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삶의 불가항력과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쓸쓸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시인은 그저 목격하고 견딜 수밖에 없었던 상실과 이별의 시간을 통과한 후, 그 아픈 기억들을 끌어안고 가장 슬픈 자리마저 긍정하는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하여 생의 통증에 매 순간 흔들려도 제 자리를 지키려는 안간힘이 시를 햇살의 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게 한다.
출판사 리뷰
“사랑이었음을 잊어버린 이 외로움은 얼마나 더 안락해질까”
단정한 어조와 그윽한 서정이 결합한 시의 깊은 맛
이운진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저녁 잎사귀처럼 알게 될 때』에는 삶의 불가항력과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쓸쓸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시인은 그저 목격하고 견딜 수밖에 없었던 상실과 이별의 시간을 통과한 후, 그 아픈 기억들을 끌어안고 가장 슬픈 자리마저 긍정하는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하여 생의 통증에 매 순간 흔들려도 제 자리를 지키려는 안간힘이 시를 햇살의 방향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게 한다.
무엇보다 시인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단정하고 절제된 형식으로 시의 본령을 지키는 시편들은 삶의 고통을 회복하는 언어의 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운진의 시집을 읽으며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독자 역시, 저마다 자신의 가장 외로운 곳을 여미면서 가능성으로 비어 있는 내일을 기다리게 되리라 믿는다.
바람, 은행 잎, 숨결과 어둠
이런 식으로 가을이 지나가요
창백한 한 사람을 위해 가을이 짧아져요
그게 가을이 한 일이에요
삶의 가장 어여쁜 시간
그런 건 거짓말이지만
―「가을 편지」 부분
고요히 서 있는 담장에
별을 닮은 꽃을 그리고 강물을 그리고
우리에게 어긋난 것은 길이 아니며
상처 깊도록 어긋난 것이 시간은 더욱 아니라고 적어둔다면
먼 훗날
네게 기도가 필요해지는 날에야 읽을 수 있을 것
초승달의 곡선 같은
열 걸음이 끝나면
날 부르지 마, 날 알지 마
―「열 걸음」 부분
북쪽으로 난 너의 창이 막지 못할 폭우
내게 필요한 만큼의 울음으로
비를 데리고 너에게 가서
비처럼 한바탕 쏟아지고 싶다
만약 비속에 멍울이 있다면 그건 나이고
만약 비속에 아늑함이 있다면 그것도 나라는 걸
알 때까지
―「비를 데리고 너에게 가서」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운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남. 동덕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 졸업. 1995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함. *저서 : 시집 『톨스토이역에 내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타로카드를 그리는 밤』 『2월의 눈은 따뜻하다』, 에세이집 『여기, 카미유 클로델』 『시인을 만나다』 『고흐씨, 시 읽어 줄까요』, 디카시집 『당신은 어떻게 사랑을 떠날 것인가』, 청소년도서 『셀카와 자화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가 있음. *수상 : 2016년 사계절 청소년 교양도서 원고공모 우수상 2019년 제5회 디카시 작품상
목차
시인의 말
제 1부
포도잼 | 상강(霜降) | 열 걸음 | 야상곡(夜想曲) | 가을 편지 | 푸른 성운에서 보내는 안부 |초록의 온기 | 마음 여행자 | 작약 | 저녁 잎사귀처럼 알게 될 때 | 비를 데리고 너에게 가서 | 꽃차 | 화분이 있는 방 | 어둠이라는 이 단어 | 소쇄원에서 쓰는 묵서
제 2부
처서 무렵 | 앵강만 | 까치집 | 유고 시집을 받고 |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 너의 반항이 옳다 | 가을 햇빛 속에는 | 미학적인 식사 | 나의 불의에 대하여 | 숯내가 나는 꽃밭 | 눈 속의 폐역(廢驛)에서 | 반성 | 내력(來歷) | 나무와의 일박(一泊) | 사실, 나는 | 하염없는 날
제 3부
사랑의 우화 | 이팝나무의 저녁 | 달 여인숙 | 눈 안에 있는 사람 | 만년설(萬年雪) | 억새꽃 사이에서 | 6월의 어느 날 저녁에 | 검은 자서전 | 4월 | 사랑이 흐른 뒤 | 돌무지 | 석모도, 석양 | 온통 모순 | 우리처럼 | 달콤한 어둠
제 4부
묶인 새 | 엄마의 집 | 물속의 여자 | 그 후 | 맹렬한 여름 | 꿈속의 봄날 | 나를 쓰다 | 2년 8개월 30일 밤 | 그럴 수 있다면 | 늦은 바람 속에는 | 완경(完經) | 옛 골목 | 늙은 호박 하나 | 가장 조용한 봄
발문(跋文) : 김겸 ― 피지 마, 부르지 마, 알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