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머나먼 꼭짓점 댄스가 되어 버린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도시에서는 부침이 많았다.
나는 늘 차디찬 바람이라고 주창했는데
긴긴 시간이 틀어 놓은 각도를 잘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사실 바로잡는다는 사고도 이상한데
현재의 모습이 분명 탈이 난 것이다.
의식은 개인과 사회를 내달리며,
심연이라는 광장에서 곧바로 기준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흉내는 낸다.
시대를 증언할 이유로, 혹은 한계로.
_ 2장 「지지직 찌직」
장마가 끝나면 매미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올해도 무더위 걱정에 여름의 정점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지레 겁부터 나는데
그러던 중 푸른 잎사귀에 쑥쑥 추켜올려진, 취침 중인 옥수수를 본다.
잠시 어두운 이불을 걷고.
야트막한 산 아래의 밭에는 선착순 성장을 겨루듯 옥수수가 무성하다.
웜톤의 알이 찬 옥수수. 여름의 맛으로 손색이 없다.
키가 커서인지 멀리서도 제철을 알려주는 푸른 등대로도 보인다.
알이 다 차기도 전, 멧돼지에게 이빨을 탈탈 털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_ 4장 「여름의 높이」
산은 그 자체로도 중하고 이와 더불어 푸른, 포실포실, 짙은, 검정의 모습을 반복해서 전한다. 빌딩 숲 사이에서 고개를 떨구며 지내던 생활에서, 물구나무 선 듯 환기된 높이를 체험할 수 있음이 현재의 자연이라고 생각하니 오래전 성장기 기억이 부르르 떨린다. 그 짙은 능선을 따라 나의 걸음을 얹혀 첨예한 풍경의 피부를 두드려 본다.
_ 4장 「계양산」
작가 소개
지은이 : 유광식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자연을 뒤집어쓰고 뛰놀던 어린 시절은 어느새 창작 활동의 굵은 뿌리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미지 수집가, 지역 독립작가로서 도시 변두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갈퀴질해 집을 지으려 사물들에 눈짓 대화를 시도하며 쏘다닙니다. 지은 집으로 『완주소년』, 『이삿짐』, 『집들이,』, 『기억집』, 『잔소리』, 『인천을 빙빙』 등이 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1장 산그림자
2장 오로라보다
3장 한때 진눈깨비
4장 만수산 관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