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98년 미국 올드타운에 사는 리리, 해외 입양을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입양비행기’를 타고 10년 전 미국에 왔다. 한국에 대해서는 ‘언젠가 수업 시간에’ 본 사진 정도의 느낌, ‘다큐멘터리 잡지에서 본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전부다. 다른 사람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생각해도 ‘굳이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는다. 생물학적 엄마에 대해서도 ‘출산인‘이라는 정도의 생각뿐 특별히 관심이 없다.
까마귀 머리를 가진 누런둥이, 배변 봉투라고 놀림 받고, 집에서는 치워야 할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다시 파양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라, 느닷없이 혼자가 될 경우에 대비해서 생존가방을 준비해 두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통해 자기가 입양되었던 1988년 서울로 가게 된다.
리리는 과거로 돌아가 자기가 입양된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리리는 입양을 막으면 힘들었던 10년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쓰레기 취급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리가 과거를 바꾸고 현재를 바꾸는 데 성공하는가 싶은 순간, 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과거를 바꾸면 힘겨운 현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외 입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 소설 리리 이야기
1950년대 전쟁 직후에 시작된 해외 입양. 전쟁고아를 해외로 보내면서 시작된 해외 입양은 경제 발전이 상당히 이루어진 1980년대에 가장 수가 많았습니다. 매해 7000명에서 8000명의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습니다.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특별히 개조한 ‘입양 비행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리리란 인물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태어난 한 아기가 실제 모델인데, 제가 어릴 적 이웃집에 살았던 아기였습니다.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되어 해외 입양을 가는 아기를 보고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독 아기를 예뻐하기도 했지만, 가족과 떼어 내 아기를 낯선 나라에 보낸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글을 쓰는 씨앗이 되었고, 해외 입양에 관한 조사를 하면서 저는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이 625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전쟁으로 인한 폐허가 복구된 지 한참 뒤인 1978년, 1979년에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아 수는 정점에 달했고,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80년대에도 오히려 60년대보다 많은 아이가 해외 입양 길에 올랐습니다. 2003년에는 미국에 입양아를 많이 보내는 5대 국가 중 가장 부유한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1988년 올림픽을 막 치른 서울에서 미국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입양된 리리
1998년 미국 올드타운에 사는 리리, 해외 입양을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입양비행기’를 타고 10년 전 미국에 왔다. 한국에 대해서는 ‘언젠가 수업 시간에’ 본 사진 정도의 느낌, ‘다큐멘터리 잡지에서 본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전부다. 다른 사람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생각해도 ‘굳이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는다. 생물학적 엄마에 대해서도 ‘출산인‘이라는 정도의 생각뿐 특별히 관심이 없다.
입양아로 미국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까마귀 머리를 가진 누런둥이, 배변 봉투라고 놀림 받고, 집에서는 치워야 할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다시 파양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라, 느닷없이 혼자가 될 경우에 대비해서 생존가방을 준비해 두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통해 자기가 입양되었던 1988년 서울로 가게 된다.
자신의 입양을 막아서 지난 10년 동안의 불행과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리는 과거로 돌아가 자기가 입양된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리리는 입양을 막으면 힘들었던 10년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쓰레기 취급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리가 과거를 바꾸고 현재를 바꾸는 데 성공하는가 싶은 순간, 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은 625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되어 1978년 1979년에 정점에 달하고 미국에 입양아를 많이 보내는 5대 국가 중 가장 부유한 나라(2003년 기준)일 정도였습니다. 리리가 살고 있는 현재 1998년은 해외 입양아들의 모국 방문이 처음으로 기획된 해이고 리리가 입양된 1988년은 올림픽을 이유로 주춤했던 해외 입양이 갑자기 7000명이나 이루어진 해입니다.
해외 입양이 시작되고 68년이 지난 2022년에야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를 외면해왔는지를 대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 입양된 아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캭, 퉤!
아빠가 푸른 눈을 부라리며 침을 뱉었다. 침은 바닥에 있는 갈색 스웨터로 떨어졌다. 나는 한눈에 스웨터를 알아봤다. 오 년 전에 집을 떠난 엄마의 옷이었다.
엄마 물건은 진즉에 버려서 없는 줄 알았는데…….
“진즉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직도 남았네. 잡종 쓰레기!”
아빠가 나에게 쏘아붙이며 골목으로 나섰다.
매운 음식을 잘 먹고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며, 조상의 성씨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나라, 한국. 전쟁으로 국토 가운데에 가시철조망이 박힌 나라. 내가 아는 한국은 그 정도였다. 언젠가 수업 시간에 한국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잡지에서 본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다였다. 나는 나를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아는 사람에게도 굳이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았다. 가는 데 열네 시간이 걸린다지만 한국은 나에게 우주의 머나먼 행성과도 같은 곳이었고, 그런 나라에서 온 나는 엄마가 버리고 간 갈색 스웨터일 뿐이었다.
“송 선생, 우리 학주 미국 가면 잘 먹고 잘 입고 호강하겠죠? 대학도 가고요?”
“그럼요. 요즘 학주 말고도 해외 입양 가는 아이 정말 많아요. 학주 엄마도 생각이 많으시겠지만, 자식을 품에 두는 것만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핑계로 자식을 방치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직접 전화해서 자기 자식 미국에 보내 달라는 엄마도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제 자식 사랑하지 않아서겠어요? 다 해외 입양이 그만큼 좋다는 거 알고 그러는 겁니다.”
아줌마도 말했다.
“텔레비전에도 나오잖아. 해외 입양 간 애들이 하바드도 가고 변호사도 되는 거. 수영장 딸린 집에서도 살고. 좀 좋아? 학주 엄마, 그만 뜸 들이고 학주 미국 보내자.”
“It’s a lie! Don’t say anything you don’t know.(거짓말! 모르는 소리 말아요.)”
내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정이
첫 단편 〈거짓말 포인트가 적립됐습니다〉가 mbc창작동화대상 공모전에 당선돼 《덩어리 선생님》에 실리며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옛이야기를 연구하는 모임인 ‘아해와 이야기꾼’에서 《옛날옛날에 산성 따라 굽이굽이》, 《옛날옛날에 문 따라 들락날락》, 《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을 함께 썼습니다. 쓴 책으로 《옛날옛날에 다리 따라 흘러흘러》가 있습니다.
목차
1. 이상한 사진
2. 구제 불능
3. 네가, 나니?
4. 배변 봉투
5. 손
6. 술래
7. 과거로 가는 규칙
8. 노 터치!
9. 전 재산
10. 두고 온 가방
11. 생일 저금통
12. 사라진 기사
13. 선택
14. 바꿔치기
15. 완벽한 생존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