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사실 나는 이게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안대를 쓴 내가 좀 멋있었기 때문에.”
청소년의 내면을 솔직하게 담아내다!주인공 ‘나’는 갑자기 눈에 핏줄이 터져서 안대를 쓰게 됩니다. 안대를 쓴 첫날, 학교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질문을 쏟아냅니다. 왜 다쳤는지, 얼마나 눈이 빨간지 물어보고 한 번만 보여 달라고 조르는 친구들의 관심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짜릿합니다.
내 눈을 본 반응은 다양했다. 궁금해하는 애, 걱정하는 애, 징그러워하는 애…
내심… 오랜만에 받은 관심이 좋았던 것도 같다. (본문 34-37쪽)
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 따로 불러 걱정해 주기도 하고 버스 기사 아저씨 등 모르는 어른들도 조심하라고 걱정해 줍니다. 어느 날은 무서운 선배들이 찾아와서 ‘안대 쓴 애 좀 보자’고 하기까지. 이게 바로 ‘인싸’의 삶인 걸까요? 이제 안대 없는 자신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눈이 점점 나아졌다. 나는 살짝 불안해졌다. … 안대를 벗을 수가 없었다. (본문 70-75쪽)
주인공은 눈이 다 나은 뒤에도 안대를 벗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안대가 더러워져 갈수록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지만, ‘나’는 더러워진 안대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관종으로 몰아세우며 안대를 벗어 보라고 시비를 걸어오고, 싸우는 과정에서 안대가 벗겨져 버립니다.
맞은 게 아팠던 건지, 안대 밑에 아무것도 없던 게 들통나서 창피한 건지,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 아팠던 건지 알 수 없이 그냥 계속 울었다.
나와 싸운 애는 이미 집에 가고 없었지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본문 91쪽)
그간 거짓말을 해왔다는 걸 반 친구들 앞에서 들켜버린 주인공. 속상한 만큼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실컷 울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으로 안대 없는 맨얼굴이 비칩니다. 주인공 ‘나’의 진짜 얼굴입니다.
“애들도 더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아쉬운 동시에 자유로웠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서.안대를 쓰기 전의 ‘나’는 반에서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집에서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요. 몸이 아파도 아빠와 언니는 괜찮냐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없으니까요. 그나마 집에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엄마뿐입니다. 아플 때마다 엄마가 손을 꼭 잡아주며 병원에 데려가 줬거든요. 그 온기를 느끼려 간혹 일부러 코피를 내기도 하지만 애정을 원하는 마음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랬던 주인공이 ‘안대’를 쓰면서 일명 ‘인싸’가 되자, 안대는 관심을 끌기 위한 중요한 도구인 동시에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어 버립니다. 남들보다 돋보이게 해주는 특별한 액세서리가 된 셈입니다. 자아가 커지는 성장기에 우리는 특별해 보이기 위해 내면보다도 물건과 외적인 요소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곤 하지요. 관심과 애정을 원하던 주인공 역시 점차 안대에 집착하게 됩니다. 언제든 거짓말이 들킬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품고서도요. 관심을 받지 못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안대를 계속 쓰기 위해 거짓말을 해 가던 ‘나’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안대를 벗는 일이 아쉬웠겠지만, 주인공은 결국 안대 뒤에 가려져 있던 모습이 진짜 자신의 얼굴임을 알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 안대 없이 교실에 들어서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조금은 자유로워 보입니다.
개성 있는 그림과 생생한 이야기,
성장통을 겪는 모든 ‘나’들에게 보내는 응원!우리는 모두 사춘기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터널을 통과합니다. 아하 작가는 그런 10대의 심리를 ‘빨강’이라는 색을 통해 예리하게 잡아내 이 책에 풀어냈습니다. 눈의 실핏줄과 엄마의 신발,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낸 코피, 잘나가는 선배 언니들의 빨간 입술 등에서 관심 받기 원하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냈고 빨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색은 최소한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집을 교차로 배치한 전개 방식이나 주인공 외에는 희미하게 처리한 그림 기법이 주제와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듯 몰입하게 만듭니다.
또한 첫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그리고 신인 작가의 패기가 엿보이는 과감한 문장과 묘사가 작품의 생동감을 높입니다. 《빨개져버린》은 작가의 중학교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진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같이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마치 어리고 여린 자신을 돌보듯 말입니다.
내 눈을 본 반응은 다양했다.
궁금해하는 애, 걱정하는 애, 징그러워하는 애….
내심… 오랜만에 받은 관심이 좋았던 것도 같다.
어른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빠는 별말 없었고 선생님은 안타까워했다.
아빠한테 서운하진 않았다. 이미 익숙했으니까.
엄마는 아빠가 나를 걱정했다 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야, 걱정은 원래 선생님처럼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