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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싸이공 할머니 사총사
서해문집 | 청소년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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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열여섯 여중생 수아는 단군시장에서 베트남 음식과 식재료를 파는 가게 ‘송싸이공’의 든든한 통역사다. 외할머니와 함께 일하는 타오, 프엉, 란 할머니의 귀와 입이 되어 주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고민도 종종 해결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는 지팡이를 짚고 송싸이공에 온 한국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할머니들에게 전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심호흡을 거듭하며 천천히 말을 하는데, 심드렁한 표정으로 채소를 썰며 얘기를 듣던 프엉 할머니가 갑자기 칼을 놓친다.

붉게 물든 도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 한바탕 일어난 소란을 고통스러운 얼굴로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가게를 떠나 자취를 감춘다. 이후 할아버지의 딸이 송싸이공을 찾아오고, 자세한 사정을 듣게 된 수아는 반년 뒤 베트남으로 돌아간 할머니를 만나러 떠난 여행에서 그 일에 관한 진실과 마주하는데….

  출판사 리뷰

한국어를 몰라도 사위 시집살이에도
씩씩한 손길로 삶을 보듬는 곳

따끈한 쌀국수와 바삭한 반미와
달콤한 사탕수수주스를 맛볼 수 있는 곳

위풍당당 천하무적 할머니들의 아지트, 송싸이공

그곳에서 자라 그곳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아가 만난 이야기들


열여섯 여중생 수아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매일 간호하는 엄마 대신 동생 보라와 은규를 챙기고 집안일을 한다. 그래도 걱정이 없다. 삼 남매를 돌보러 온 외할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베트남 사람이다. 쌀국수와 반미와 베트남 식재료를 파는 가게 ‘송싸이공’에서 타오, 프엉, 란 할머니와 함께 일한다.
송싸이공 할머니 사총사는 한국어를 몰라도 돼지 앞다리쯤은 거뜬히 사 올 만큼 거침없다. 우렁찬 목소리로 새벽 장사를 하고, 엄마들이 출근하며 부탁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마음 상하는 일들을 위로하고 다 같이 모여 베트남 명절을 지낸다. 한국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먹거리부터 취업과 산재, 가정불화와 비자 문제까지 발 벗고 나서 해결해 주려고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끼리 연결된 새로운 동그라미가 만들어진 셈”(20쪽)이다.

“다르게 볼 거 없어.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면 되는 거야.”

수아의 시선 속에서 할머니는 베트남 할머니가 아니라 손주를 품에 안고 부비고 먹이고 입히며 힘껏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할머니가 된다. 오지랖 넓은 타오 할머니, 반미 장인 프엉 할머니, 조용하고 속 깊은 란 할머니, 넉살 좋은 반뚜 삼촌, 울보 짱 이모, 매일 보라와 아옹다옹하는 장난꾸러기 지후, 혼자 씩씩하게 미래를 키우는 바이 이모도 우리의 따뜻한 이웃이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에는 슬픔과 행복, 분노와 희망이 교차한다. 아기를 낳았지만 미역국을 먹지 못하는 짱 이모를 위해 베트남 산후 조리 음식을 구해 주는 수아, 출입국사무소에 갇힌 하이빈 언니가 빨리 베트남으로 갈 수 있게 비행기표를 마련해 주는 후이엔 이모, 위생과 공무원들과 타오 할머니의 실랑이에 도마질로 찰떡 같은 비트를 더하는 할머니….
어딘가 쓰린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하고 유쾌하고 굳센 이들의 온기는 《송싸이공 할머니 사총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아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할머니의 쌀국수와 사탕수수주스 맛이 궁금해지고, ‘냄새 나서 싫다’ ‘베트남 여자가 하는 가게’라는 말에 같이 울컥하게 될 것이다.

《말해요, 찬드라》 《로지나 노, 지나》
이주민의 삶을 곁에서 함께하며 기록하는
이란주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소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역사와 역사가
서로 맞물려 요동치는 경계를 비추는
진솔한 빛


이란주의 소설은 이주민 사회라는 말로 뭉뚱그려질 수 없는 다채로운 삶과 사랑과 새로운 연대를 그린다.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 아동을 대상화하지 않는 탁월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한 명 한 명의 ‘인간’으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활기 넘치는 일상과 무거운 주제를 절묘하게 아우른다. 그리고 한국이 기억하고 참회해야 할 역사를 똑바로 비춘다.
2024년 6월, 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소녀상 옆에는 ‘일본군이 수많은 여성을 성 노예로 강제 동원했고, 일본 정부가 이를 부정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문이 세워졌다. 한국의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의 결정을 환영했다. 잔인한 폭력이 남긴 아픔은 쉽게 씻길 수 없는 법이다. 역사가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고, 한국이 저지른 폭력도 예외가 아니다. 《송싸이공 할머니 사총사》는 바로 이 점을 짚는다.

“책장을 넘기며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즈음, 이란주는 ‘베트남 전쟁’을 내어놓는다. 한국인과 이주민의 우정을 위한 요건은 편견 없는 시선이라고 여겨 온 마음이, 이 순간 쿵 떨어진다. 친구가 되려면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진리는 왜 ‘내국인-이주민’의 구도 속에서 쉽게 잊힐까. 그는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담백한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김영희,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

조사 왜 나와요?
나도 먹고살아야지.
나 좀 도와줘야지.
닭 팔아야 돈 남지.
봐요. 봐요. 깨끗해.
냄새 안 나.
왜 신고해?
베트남 사람 닭 죽어 안 좋아요.
요리해 팔아 그냥 팔아 똑같아.
뭐가 달라요?

하소연 사이사이 땅! 땅! 경쾌한 도마질 소리. 피식 웃음이 나왔다. 두 할머니가 연습이라도 한 거야? 아주 박자가 딱딱 맞네. 낯선 얼굴 둘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 하소연을 감당하고 있었다.

삼촌은 기타 치는 사람이었구나. 손이 망가져서 이제 기타도 못 치겠구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삼촌이 말했다.
“이젠 기타를 못 치겠지? 노래는 별로라서 보컬은 못 하겠고. 음악을 그만둬야 할까 봐.”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손을 쓰지 않고 연주하는 악기는 없을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맛있어요. 빨리 드세요.”
분위기를 바꾸려고 삼촌을 재촉했다.
“핀란드에 에어기타 대회라는 게 있대.”
“에어기타요?”
“응, 기타 없이 기타 치는 시늉만 하는 거래.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가한다더라.”

“할머니는 한국 사람이 싫겠네요.”
“싫기는 무슨! 내가 보라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보라를 끌어안으며 프엉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그 일은 내가 죽어도 못 잊지. 한 서린 가슴이 죽는다고 풀어질까. 그렇다고 한국 사람 아무한테나 죄를 씌워 미워할 수는 없지. 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갈 수도 없고. 내 마음을 나도 몰라. 그냥 복잡해. 그래도 보라는 사랑하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란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삶을 곁에서 보고 듣고 함께 겪으며 마주한 일들을 기록한다.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용기와 지혜를 얻고 있다. 이주민을 비롯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오래 일했다. 제2의 전태일 평전이라 평가받은 《말해요, 찬드라》, 미등록 이주민의 역사를 기록한 르포소설 《로지나 노, 지나》, 청소년을 위한 이주민 인권 이야기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 등을 썼다.

  목차

1부
송싸이공
육아의 달인
한국 아기
꿍 안, 꿍 어, 꿍 람
한 달 잔치
타오 할머니의 새 옷
반뚜 삼촌 이야기
단군시장 너머
보라의 김밥, 지후의 물병
1968년
강제 추방
이미래든 당미래든

2부
까마우 병문안 특사
다시 만난 하이빈 언니
침대버스를 타고
영웅 증서
성진아 반가워
소원초
하미마을
모래사장과 포플러나무의 기억
나의 할머니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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