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약사도, 의사도, 환자도, 모르는 게, 약!늙어도 살쪄도 작아도 피곤해도 약 먹으라는 사회,
가난한 사람이 만들고 부자가 먹는 약을 파는 제약 회사,
신자유주의 의료 민영화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정부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쓸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들려주는 진짜 약 이야기
약 되는 약, 돈 되는 약, 병 되는 약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들려주는 똑똑한 약 이야기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하다. 그나마 피로 회복제와 에너지 드링크 덕에 버틴다. 나이 드니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아프다고 쉴 수는 없다. 가끔 병원도 가고 몸에 좋다는 약도 먹으며 건강을 관리한다. 새로 나온 약은 비싼 만큼 효과가 좋다고 한다. 감기 걸린 아이에게 잘 듣는 약을 빨리 먹이니 기침도 멈추고 콧물도 덜 흐른다. 일하고, 병을 치료하고, 공부하고, 키 크고, 건강해지려고 우리는 오늘도 약을 먹는다.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는 한국 우리 사회에서 약과 돈과 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짜 약 이야기’다. 1990년에 창립해 의약품 안전성과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약이 꼭 필요한 사람들부터 안 먹어도 되는 약을 먹는 사람들, 돈 되는 약만 팔려는 제약 회사들, 약이 있어도 받지 못하는 환자들까지 약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 여러 사회적 재난을 겪으며 큰 변화를 맞았다. 부작용 보고와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 환자 안전 관리 보고 등이 도입돼 시행되는 등 보건 의료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출간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치르고, 콜린알포세레이트 퇴출 운동을 벌이고,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태를 예견하는 등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 한국 사회의 오늘을 따라잡기는 힘들었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도 개정판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모인 필자들은 변화된 현실을 고려해 최신 데이터로 업데이트하고 내용을 손봐 새 옷을 입혔다. 이 책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새롭게 들려주는 똑똑한 약 이야기다.
639원짜리보다 효과 좋은 10원짜리 ― 제2의 글리벡보다 국영 제약사가 필요한 이유1부 ‘삶과 약’은 아플 때뿐 아니라 늙어도 살쪄도 작아도 피곤해도 약을 찾게 하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병이라 여기게 하는 안티에이징 산업이 노인 차별과 여성 차별에 연결된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해답을 발기 부전 치료제에서 찾는 남성들의 현실도 꼬집는다. 또한 심각한 부작용이 염려되는 비만 치료제의 문제점과 약으로 키를 크게 하고 살을 빼려는 사람들을 둘러싼 모순을 비판하고, 피임약을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강화와 의약품 접근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터에서 병에 걸려 건강도 일자리도 잃은 노동자와 산업 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2부 ‘약, 먹어도 병 안 먹어도 병’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한 배경에 자리 잡은 그릇된 욕망을 비판하고 약 안정성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전제 아래 부작용 때문에 허가가 취소된 ‘장수’ 의약품 문제, 약처럼 생겨서 사람들을 ‘속이는’ 건강 기능 식품과 건강식품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평생 약하고 함께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의 불신을 다독이고 아이에게 안전하게 약 먹이는 법을 소개하는 한편 약을 무조건 피하지 말고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감기는 사회적 질병이며 고쳐야 하는 대상은 개인의 몸과 마음이 아니라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3부 ‘제약 산업의 불편한 진실’에서는 우리 사회의 99퍼센트를 무시하는 제약 회사를 비판하고 국영 제약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약 회사는 의약품 특허를 내세워 생명에 관련된 신약을 독점 공급하면서 횡포를 부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임상 시험을 한 뒤 부자 나라에서 약을 팔고, 효과 좋은 10원짜리보다 그저 그런 비싼 약을 파는 데 혈안이다. 그런 제약 회사에 맞서야 하는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국가 경쟁력이라 우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쓸 수 있으려면 의약품 접근권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영 제약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부 ‘똑똑한 약 소비자 되는 법’에서는 안전하게 약 먹는 법, 약 잘 버리는 법, 건강을 지키는 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1일 3회, 식후 30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통해 배우는 진짜 약 먹는 법, 편의점 판매 의약품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노인 환자의 올바른 약 이용법, 안전하게 약 먹는 10가지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약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의약품 쓰레기 수거에 관련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먼저 쉬운 약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적극적인 의약품 부작용 신고가 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 사회, 약 ― 약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사는 법다국적 제약 회사의 문제점을 다루거나 약 먹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꽤 있지만, 왜 약을 먹는지, 약을 잘 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약 회사의 비밀과 정부의 의료 정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픈 사람은 누구나 약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왜 실현되기 어려운지, 약과 사회는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 책은 별로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산업 재해 사망자 수 1위에 자살률 1위, 최장 수준의 연중 노동 시간을 기록 중인 나라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티려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고 약을 찾는다. 의사와 약사를 믿고 약을 먹지만 약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을 조제하고 권하는 약사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의사와 약사, 환자는 서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의약품 광고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정부가 부르짖는 국가 경쟁력이 왜 거짓말인지,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를 《식후 30분에 읽으세요》에서 찾아보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취약 계층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암처럼 중대한 질환이 아닌 근골격 질환만으로도 생존을 위협받는다. 약국에서 자주 만나는 근골격 질환자들 중에는 직업병 환자가 많다. 운동이나 사고로 다치는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잘 받고 푹 쉴 수 있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직업 때문에 생긴 병은 치료가 힘들다. 병에 안 걸리려면 일을 그만두거나 쉬어야 하는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 직업을 쉽게 바꾸지도 못한다. 진통제로 버티다가 부작용 탓에 위궤양에 걸려 이중으로 고통받기 십상이다. 사고가 생기지 않은 상황이면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약을 개발할 때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성인 대상 임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몸무게와 키 등 신체 조건과 나이를 고려해 용량을 줄여 어린이에게 사용한다. 문제는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린이는 약을 흡수하고 분해해서 배출하는 기관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어른보다 훨씬 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부모들이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다제 약물 처방이다.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방식을 다제 약물 처방이라 하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이 비율이 매우 높다. 감기약을 예로 들면 항생제부터 코약, 기침약, 해열제 등을 섞어서 가루약과 시럽으로 처방한다. 다제 약물 처방으로 늘어나는 약제비도 문제이지만, 약물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이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