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선진국들과 같이 죽음교육의 시행을 서둘러야 할 때,
이경화 작가의 신작 《죽음과 소녀》, 청소년 문제를 다룬 빼어난 문학작품!!!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청소년 전체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2000년 약 14%에서 2009년 28%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고의적 자살에 의한 청소년 사망자 수도 2000년 241명에서 2010년 292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9월13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연구(2011)’ 보고를 통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이 18.97%로 자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군이 상당수 존재함을 말했다. 청소년 자살의 동기는 가족과 갈등이 36.6%, 친구와의 갈등이 25.6%, 학업문제 등이 12.2%로 나타났다. 우리 청소년들이 가정불화, 친구와의 관계, 학교폭력 및 집단따돌림 등의 원인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들과 같이 죽음교육의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나의 그녀》, 《나》,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지독한 장난》등의 청소년 소설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문학작품으로 아름답게 표현해 온 이경화 작가는 이런 사회적 현실 속에 신작소설《죽음과 소녀》를 출간해 주목 받고 있다.
《죽음과 소녀》는 친구들에게 상처 받고, 가정에서는 공부 잘하는 오빠와 비교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주인공 재희, 슈베르트의 음악이자 에곤 실레의 그림 「죽음과 소녀」를 좋아하는 재희는 세상과의 단절 시점에서 다시 가족과 친구의 사랑, 자신만의 공간을 발견하게 되는 청소년 소설이다.
“에곤 실레의 그림 ‘죽음과 소녀’는 마음을 끌어내린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위에 소설의 첫머리에서 보듯이 소설《죽음과 소녀》는 주인공 ‘재희’가 에곤 실레의 그림《죽음과 소녀》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드러내놓지 않지만 「죽음과 소녀」의 그림을 따라 그려가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 재희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힘들어 자살을 선택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감정이 편안함을 넘어서 일체화 되어가는 과정이 소설의 상징적 줄거리인 셈이다. 주인공 ‘재희’는 그림《죽음과 소녀》를 보고, 그려가고, 마지막으로 소녀의 눈동자를 그리면서 ‘죽음’이라는 세상과의 단절을 실행하게 된다. 세상과의 단절, 죽음은 세상과의 소통, 관계의 회복으로 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소설의 내용이 ‘죽음’을 향해가는 17세 소녀의 위태로운 외줄타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문제 혹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건들을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어둡고 침울할 수도, 굉장히 희망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또한 세상에 상처받고 위축되어 타인과의 소통을 주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비단 소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가기에 우리는 너무 특별하다. 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에 우리의 영혼은 너무나 특별하다. 주인공 ‘재희’처럼 말이에요. 세상의 모든 ‘재희’들이 세상의 모든 청춘들이 이 천박한 세상에 속아 삶을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라는 작가의 말은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빼어난 청소년 문학작품을 만나 반갑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나약한 소녀 재희,
달콤한 죽음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친구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에곤 실레의 그림《죽음과 소녀》는 열일곱 살 소녀가 잔뜩 겁을 먹은 불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소설의 주인공 재희 역시 가족, 친구, 학교에서 상처받고 점점 소외되어 가는 열일곱 살의 마음 여린 소녀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소외당하는 나약한 존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믿는 소녀,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평화로울 거라는 생각을 하며 주인공 재희는 점점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에 빠져든다.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해”라는 오빠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늘 자신이 말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하며 혼잣말을 되뇌던 재희의 자살시도는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한 절규이자 자신과 타인을 막고 있는 벽을 부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재희는 주변사람들에게 표현하게 되고 타인 또한 재희의 모습과 존재감을 인정하게 된다. “저는 혼자 있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재희, 소설 속에서 ‘자신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재희는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용기를 터득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주인공이자 17살 소녀 재희’가 된 기분이다. 아래 본문에서 보듯이 소설《죽음과 소녀》는 주인공 자신, 친구 그리고 가족과의 심리묘사가 순간순간 너무나도 잘 표현이 되어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놓지 못하는 매력을 지녔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주인공, 17살 소녀 재희로 감정이입이 된다.
“온 몸이 경직돼 입이라도 열라치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도 말을 하고 싶었다. 뜨거운 돌멩이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처럼 목울대가 초조하게 흔들리고, 결국 말하기를 포기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긴 머리카락이 내려와 사람들이 사라졌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숨을 쉬자 가슴도 내려앉았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단지 외롭지 않기 위해서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는 너무나 보잘 것 없어 피피가 실망하며 떠나도 할 말이 없을 것만 같다.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게 했다. 나는 이미 도망치고 있다. 부드러운 손이 내 머리카락을 감아쥐었다. 나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잇는 건 피피가 최대한 늦게 떠나게 하는 것뿐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로서의 나는 어느새 소심하고 겁 많고 나약한 17세 ‘재희’가 되어 있고,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를 따라 그리고 있고, 세상과의 단절이 주는 안락함에 빠져들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림 「죽음과 소녀」를 통한 암시와 상징성이 빼어난 소설 -
주인공 재희, 미술실에서 자존감과 삶에 대한 용기를 회복하다. 소설 《죽음과 소녀》는 에곤 실레의 그림 「죽음과 소녀」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와 주인공 재희의 심리상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에곤 실레의 그림 ‘죽음과 소녀’는 마음을 끌어내린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라는 첫머리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재희’는 에곤 실레의 그림《죽음과 소녀》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편안함을 넘어서 일체화 되어가는 과정이 소설의 상징적 줄거리다.
학교와 친구, 가족과의 갈등 상황이 생길 때 그림 「죽음과 소녀」를 보면서 그림의 소녀가 되는 상상을 하며 삶의 무게를 줄이고자 한다. 재희는 그림 속의 소녀가 되는 상상만으로 위안 받지 못하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고 ‘소녀의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서 그림을 완성한다. 그림의 완성으로 그림 속 ‘죽음’이 주인공 재희를 온통 휘감은 느낌이랄까. 제목이 같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 D단조 「죽음과 소녀」를 들으며 세상의 소리와 이야기에 귀를 막는다. 자신 외에 타인과 세상의 소리와의 단절을 말하는 상징적 대목이다.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 재희가 가장 좋아하는 안식의 공간, 미술실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을 온통 죽음으로 내몰았던 ‘죽음’, 자신이 마음속으로 키웠던 ‘괴물’과 ‘고통’을 ‘기역’ 모양의 흉터 속에 봉인하고 ‘죽음’의 사신으로부터 벗어나며 끝을 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