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40만 팔로어 인플루언서 최유안, 4개의 비밀 계정주 김주언
우리가 여전히 같은 편일 수 있을까?탐 청소년 문학 시리즈 36권. 악플러 소년과 인플루언서 소녀의 시점이 교차 진행하며 전개되는 성장 소설이다. 현직 상담 교사로 10대의 곁에서 함께 생활해 온 저자는 인플루언서 세계에 심취한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 내는 한편, 성장기 언어 세계의 빛과 그림자에 주목해 한마디 말의 무게와 책임, 영향력을 일깨운다.
초등학생 시절, 소년(김주언)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축구부 에이스였다. 소녀(최유안)는 짙은 피부색 탓에 따돌림당하는 외톨이였다. “내가 꼭 네 편 들어 줄게.” 소년의 그 따뜻한 한마디는 소녀의 삶을 바꾸었다. 5년 뒤 180도 역전된 처지로 만난 두 사람.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편일 수 있을까?
너와 나의 삶에 침투하는 단 한마디 말의 영향력SNS로 소통과 교류, 자기표현을 도모하는 우리 시대 청소년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도 많은 말과 문자를 쏟아내고 있다. 현직 상담 교사인 저자는 성장기 언어 세계의 빛과 그림자에 주목했다.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일으켜 세울 만큼 힘이 되고, 때로는 흉기이자 낙인이 되기도 하는 한마디. 이 책은 한마디 말의 무게와 책임, 영향력을 일깨운다.
소설의 화자는 두 소년 소녀. 소년은 불우한 사고를 겪고 ‘낙오자’라는 올가미에 붙들린 악플러 김주언, 소녀는 걸어 다니는 ‘인간 광고판’이 되어 줄곧 이용 가치로 평가받는 인플루언서 최유안이다. 극과 극인 듯 서로 다른 둘의 이야기는 마치 태엽처럼 맞물리며 긴장감을 유지한 채 교차로 진행된다.
최유안_ “외톨이 시절, 유일한 내 편이던 나의 영웅이 일그러져 나타났다!”이국적인 동남 아시아계 혼혈아 외모, 감동적인 왕따 극복기, 무엇보다 뛰어난 메이크업 솜씨로 10대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가 된 ‘이안’의 본명은 ‘최유안’이다. 유안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들끓지만, 진짜로 만나고 싶은 딱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주언’. 깡마른 데다 적토마 같은 피부색을 가리려고 치덕치덕 바른 선크림 때문에 ‘새끼 도깨비’라 놀림당하던 왕따 시절, 그 애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너 피부나 외모로 놀리는 애 있으면 내가 꼭 네 편 들어 줄게.”
네 피부색에 당당해지라는 충고였다. 당시 주언은 전교생의 추앙을 받던 유소년 축구 스타였고, 그가 인간적 대우를 해 준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따돌림은 잦아들어 유안의 삶은 살만해졌다. 그 후 5년, 유안은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1인 방송인으로 급성장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5년 만에 기적처럼 재회한 김주언의 모습에서 패배자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데…….
김주언_ “첫사랑에게 잘보이기 위해 이용했던 그 아이가 여신이 되어 나타났다!”절뚝대는 걸음걸이, 얼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흉터, 전학 온 사연에 관해 뒷말과 소문만 무성한 미스터리한 은따, 김주언. 그런 주언에게 유안과의 만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과거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에 머나먼 춘천까지 전학을 왔는데 그 학교에서 하필 자기의 과거를 기억하는 동창을 만나다니. 게다가 ‘새끼 도깨비 최유안’의 주눅 든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유안은 대번에 주안을 보고 끌어안더니 번호를 물어 먼저 연락을 해 오고, 제 친구들도 줄줄이 소개해 준다. 어린 시절, 주언이 베풀어 준 친절을 자주 추억 삼아 조잘거리는데, 주언 입장에서는 사실 첫사랑 여자애에게 잘 보일 셈으로 유안을 이용했던 것뿐이었다. 유안이 다가올수록, 전에는 주언을 ‘문제아 아니면 찐따’로 취급하던 반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남자애들은 대놓고 질투하고, 예쁘장한 반 여자애는 호감을 표시하고. 주언은 조금쯤 ‘잘나가던 어린 시절 김주언’의 기분을 회복해 보고 싶어지는데…….
‘인플루언서’ 그 복잡다단한 매혹의 세계를 비추다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사람의 감정은 연민과 의심, 신뢰와 경계, 동경과 그리움 사이를 오가며 점점 오묘한 빛깔을 띤다. 작가는 서로 다른 오늘의 무게를 짊어진 둘의 복잡하게 뒤엉킨 심리를 한 올 한 올 들여다보듯 하며 시시때때로 독자에게 다양한 이슈를 던진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코 세대를 초월한 관심사 ‘인플루언서’일 것이다. 우리는 불쑥 환호하고 쉽게 등돌리며 늘 새로운 자극제로서 ‘인플루언서’를 좇고, 그런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 소설 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주언에게 인기가 곧 돈이 되는 “이안 코인에 탑승”하라고 부추기는 학교 친구들, “내가 광고 들어오는 거 식약처 인증 기준까지 알아보고 해야 되냐”고 성을 내는 인터넷 스타들. 왜일까? 때때로 그들이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 대는 ‘인플루언서’ 꼬리표는 허울 좋은 가짜에 불과해 보인다.
한편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상담교사로 일하며 마주쳤던 작은 ‘영향력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건네는 관심, 다정한 말 한마디가 낙담한 마음에 빛을 비추는 것을 볼 때, ‘진정한 영향력’의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며…….
새롭고, 놀랍고, 매혹적인 영향력을 탐색하는 작가, 나윤아지금까지 작가 나윤아는 10대가 헤쳐 왔고, 헤쳐 가야 할 가장 뜨거운 화두를 작품에서 다루어 왔다. 따돌림 문제, 몸캠 사태, 각종 중독 이슈, 외모 지상주의 등 지금 여기 10대를 둘러싼 사회 현안을 생생하게 되짚고 재구성한 작품 세계였다. 그러면서도 그 세계를 관통해 가리키는 메시지는 상처와 결핍을 딛고 ‘살아가는 힘과 사랑하는 힘’일 것이다.
“서투른 모습 그대로 자기 곁의 누군가를 빛으로 이끄는” 두 아이, 주언과 유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 앞에 선 우리에게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질문한다. ‘작가의 말’ 말미에 저자가 전해 준 시몬 베유의 한마디 또한 오래 곱씹게 된다.
“상상 속의 악은 낭만적이고도 다양하나, 실제의 악은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도 지루하다. 상상 속의 선은 지루하지만,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매혹적이다.”
책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읊조리게 될 것이다. 진짜 내 편의 한마디, 어쩌면 인생에 필요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닐까?

어릴 적 김주언이 내 삶에 침투해 들어왔던 것처럼 나도 그 애의 삶에 침투할 수는 없을까. 옛날과 같은 그 따뜻하고 당당한 소년을 되찾을 수는 없을까. 당장 내 곁의 소중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없다면,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은 부끄러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내 편이라는 말. 그 말이 나는 참 좋았어.”
순간 기억이 한층 더 선명해졌다. 그날은 기분이 이상했다. 짝사랑하는 여자애에게 잘 보이려고 도깨비를 이용했던 그간의 마음과는 다른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고, 그게 낯설고 이상해서 꽤 오랫동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도깨비를 도와주고 싶었다. 신이 사람의 영혼에 부여한 그 기묘한 선의. 그런 것이 작용한 순간이었다.
지금 이안은 내게 그런 마음이 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였다. 자기 나름대로 그 선의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얼굴의 흉터가 찌릿, 아픈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다리의 흉터였을지도 모른다. 기묘한 선의만큼이나 기묘한 통증이었다. 아프다
고 말하기에는 시원하고, 마냥 시원하다고만 하기에는 아릿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