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영어덜트를 위한 로맨스 판타지 장편소설 『심장이 뛰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면』이 'YA!' 시리즈 스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로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허달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트와일라잇』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뱀파이어’가 ‘타임슬립’과 만난다. 거리가 멀어 보이던 두 소재를 새롭게 엮어 내며 더욱 다차원적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첫 장편소설답지 않은 작가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독특한 장르적 융합은 하이틴 로맨스 특유의 감수성과 만나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는 영어덜트 독자에게 매우 중독적인 이야기로 변모한다.
출판사 리뷰
심장이 뛰지 않는 소년과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소녀의 위험한 만남어릴 적, 앞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던 소년이 소녀의 학교에 전학을 온다. 오래전부터 소년을 좋아하던 소녀는 돌아온 소년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추운 날씨에 입김도 나지 않고 유달리 차가운 피부와 표정은 자신이 알던 소년과 다르다. 심지어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분명 소년이 맞는데, 소녀는 직감적으로 소년이 달라졌음을 알아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소녀의 마음속에 의심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전보다 더욱 강해진 이끌림과 함께.
반면 소년은 소녀가 당황스럽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소녀는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알지 못한다. 소년은 인간이던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뱀파이어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일이 점점 자신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소년도 알고 있지만, 자꾸 눈앞에 소녀가 아른거린다. 소년은 나를 기억한다는 그 소녀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
“같은 반 앤데, 되게 좋은 냄새가 나. 그러니까…… 뱀파이어가 참기 힘든 냄새.” (107쪽)
『심장이 뛰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면』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느끼는 행복만큼,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스러워지는 처절한 첫사랑의 감정을 ‘뱀파이어’라는 판타지적 명사로 해석한 작품이다. 두 인물의 감정선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오가며 이루어진다는 설정과 함께 아련함을 더한다. 서로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두 사람은 깊어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나도 너처럼 만들어 줘.”
같은 이름의 두 소년과 한 소녀
끝을 알 수 없는 매혹적인 로맨스작품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주요 인물은 다름 아닌 인간 소년이다. 그에게는 소년의 등장이 악몽과도 같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찾아온, 심지어 뱀파이어라는 미래의 자신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억울함, 열등감,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인간 소년은 결국 소녀의 진심을 뒤로한 채 조금씩 망가져 간다.
작가는 좋아하는 감정이 사랑하는 감정으로 넘어가며 느끼게 되는 차이점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내할 만큼 깊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소년이 인간이든 뱀파이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소녀의 진심 어린 고백은 뭉클하면서도 뼈 있는 통찰을 전한다.
같은 이름의 두 소년과 한 소녀의 만남은 다른 시간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인해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운명은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막론하고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들의 서사를 알게된 독자라면, 그럼에도 이들을 응원하며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다.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휘몰아치는 소년과 소녀의 감정을 보며 독자 역시 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해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소녀는 부모님의 이야깃거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부분 어른들의 이야기라 소녀가 흥미를 둘 만한 주제가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 대화에는 소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끼어 있었다.
“참, 앞집 돌아왔더라.”
엄마가 잊고 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하자 아빠가 밥그릇을 긁다 말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이미 뜬 밥을 반으로 나눠 입에 넣었다.
정운은 서랍 속을 뒤지며 말했다.
“전학생 안 도망가니까 눈에 힘 좀 풀라고.”
“내가 막 전학생 째려봤어?”
그때였다. 소년이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책 한 권을 들고 사뿐사뿐 걷는 것을 소녀의 눈동자가 쫓았다. 그런 짝꿍을 보며 정운이 픽 웃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허달립
머릿속 상상을 눈으로 읽고 싶어 글을 쓰다가 2023년 한국과학문학상에 단편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가 우수작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심장이 뛰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면』이 있다. 깜냥깜냥 써 내는 글을 통해 다른 것에서 느끼지 못하는 기분을 느낀다.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쫀득한 야구 한 게임을 좋아하며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커피와 야구 같은 글을 쓰고자 한다.
목차
시간을 건너는 뱀파이어
소녀
소년
인간, 소녀
같은 사람
의심
소년, 소녀
마지막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