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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 부모님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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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온 김애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로 그 작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공개되는 것이다.

2002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작가생활 23년 차에 접어드는 김애란은 신중한 걸음으로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며 지금까지 소설집 네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을 선보였지만, 다섯 권 모두 여전히 널리 읽히며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활달한 유머와 상상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달려라, 아비』(창비, 2005)부터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을 골똘히 응시하며 ‘안과 밖’의 시차를 포착한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까지, 한자리에 멈춰 서지 않은 채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어렵게 얻어낸 이해의 결과물이 책 한 권 한 권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소설이 무엇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깊이 고심한 끝에 완성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마지막에 이르러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196쪽)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처럼, 김애란은 누군가의 영혼을, 그러니까 결코 진부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을 통해 그려 보인다.

  출판사 리뷰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애틋한 접촉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서로 밀착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젊은 거장 김애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온 김애란의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로 그 작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공개되는 것이다. 2002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작가생활 23년 차에 접어드는 김애란은 신중한 걸음으로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며 지금까지 소설집 네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을 선보였지만, 다섯 권 모두 여전히 널리 읽히며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활달한 유머와 상상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달려라, 아비』(창비, 2005)부터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을 골똘히 응시하며 ‘안과 밖’의 시차를 포착한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까지, 한자리에 멈춰 서지 않은 채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어렵게 얻어낸 이해의 결과물이 책 한 권 한 권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소설이 무엇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깊이 고심한 끝에 완성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마지막에 이르러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196쪽)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처럼, 김애란은 누군가의 영혼을, 그러니까 결코 진부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을 통해 그려 보인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어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이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16쪽)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18쪽)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의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다.
우선 지우.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지우에게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물론 엄마의 애인이자 한집에서 함께 산 지 삼 년이 된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선호 아저씨에게 짐이 되리라고 여긴 지우는 겨울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위험한 노동 현장에 데려갈 수는 없기에 지우는 잠시 동안 용식이를 친구에게 맡기기로 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비쳤던, 반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수군대는 친구 소리에게.
그리고 소리.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면서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억지로라도 소리는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지우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이번 방학 동안만 용식이를 맡아달라고 말이다. 소리는 작문 시간에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애에게 눈길이 간다.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67~68쪽)지만, 그날 수업시간에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85쪽)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어나가던 지우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에 응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운.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당숙으로부터 “담당의 말로 네 아버지 몸 상태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더라”(28쪽)는 말을 듣고 채운은 몹시 불안해진다. 아버지가 깨어날까봐, 다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할까봐 두렵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엉겁결에 반려견 뭉치의 앞발을 잡은 소리가 한 말이 신경 쓰인다. 그때 소리는 마치 뭉치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뭉치랑 최대한 많이 놀아주라고.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104쪽) 소리는 정말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끝이…… 있어서?”
“난 반댄데. 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하나에서 셋으로, 혼자만의 방을 나와
셋으로 이루어진 슬픔의 너른 품안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특별한 점은 중간중간 글로 풀어낸 지우의 만화가 삽입되어 그 자체로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을 밀접하게 연결시키면서 예상치 못한 의미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줄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해”(8쪽)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 지우는 몇 년 전 만화 카페에 단편 만화 <베리 베리 내 처지>를 올렸다가 조금의 인기를 얻게 된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까워진 두 중학생이 느끼는 혼란과 소외를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처럼 산뜻하게 다룬 그 만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지우는 이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지우는 일 년 전, 그러니까 채운에게 ‘그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여름밤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채운의 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얼마 안 돼 경찰을 따라 텅 빈 눈동자로 걸어나오는 채운의 엄마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혼란과 초조, 슬픔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48쪽)로 경찰차에 타려는 엄마를 다급히 부르는 채운의 목소리. ‘여자가 그랬다더라’라며 동네 주민들이 수군대는 걸 들으며 지우는 속으로 놀란다. 평소 지우는 자신과 같은 빌라 단지에 살면서도 가족과 화목하고 풍족해 보이는 채운에게 남몰래 부러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가 일하는 돼지갈빗집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러 오는 채운을 볼 때면, 엄마에게 거들먹거리듯 행동하는 채운의 아버지를 볼 때면 그 감정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마음에 짙은 얼룩을 남겼다. “강렬한 경험이지만 여전히 해석이 잘 안 되는 몇몇 기억”(82쪽) 때문에 지우는 그걸 만화로 그리기로 결심한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같은 쪽)에 대해. 그렇게 지우는 만화 카페에 <내가 본 것>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한 사건으로 그 만화를 보게 된 채운이 그날 밤의 비밀을 지우가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사로잡히면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이야기는 비밀과 거짓말을 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소설이 누군가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애란은 ‘사건의 반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의 반전’을 공들여 그려나간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은 인물들이 “오랫동안 억눌러온 어떤 감정이 무너져내리는”(208쪽) 과정과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그러니까 삶의 서사를 과연 바꿀 수 있을까. 흔히 보는 ‘서사 그래프’ 속 약동하는 선처럼 내 삶도 굵직하고 드라마틱한 흐름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를 둘러싼 세계에 의문이 생길 때 이야기는 쓰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기, 누군가를 오해하기, 자신이 몰랐거나 잊고 있던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기. 이것은 지우가 <내가 본 것>을 연재하는 동안 지우 자신에게, 그리고 그것을 보는 채운에게 일어나는 변화이면서 동시에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따라 읽는 우리 자신에게 고스란히 일어나는 변화이다. 또한 그것은 이 소설이 지우가 그리는 만화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며 소설의 뼈대를 세우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세 명의 아이가 방학을 지나는 동안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누군가와 악수하지 않고도 접촉하는 듯한 감각”(147쪽)을 느끼는 것처럼, 슬픔에 어려 있는 물기의 점성을 통해 서로가 밀착되는 것처럼, 김애란은 오랜 시간 한 자 한 자 눌러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써내려간 끝에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슬픔이라는 마냥 아름답거나 밝지만은 않은 요소들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그렇기에 우리로 하여금 다시 읽고 고쳐 읽고 눌러 읽게 할, 우리 삶에서 여러 번 되풀이되며 살아날 힘을 가진 이야기를.

지우는 어려서부터 지우개를 좋아했다. 작고 말랑한데다 한 손에 쏙 들어오고 값도 비싸지 않아서였다. 훌쩍 키가 자란 뒤에도 지우는 종종 우울에 빠져들 때면 손에 미술용 떡지우개를 쥐고 굴렸다. 그러면 어디선가 옅은 수평선이 나타나 가슴을 지그시 눌러주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었다.

소리는 뭔가 발설하고픈 욕구를 느꼈다. 어쩌면 혼자 너무 오랫동안 무거운 비밀을 지켜온 탓인지 몰랐다. 소리는 말하고 싶었다.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순간 지우가 풋 하고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본 표정 중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지우와 헤어진 뒤에도 소리는 종종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다. 소리는 그저 그 미소를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바람이 어떻게 끝나는지, 혹은 어떤 시작과 다시 이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çu)’을 받았다.

  목차

이중 하나는 거짓말 007

작가의 말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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