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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에 핀 빨간 봉선화
1948년 한국, 10·19 여순항쟁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3-4학년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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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건우와 선화는 여수의 작은 마을에 사는 남매다. 누나가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집을 나서면 초등학생 건우는 신이 나서 누나를 따라나선다. 바구니 가득 나물을 캐고 나면 누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부른다. 잘생긴 음악 선생님이 새로 오시고부터 누나는 부쩍 노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누나의 소원은 멋진 음악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건우의 소원은 멋진 제복을 입는 경찰이 되는 거다. 옆집 덕구 아저씨처럼. 그런데 요즘은 덕구 아저씨가 통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만난 날에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이라 말을 걸지 못했다. 마을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출판사 리뷰

여순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그림책
건우와 선화는 여수의 작은 마을에 사는 남매예요.
누나가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집을 나서면 초등학생 건우는 신이 나서 누나를 따라나서죠.
바구니 가득 나물을 캐고 나면 누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불러요.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잘생긴 음악 선생님이 새로 오시고부터 누나는 부쩍 노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누나의 소원은 멋진 음악 선생님이 되는 거래요. 건우의 소원은 멋진 제복을 입는 경찰이 되는 거죠. 옆집 덕구 아저씨처럼요.
그런데 요즘은 덕구 아저씨가 통 보이지 않아요. 모처럼 만난 날에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이라 말을 걸지 못했죠. 마을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아이들의 꿈과 희망마저 앗아간 역사

1948년 10월,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밤, 건우는 엄마 아빠가 계엄령이니, 반란이니, 빨갱이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방바닥이 꺼져라 한숨 쉬는 소리를 들어요. 며칠 후에는 마을 큰길에 군인트럭이 오가고 골목 곳곳에 경찰과 군인들이 보초를 서기 시작합니다.
누나는 겁을 먹지만 건우는 안심해요. 군인과 경찰은 국민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일상이 펼쳐집니다. 총을 든 경찰과 군인 들은 몇 번이고 건우네 집에 쳐들어와서는 삼촌을 찾아내라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계엄령으로 학교조차 문을 닫자, 건우는 겁이 난 나머지 마당에도 나가지 못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누나네 음악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이 죽도봉으로 끌려갑니다. 탕!탕!탕! 고막을 찢는 총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집니다.

처형장에 울려 퍼진 <울 밑에 선 봉선화>

이 책을 쓴 안오일 작가는 여순항쟁 때 희생된 故김생옥 선생님(1918-1948)의 안타까운 사연을 모티프로 여순항쟁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초등학생 건우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그때 그곳의 이야기는 마을 사람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역사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며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여순항쟁 당시 故김생옥 선생님은 순천여자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촉망받는 성악가였어요. 선생님이 총살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다만 선생님이 죽도봉 골짜기에 급조된 처형장에서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불렀고, 노래에 감동한 지휘관이 손을 들어 발사 중지 신호를 보냈으며, 그럼에도 병사가 방아쇠를 당겼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어요.
서슬 퍼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이 이야기는 故박순이 여사와 며느리 유혜랑 박사, 그리고 어느새 80대가 된 제자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여순항쟁 70주년 위령제 때 여순항쟁기념탑 아래에서는 순천공립여자중학교 7회 졸업생 할머니들이 부르는 <울 밑에 선 봉선화>가 울려 퍼졌어요. 행여나 빨갱이로 몰릴까, 친구들과 선생님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채 침묵하며 살아야만 했던 故김생옥 선생님의 제자들이었습니다.

바로 알아야 할 현대사, 여순항쟁
여순항쟁은 정부가 내린 불법적인 명령으로 1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군인과 경찰 손에 학살된 처참하고 비극적인 현대사 중 하나입니다. 1948년 10월 이후에도 정부는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한편, 연좌제를 만들어 희생자들의 유족뿐 아니라 친구에게까지 불이익을 주었어요. 연좌제의 사슬을 피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희생양은 억울하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권력욕에 눈이 먼 이들은 죄 없는 아이들에게서 교육받을 기회는 물론, 사회적인 모든 기회를 박탈했어요. 여순항쟁 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꿈과 희망마저 짓밟힌 채 무려 70년간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2021년 ‘여순·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여순항쟁이 일어난 지 무려 73년 만에 희생자들이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예요. 이 법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여순사건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전문조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조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여기에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이들의 방해까지 더해지며 희생자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기고 있죠.

정의로운 사회는 단단한 진실 위에서만이 온전히 세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순항쟁도 그중 하나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마저 짓밟혔던 역사, 이 책이 여순항쟁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바꾼 그때 그곳으로> 시리즈 열한 번째 이야기
<세상을 바꾼 그때 그곳으로>는 평범한 한 아이의 시선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되던 그때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세계 근현대사 이야기에 이어 한국근현대사의 이야기를 담아 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생활로, 삶 자체로 배우고 익히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와 생각들을 키워 나가도록 합니다.

① 엄마의 꿈, 딸의 꿈
1965년 프랑스 여성노동권
② 버스 타기를 거부합니다
1955년 미국 인종차별반대운동
③ 아빠, 구름 위에서 만나요
1942년 폴란드 나치의 유대인 학살
④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
1989년 독일 통일의 첫걸음
⑤ 게르니카, 반전을 외치다
1937년 스페인 게르니카 시민학살
⑥ 소금 행진과 간디
1930년 인도 비폭력 저항운동
⑦ 오월의 주먹밥
1980년 한국 5⸱18 민주화 운동
⑧ 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덮인 날
2007년 한국 태안 기름 유출
⑨ 하마터면 한글이 없어질 뻔했어!
1443~1446년 한국 훈민정음 창제부터 반포까지
⑩ 다랑쉬굴 아이
1948년 제주 4·3 민주항쟁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오일
따뜻하고 힘찬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좀 더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시와 동화,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습니다.그동안 시집 《화려한 반란》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나다》 《사랑하니까》 《꼼짝 마, 소도둑!》 《뽈깡》, 청소년소설 《녹두밭의 은하수》 《조보, 백성을 깨우다》, 동화집 《막난 할미와 로봇곰 덜덜》《막난 할미, 래퍼로 데뷔하다》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우리들의 오월 뉴스》 《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우주통신 까막별호》 《마음을 여는 열쇠수리공》 《상어소녀와 우주소년》 《호야, 아빠를 구합니다!》 《딱지딱지 등딱지》 《외계에서 온 전기수》 등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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