 긍정과 태평함으로 맞서며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동네의 빈집에 나타난다는 ‘사투리 귀신’의 사연을 알게 된 후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 빈집을 복지 센터로 만들며 새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힘차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연대의 의미를 깨닫는 우리 청소년들을 능란한 필치로 그려 낸 남상순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존재의 의미를 타인에게서 찾도록 종용하는 사회 비틀어 보기
『사투리 귀신』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아야만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나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모습,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상으로 비치도록 꾸미는 일이 잦다. 작가 남상순은 바로 이런 사회의 모습을 비틀어 보기 위해 표준어와 사투리의 역학 관계를 은유로 사용한다. 표준어만을 공식적인 발화 형태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사투리는 촌스럽고 저급한 언어라는 편견에 시달리며 설 자리를 잃어 간다. 『사투리 귀신』은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은 사투리에 대한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주인공 연정과 ‘사투리 귀신’을 통해 보여 준다. 사투리 귀신은 연정이 이사 온 동네의 빈집에 나타나는 귀신으로, 손꼽히는 아나운서였던 빈집 며느리의 혼령이다. 하루라도 사투리로 말하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났던 그 며느리는 가족들로부터 홀대받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연정과 죽은 며느리의 사정을 겹쳐 보이며 연정이 긍정적인 자세로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타인과 슬기롭게 연대하는 모습을 발랄하게,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희망은 찾는 곳에서 피어난다
반듯하고 깨끗한 도시 그리고 그 한가운데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빈집. 연정은 빈집에 깊은 인상을 받고 모두가 귀신 붙는다며 꺼리는 그곳에 성큼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계약 친구 영교와 함께 빈집에 매일 찾아가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연정과 영교는 이런 행위가 바로 빈집의 ‘얼굴’을 찾기 위한 일이라고 말하며 공간도 마음을 주고 관심을 주면 마음을 연다고 말한다. 『사투리 귀신』에서 집의 얼굴을 찾으려는 노력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모색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폐가가 다시 반짝거릴 수 있는 집으로 탈바꿈할 희망의 씨앗을 뜻한다. 아이들은 결국 동네 어른들을 설득하고 모금 운동을 벌여 빈집을 복지 센터로 만드는데, 그곳은 살아 있는 것은 뭐든 소중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연정이 희망을 찾는 것은 빈집에서뿐만이 아니다. 연정의 아빠는 친구로부터 배신당한 후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정신병을 얻었다. 연정은 이런 아빠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큰집에 얹혀살게 된 처지이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빈집을 고치며 한층 성장한 연정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내일을 단정 짓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작가 남상순은 이런 아이들을 통해 희망은 찾는 곳에서 피어난다는 것,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힘써 덤벼 보는 게 인생임을 역설한다.
괄호 ― ‘우리’의 다른 이름
『사투리 귀신』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왕따’ 문제를 들여다본다. 사투리가 표준어에 밀려 제자리를 잃은 것처럼 이 작품 속에는 다수가 속한 집단에 끼지 못하고 밀려난 사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남상순은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괄호’라는 은유를 사용해 함께 묶어 낸다. ‘괄호’는 ‘우리’의 다른 말로 ‘안’과 ‘밖’, ‘우리’와 ‘우리가 아닌 다른 것’을 구분해 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사투리는 괄호 밖에 있는 것이며, 사투리를 쓰는 연정도 괄호 안에 들어올 수 없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 병원에 입원한 연정의 아빠도, 독특한 성격으로 아이들이 피하는 영교도 괄호 밖에 존재한다. 이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죽기 살기로 괄호에 속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 구분 짓기, 편 가르기의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은 낙오자로 치부된다. 『사투리 귀신』은 이 같은 악순환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 있는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가 소개
저자 : 남상순
경북 문경의 속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왕복 8km씩 걸어서 다녔다. 등교할 때는 4km의 산길을 20분 만에 주파했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두세 시간 걸릴 때가 허다했다. 자연을 재료로 온갖 놀이도 하고 이야기판도 벌이면서 길 위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멀리 산 너머에서 기적소리가 들릴 때 다른 세계를 상상해 보았는데, 문명은 그렇게 상상을 통해서만 왔다. 어른이 되어 첫 번째로 쓴 단편소설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를 통해 작가가 되었다. 『흰뱀을 찾아서』, 『동백나무에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 『희망노선』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소설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을 출간했다. 2000년 이후 아동청소년문학에 흥미를 느껴 장편동화 『이웃집 영환이』, 『특별한 이웃= ㅁ』, 『코끼리는 내일 온다』를 썼고, 청소년소설 『나는 아버지의 친척』, 『사투리 귀신』, 『키스감옥』,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인간합격 데드라인』, 『스웨어 노트』 등을 펴냈다. 현재는 아차산 밑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시간이 나면 산과 공원을 헤매고 다니면서 이야기를 구상한다. 제17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목차
1. 자양로 56길 20번지는 빈집이다
2. 어머, 네가 여긴 웬일이니?
3. 내 방 앞에 펼쳐진 드넓은 옥상
4. 복도에서 생긴 일
5. 믹서와 견적과 신앙심
6. 빈집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그녀는
7. 법적인 모순
8. 빈집의 얼굴을 찾아라
9. 슈퍼 아줌마가 말하는 할머니 사연
10. 사슴은 그렇지 않아
11. 나의 적당한 친구들
12. 색시는 왜 자살했을까
13. 노란 나무 대문 집 할머니의 진술
14. 큰엄마의 분노
15. 초심 돌아보기
16. 가은읍 전곡리 243번지도 빈집이다
17. 하룻밤 새에 달라진 것들
18. 연을 보았습니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