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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족
박경리 장편소설
다산책방 | 부모님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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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6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다산북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뱁새족』은 박경리의 또 다른 걸작이다. 이 작품은 1967년 6월 16일부터 9월 11일까지 《중앙일보》에 약 3개월간 연재(총 75회)되었으며,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파리로 미술 유학을 다녀온 ‘유병삼’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960년대 상류사회의 세태’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팽개치고” 어쭙잖게 ‘미술평론가’라는 “상표를 붙인” 자신의 삶마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같은 태도는 타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그 잣대는 특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골육”인 누이 ‘유 여사(유신애)’에겐 더욱 명민하고 신랄한데, 틈만 나면 가차 없이 면전에서 그녀의 속물성을 까발리기 일쑤다. 그의 냉소적인 시선은 작가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눈앞에서 황금덩이가 번쩍번쩍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까, 답답하고 조갈증이 나서 저러는 거”라며, 주변인들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 끝없이 탈주하는 광경을, 부부간에서조차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지며 속물적인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펼쳐놓는다.

  출판사 리뷰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뱁새족』이다. 당대를 풍미한 1960년대 지식인의 허영과 상류계층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무한루프”를 그리는 ‘뱁새족’의 욕망과 삶을 들여다본다. 박경리만의 위트와 유머 감각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생동하고 있는 박경리 문학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6주기 추모 특별판


1957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6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가랑이가 찢어져도 황새를 따라갈려는 뱁새의 비극은
바로 그것이 희극이라는 데 있죠.”
지식인과 상류층의 위선과 허영을 꼬집는
박경리의 내공 있는 위트와 유머


다산북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뱁새족』은 박경리의 또 다른 걸작이다. 이 작품은 1967년 6월 16일부터 9월 11일까지 《중앙일보》에 약 3개월간 연재(총 75회)되었으며,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파리로 미술 유학을 다녀온 ‘유병삼’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960년대 상류사회의 세태’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팽개치고” 어쭙잖게 ‘미술평론가’라는 “상표를 붙인” 자신의 삶마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같은 태도는 타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그 잣대는 특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골육”인 누이 ‘유 여사(유신애)’에겐 더욱 명민하고 신랄한데, 틈만 나면 가차 없이 면전에서 그녀의 속물성을 까발리기 일쑤다(“귀부인이고저 하고, 여류 명사이고저 하고, 청렴결백한 인격자이고저 하는 그 화장이 너무 짙어서 회벽이 되었다면, 그건 흉물이지 어디 미인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의 냉소적인 시선은 작가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눈앞에서 황금덩이가 번쩍번쩍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까, 답답하고 조갈증이 나서 저러는 거”라며, 주변인들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 끝없이 탈주하는 광경을, 부부간에서조차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지며 속물적인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펼쳐놓는다.
처세에 능하지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도 못하는 유병삼에게 “단순하고 배짱 좋고 만사를 자기 편리한 대로 해석하고 약고 재빠르며 능청스런 그네들”, 즉 뱁새족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들과 “공범자”가 되지 않고서는 대학에 변변한 자리 하나 얻을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뱁새족)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줄과 재력, 심지어 결혼까지 이용해 어떻게든 ‘황새’가 되어 더 높은 계급, 계층으로 도약하려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러한 헛된 노력들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면서 절망에 빠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들 눈에는 그들의 비극적 삶이, 채플린의 영화처럼 한 편의 희극으로 느껴질 뿐이다.
기존 출간된 박경리의 장편들은 비극적인 연애나 결혼, 한국전쟁, 전쟁미망인의 삶 등 다소 밀도 있는 서사와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낸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뱁새족』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다. 작가의 현대적 감각과 유쾌한 필치,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박경리 문학의 색다른 매력과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허기가 들어서 저러는 거다……
욕망 무한, 실로 욕망 무한이로다.’
교활함은 필수, 교양과 체면은 선택
순진하고 정직한 것이 ‘악덕’이 된 사회


다섯 개의 장 중에서도 특히 「3. 객실 풍경」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이사장님 댁 사모님”이자 외양부터 “돈이 남아돌아가는 계층의 여성”인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은숙 여사’의 주도로 그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데, ‘뱁새족’들이 각자의 속내를 감추고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세상을 살아가려다 보면 때론 “원수 같은 사람도 친한 체하고 가까운 사람도 먼 것처럼 꾸미는 일”이 허다하며 “소위 정치의 냉혹함과 마찬가지로 사교계에 있어서도 그 이치가 통”용된다. ‘은애 여사’는 상당한 재력과 연줄을 쥔, “재빠른 계산”과 “결코 현실을 거역하지 않는 약삭빠름”, “하찮은 것이라도 목적을 정하기만 하면 그것을 위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가짜배기 자존심”을 장착한 ‘최상위 포식자’다. 병삼은 누이의 ‘영리함’과 “권력과 금력, 명성이 지닌 권위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 현실성과 바탕에 착한 면이 있어 음모를 꾸미는 일이 없고 중상모략을 깊이 삼가는 그 신중성이 신뢰를 얻”어 그녀의 신임을 얻었을 거라 판단한다. 유 여사는 은숙에게 기대어, 동생 병삼의 교수직과 더불어 은숙의 동생이자 미국서 유학한 디자이너 ‘은애’와의 결혼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
병삼은 이를 부정하지만, 그 역시 당대의 ‘뱁새족’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이가 마련해놓은 기반 위에서 생활하면서 “재능도 없으면서 천재가 되어보겠다고 파리까지 비싼 여비 쓰고 갔다 온 놈”인 병삼을 포함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그러하다. “졸업장 한 장 우물쭈물 얻어둔 덕택으로 학자 행세하게 된 인사”인 M대학 교무처장 ‘홍재철’, 정략결혼도 불사하고 “남의 재산을 계산”해 “장래의 대재벌을 꿈꾸는” 사업가 ‘박영수’, 전직 고관에 “국회 출마, B당의 공천을 노리”면서 “건달”처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고” 아내 몰래 “살림을 차린 여자”가 있다는 ‘차영호’, 현실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사랑의 순결을, 사회의 정의를 목마르게 외치”는 시대착오적인 친구 ‘양두연’, 여배우가 “용모도 연기도 신통치 않”으면서 “정조만 제공하면 황홀한 스타의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착각에 빠진 두연의 정인 ‘강순미’, “사십을 넘은 황혼의 미모”를 무기로 또 한 번 인생 역전의 “호사를 바라보는” ‘김윤이’, 웃음을 팔아 모은 “한밑천으로 사내 발목을 묶어놓”고 “어부인으로 승격”되리라 믿는 요정의 마담……. 사실상 이들 모두가 뱁새족이며, 이는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들이 ‘뱁새족’이나 다름없음을 작가가 선언한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박경리는 자신마저도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듯하다. 연재에 앞서 그는 ‘작가의 말’(《중앙일보》 1967년 6월 14일자)에서 이렇게 술회한 바 있다. “작중인물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쭉 뻗은 성격을 그리고 싶었”으나, “끝내 모든 등장인물은 희화로 멀어지고 맹렬히 조롱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괴롭다”고, “남의 이야기인 동시, 지금 이 시점에서 남들과 함께 열심히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경우도 물론 조롱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며 자화상임을 어찌 부정하겠”느냐고 말이다.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물고 뜯고 싸우는 세상”, 하지만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밤은 찬란하여 불빛과 별빛이 꿈같”다. “이 땅이 가난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판잣집도 지게꾼도 보이지 않는 서울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광대이기 때문에 슬픈 거다……
슬프고 비참하지 않고서 어찌 남을 웃기겠는가.’
예술가에게 고독이란 형벌이 아닌 창조의 근본
박경리가 그린 예술가의 고뇌


『뱁새족』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예술가소설’로서의 한 측면이다.
병삼은 S대학 강사일 적에 친구 ‘양두연’의 부탁을 받는다. 두연이 자신이 운영하는 극단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일을 도와달라기에, “이름 석 자를 대면 제법 알아보는 실업가의 저택”에 그림을 봐주러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약장수” 꼴이 되어 망신만 당한다. 그 기억이 잊힐 즈음, 그 집 딸이 자신의 수업에 들어오면서 소녀가 자신을 볼 때마다 “순 엉터리, 약장수, 겉멋 들린 건달이”라고 하는 환청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그림 장수 짓을 한 과거의 일이 부끄러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그 자리를 그만두고 방황하게 된다.
후반부에서 유병삼이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날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는 “고독하게, 철저히 고독하게 작품과 대결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것은 오랜 꿈이었고 그 꿈을 향하여 한국을 떠났”지만, “철저히 고독할 수도 없거니와” “이방의 거리를 헤매는 것은 무서웠고, 낙엽을 밟으며 혼자 가는 마음에는 절망 이외 아무것도 없었”으며, “더러운 다락방은 자살 아니면 미칠 것 같은 충동을 주었다”고 고백한다. 재능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는 젊은 예술가의 절망과 고독, 우울과 자살 충동 등 ‘예술가소설’에서 나타나는 ‘예술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고독과의 대결이 절망이며, 그 끝에서 예술을 버린 일은 유병삼의 성격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 ‘고독’은 작가 박경리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던 것 같다. “고독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참 이상한 일 아닙니까?”라며 박경리 역시 예술가에게 고독은 창조를 낳는 “틀이며 본(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연은 낙향하고 병삼은 ‘화상(畫商)’이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역시도 작가로서의 삶이, 예술가로서의 욕망이 실현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그것은 고독과 절망, 창조에 따르는 고통의 무게를 견딘 후에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임을 넌지시 던지는 메시지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저기 줄을 놓아서 마련한 자리를 떠밀어내도 안 나와야 하는 건데 뭐가 잘났다고 사표를 내고, 한다는 소리가, 아이구 기가 막혀. 그래 불란서까지 갔다 와가지고 시민금고냐? 차라리 노랑 바가지 쓰고 시청 앞에 가서 길이나 쓸어라. 아이 치사스럽다!”
조그마한 주먹을 쥐고 열이 나 못 견디겠다는 듯 유 여사는 동생을 노려본다. 순간 병삼의 눈이 싸늘해졌다. 칼끝처럼 날카롭고 잔인한 눈에 장난기나 조롱 같은 것은 싹 가셔졌다. [……]
“남의 앞에서 화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귀부인이고저 하고, 여류 명사이고저 하고, 청렴결백한 인격자이고저 하는 그 화장이 너무 짙어서 회벽이 되었다면, 그건 흉물이지 어디 미인이라 할 수 있겠어요?”

“이제 부자들도 고상해질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아차 이것은 오발이었구나 생각했을 때,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부인은 완연히 불쾌한 낯빛이었고 양두연은 당황한 나머지 지금껏 마시고 반쯤 남은 커피에다 설탕을 처넣으며 범벅을 만들고 있었다.
부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불쾌한 낯빛을 펴고,
“그럼, 여태까지 부자들은 모두 천박했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만해두었음 좋았을 것을,
“아아, 아닙니다. 저, 그, 그 벼락부자 말이죠. 아니 저 해방 후 탄생한, 아니 전후에 탄생한 부자들 말입니다.”
이거 나올 돈도 안 나오겠다 생각하니 병삼은 초조했던 것이다. 양두연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우린 해방 후의 부자예요. 아니 육이오동란 후죠, 정확히는.”
부인은 피부를 바늘로 찌르듯 말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경리
본명은 박금이(朴今伊).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 이후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파시』(1964~1965) 등 사회와 현실을 꿰뚫어 보는 비판적 시각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의 집필을 시작했으며 26년 만인 1994년 8월 15일에 완성했다. 『토지』는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는 한국 문학의 걸작으로, 이 소설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되며 미완으로 남았다.그 밖에 산문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일본산고』 등과 시집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1996년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해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을 운영하며 문학과 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썼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받았다.2008년 5월 5일 타계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목차

1. 유신애의 집
2. 매만 보고 가는 사나이들
3. 객실 풍경
4. 아마릴리스
5. 다이아몬드와 오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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