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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도 예술에 대해 말하지 않아
인문산책 | 부모님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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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00년부터 뉴욕에서 시작된 오일 페인팅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서양화가 최울가의 예술과 삶을 알 수 있는 책이다. 1980년대 20대 후반에 파리로 건너가 40대 중반인 2000년에 뉴욕으로 옮기면서 세계적 화가로 발돋움한 작가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그린 최근의 그림들을 모아 자유롭게 낙서하듯이 그린 그림을 문학적 감수성이 물씬 베어나는 글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1부에서는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생존과 싸우면서 새로운 그림에 대한 열망과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뉴욕의 일상적 삶을 통해 그려져 있다. 2부에서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의 탄생에 대한 작가의 회화론, 그림의 사상적 바탕을 이루는 원시주의에 대한 천착, 현대미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 그리고 추상화에 대한 작가의 단상 등이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1. 뉴욕, 새로운 그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의 탄생

“뉴욕이라는 환경은 나를 새로운 작품 세계로 이끌어주었을 뿐 아니라 나의 삶도 바꿔 놓았다. 파리에서는 회색빛 고독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면, 뉴욕에서의 작가생활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상업적 토템 위에서 만들어진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하는 전쟁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달콤함을 얻기 위해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 어쩌면 한 마리 하이에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터전을 옮긴 작가는 뉴욕에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는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회상한다. 그 새로운 그림들 속에는 기호나 문자가 아무렇게나 등장하고 겹쳐지지 않는 단색과 선묘의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는 파리 시절부터 시작된 선과 면, 그리고 색채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뉴욕 시절에 이르러서 조형적 선과 단색의 블랙 앤 화이트 면을 구사하여 선의 흐름을 중시하는 미학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다.
하지만 새로운 그림에 대한 탄생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뉴욕의 모진 추위와 세면조차 맘대로 할 수 없는 허름한 작업실에서 생쥐와 함께 잠을 청하고 피자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물리적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이어간다. 모든 것이 절박하기만 하던 그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캔버스의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훗날 이 그림들은 불태워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가 탄생한다.

2. 어린 시절 즐거웠던 순간들과 암울한 현실의 시간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화면

일찍이 작가는 1980년대에 파리로 건너가 예술적 감수성을 체험하기도 했거니와 2001년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작품화하여 삶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다고 할 때 최울가의 그림은 분명 국내 작가들이 경험하지 못한 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평온한 일상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예민한 포착은 작가를 불안한 의식 속으로 이끌어가고, 이는 현대문명을 부정(순수한 어린 시절로의 회귀)하고 원시주의(Primitif)를 추구하게 했으며, 이를 그림에 투영시켜 왔다. 하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평화로운 일상은 작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문제들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구의 원시림 아마존과 아프리카는 현대문명의 잠식으로 점점 더 황폐해 가고 있으며, 인간의 욕망으로 뿜어내는 열기는 지구를 점점 더 붉게 물들이고 나 자신 역시도 그 문명 속에 하나의 작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존재하고 있기에 그 모순됨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에는 인간, 집, 자동차, 배, 동식물, 가정용 기구, 권총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충돌하며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어린 시절 즐거웠던 순간들과 암울한 현실의 시간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화면이다. 그는 어린 시절 무의식 속 즐거웠던 순간들과 부서지기 쉬운 위태위태한 현실 사이를 오가며 지극히 아나키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이것은 작가의 의식을 얽매는 것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식을 그림 속에서 단순화하고 기호화함으로써 비로소 정신적 자유를 얻게 된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세계 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40여 년 넘게 예술 인생을 걸으면서 그림을 사랑하여 그림에 평생을 걸었고, 지금도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걸어간다.




뉴욕의 가을은 그렇게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파렴치한 계절이었다. 에드가 알렌 포우가 살았던 푸줏간 2층 방을 바라보며 이 거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기의 세계와 사랑을 잃지 않았던 포우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과도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앞서간 그의 문학 세계를 그땐 왜 그들은 알지 못했을까?
오늘까지 샤워를 못한 지 며칠인가. 가을인데도 아직 사라지지 않는 비릿한 여름의 향기를 느낄 정도다. 9․11 테러 이후로 별로 변한 게 없는 소호 거리는 자주 들리는 피자집, 커피숍, 그리고 북적거리는 애플 매장, 특히 차이나타운은 전보다 더 활기찼다.

그런 시절을 견디며 어렵게 몇 년을 그린 작품은 2008년에 모두 불태워졌다. 실로 있을 수 없는 결정으로 몇 년의 작품 활동을 그렇게 허망하게 태워버렸으니, 지금도 515 그린위치 거리(Green St.) 그 적막한 4층 작업실에서 그렸던 수많은 그림들을 생각하면 정말 피가 거꾸로 쏟는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다. 그때 그렸던 수많은 작품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나의 머릿속 한편에 영원히 남아서 숨 쉬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울가
서양화가 프랑스 파리국립장식예술학교 수료 및 베르사유 시립미술학교 졸업했다.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개화파 후손인 통역관 아버지 밑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공부보다는 문학과 음악으로 밤을 새우는 그 시대 집안의 문제아였다. 1980년대 20대 후반에 파리로 건너가면서 예술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본격적인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5년 동안 파리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40대 중반인 2000년에 뉴욕으로 옮겨 지금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그림들 속에는 기호나 문자가 아무렇게나 등장하고 겹쳐지지 않는 단색과 선묘의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는 어린 시절 내면의 감수성이 문학적 스토리를 가지고 그림 속에 표현된 것이다. 첫 개인전 이후 8권의 화집을 발간했으며, 국내와 뉴욕․파리․일본 등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목차

파리에서 뉴욕으로 온 화가의 예술 행로 _ 제이슨 박 … 5
지극히 아나키적인 그림을 구축하다 _ 나카하라 유우스케 … 9
예술의 여정을 찾아가는 시간들 _ 최울가 … 15

1. 뉴욕, 브룩클린의 시간들

Black Toys … 22
9․11 그날에 … 32
소호 거리에서 … 40
에드가 알렌 포우의 삶을 생각하며 … 44
안녕 파트릭 … 48
퀸즈에서의 슬픈 기억 … 54
버려진 캔버스와 불태워진 그림 … 58
캄캄한 터널 속을 헤매다 … 64
소중한 인연 … 70
뷰티풀 월드 … 76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서 … 80
블랙 시리즈의 탄생 … 82
그림 앞에 서 있는 작가보다
그림 뒤에 서 있는 작가가 되기를 … 86
하이에나처럼 거닐다 … 92
네 가지 동물의 히스토리 … 96
브룩클린의 겨울바람 … 108
브룩클린의 세탁소 이층집 … 114
뉴욕에서 만난 프랑스인들 … 118
롱아일랜드시티로 옮기다 … 122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 126
스페인 식당에서 느끼는 향수 … 132
외로움과의 대화 … 138
뉴욕의 큐레이터 … 142
맨해튼이 보이는 허드슨 샛강에서 … 148
뉴욕이라는 이민자의 나라 … 156

2. 선과 면의 시간들

선과 면에 대한 나의 회화론 … 164
뉴욕, 치열함의 시간들 … 178
원시주의에 대해 파고들다 … 188
언어와 예술 … 200
무의식 속 즐거움을 찾아서 … 208
놀이를 그림 속으로 … 216
아크릴과 유화가 가지는 예술적 가치의 두 얼굴 … 228
내 그림의 네 가지 유형 … 238
추상에 대한 도전과 편견 …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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