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우리나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어선을 타며 그물·통발·주낙을 투망하고, 미끼를 매달고, 잡은 물고기를 분류해 어창에 넣는가 하면, 경매가를 높게 받으면 위판장에서 환호하는 등 선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 어로 현장에 있었고, 때로는 어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물고기·사람·바다를 몸으로 알게 됐다. 이 책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이며, 바다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바다 남자 김창일의 물고기 인문학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은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우리나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 김창일은 어선을 타며 그물·통발·주낙을 투망하고, 미끼를 매달고, 잡은 물고기를 분류해 어창에 넣는가 하면, 경매가를 높게 받으면 위판장에서 환호하는 등 선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 어로 현장에 있었고, 때로는 어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물고기·사람·바다를 몸으로 알게 됐다. 이 책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이며, 바다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했다.
1부 ‘물고기’에서는 어촌에서 자주 접하던 물고기를 중심으로 꾸몄다. 낚시 대상 어종이라기보다는 어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물고기다. 조기, 멸치, 고등어처럼 우리 밥상에서 영향력이 높은 어종은 물론이고, 버리던 물고기에서 귀한 몸이 된 물고기까지 두루 포함했다. 대량으로 어획되던 어종이 사라진 현상, 혼란스러운 물고기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문제, 역사에 기록된 물고기에 관한 내용, 섬과 어촌현장을 다니며 접한 물고기 관련 에피소드와 문화적 해석이 담겨 있다.
2부 ‘사람’에서는 어민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물고기잡이 신(神)에 관한 이야기, 육지 해녀의 다양한 모습, 오랫동안 바닷가를 누빈 경험을 토대로 어촌에 살고 싶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현장에서 만난 인상적인 사람들, 표류해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건, 현장에서 경험했던 재밌는 일화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기록했다.
3부 ‘바다’에서는 동·서·남해와 제주도까지 오랜 시간을 경험하고 느낀 바다를 기록했다. 무서운 바다의 모습은 물론이고, 한국 바다의 특성, 오염된 바다의 실상과 대책, 섬의 숨결, 제주 바다에서 본 것들, 한국의 배, 사라진 포구를 이야기했다.
김창일의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은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민속학적 지식 체계 속에서 바다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김창일은 축구공을 뻥 차면 바다로 빠지는 경남 남해군의 섬마을에서 태어나 그것도 모자라 동해·서해·남해와 제주 각 바다를 현지 조사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해양 전문 민속학자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물을 만나 신나게 그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인연
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새로운 우주의 창조다. 7, 8년 전의 일이다. 답사 겸 놀이삼아 연평도에 갈 일이 생겼다. 황해도 민요 중에 [연평도 난봉가](나나니타령) 노랫말에 대한 해석 때문이었다. 그 노랫말에 ‘긴작시’와 ‘아가씨나무’가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도를 보다가 연평도 지명에 긴작시 해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지명이었던 것이다. 확인하기 위해 연평도로 갔다.
연평도에 가니 실제 긴작시라는 북쪽 해안 지명이 있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해안이었다. 그러니 이 노래가 연평도를 배경으로 한 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가씨나무의 정체는?
연평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병자호란 때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세자를 구출하기 위해 연평도에 기항했다. 그때 병사들의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가시나무를 무수히 꺾어다가 지금의 당섬(堂島) 남쪽 ‘안목’에 꽂아놓았다. 물이 빠지자 가시나무에 걸린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한다. 이 고기가 조기이다. 때문에 전설로 보면 ‘아가씨나무’는 ‘아,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때 연평도에 갈 때, 막 페북 친구인 김창일이라는 분에게 연락을 했었다. 당시 김창일은 해양민속학자로 연평도 학술조사를 위해 일 년간 연평도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내가 갔을 때는 육지에 나와 있어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가 제주에 학예사로 나가 있을 때 내가 낚시하러 간 김에 그를 횟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책을 내자고 했다. 그는 두 말 않고 OK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공들인 책이 나오게 되었다. 바로 이 책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이다.
이 책은 현장에서 본 어부와 해녀의 삶의 이야기고 물고기와의 대화다. 우리나라 해양민속학자 중에서도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각각 1년 이상씩 해양조사를 한 학자는 드물다. 게다가 그는 경남 남해군 출신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리 바다를 속속들이 이야기했겠는가? 이 책은 우리나라 바다에 관한 어떤 보고서보다 더 생동감 있게 우리 바다의 현실을 들려준다.
바다에 대한 집착이 우리바다 해양 인문학으로 승화하다
집착이라 할 만큼 갯가를 찾아다닌 건 섬 소년 시절의 추억 때문이지 싶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분교를 다녔다. 축구라도 할라치면 바닷물에 빠진 공을 건져내느라 몇 번씩 발을 적셨다. 점심시간에 수영하다가 종소리가 들리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은 채 교실로 향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에는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삼각팬티 한 장 걸치고 해변에 살다시피 하며 돌게, 갯가재, 바지락, 홍합, 대합을 구워 먹던 추억. 지금도 그렇게 놀던 녀석들과 모임 이름을 ‘개발이’라 짓고 매년 두 번씩 만난다. 갯벌에 나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어촌에서는 개발이(‘갯벌하다’의 변형)이라 한다. 모임 장소도 열에 아홉은 횟집이다. 다들 도시에 살고 있어도 몸이 기억하는 바다는 쇠사슬보다 질김을 친구들을 통해서 매번 느낀다. 바다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내 열정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 터.
어촌에 장기간 살면서 조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주민이 된 것처럼 마을에 정착한 학예사와 팀원들은 마을회의에 참석하고, 어선을 타는가 하면, 농사에 일손을 보탰다. 물론 봉사활동을 위해 마을에 상주한 건 아니다. 함께 살면서 그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서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창일
해양 민속학자다. 경남 남해군 창선도에서 자랐다. 섬 소년 시절 품은 바다를 자양분으로 연평도, 강화도, 남해도, 가덕도, 영도, 제주도, 삼척, 울산 등 섬과 어촌에 장기간 거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했다. 한국 바다 곳곳을 누빈 현장 지식을 토대로 해양민속지 18권을 집필했으며 강연 다니고, 동아일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동·서·남해의 대표 어종이던 조기·명태·멸치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을 개최했다.
목차
저자의 말
1부 물고기
물고기에게 표정이 있었다면
길 위의 스승과 화두
가시 많은 물고기, 나무라지 말라
물고기 이름에 붙는 ‘치’와 ‘어’에 대한 오해
너는 ‘참’이고 나는 ‘개’란 말이여?
명란이 일본으로 전해진 경로
횟집에서 수족관을 확인하는 이유
육지로 가는 물고기의 여정
수산물 맛은 유통에서부터
어부와 소비자의 직거래
못난이에서 ‘귀한 몸’ 된 물메기
버리던 물고기에서 귀한 물고기로
장작불에 구워 먹던 추억의 쥐포
억울한 누명 쓴 국내산 임연수어
방어냐 부시리냐
겨울 바다의 진객, 대구
포항이 과메기의 본고장이 된 이유
북태평양을 오가는 민물장어
천연기념물이었던 장어
꼼장어, 장어가 아니면 어때?
대청도의 홍어회, 영산포의 삭힌 홍어
같은 듯 다른 웅어와 깨나리
황복, 자연산과 양식의 결정적 차이점
한국은행보다 돈 많았던 연평도
간통의 변신
조기는 왜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을까
이자겸의 굴비와 임경업의 조기
명태는 언제쯤 돌아올까
집 나간 명태, 이제는 잊어야 할지도
‘조선의 물고기’ 명태 유래담
한국인 밥상의 ‘숨은 지휘자’
시시한 멸치 앞에 시시해진 우리
극한 노동의 응축, 멸치액젓
천한 물고기, 귀한 물고기
원시어업 죽방렴의 가치
죽방멸치 한 마리의 가격
잃어버렸던 멸치의 우리 이름
‘바다 보리’의 계절
고등어의 섬, 욕지도
용왕님, 고등어 좀 만나게 해 주세요
청춘들이 만든 이름, 고갈비
민물고기야 바닷물고기야?
청게‧웅어‧고랑치… 낙동강이 키운 부산 맛
붉은 살 생선과 흰 살 생선
‘영덕대게 vs 울진대게’ 경쟁과 상생
킹크랩을 잘 고르는 방법
낙동강 청게, 어디서 왔을까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 한국 소비자의 선택은?
독도새우 찬가
배 위에서 담그는 젓갈, 젓새우
싱싱한 굴, 한국 바다의 선물
굴의 나라 명성을 지키려면
낙동강 재첩의 추억
혼란스러운 그 이름 ‘고둥, 고동, 소라’
제주도에서 준치는 준치가 아니다
한국 김, 세계인의 먹거리가 된 이유
2부 사람
눈으로 물고기 잡는 망지기 노인
기다림의 어업, ‘숭어들이’
물고기여, 그가 오면 줄행랑 쳐라
바다의 원혼을 위로한 남근목
장군은 왜 조기잡이 신이 됐을까
그물에 걸린 시신에 예를 다하다
바다 귀신과 도깨비불
고마웠소 영등할머니, 잘 계시소
전복을 피해 도망간 사람들
조선시대의 해남, 포작인
극한 공포와 미지 기행이 피워낸 표해록
300여 년 전 조선인과 베트남인의 만남
조선에서 고향사람 만난 네덜란드인
하늘에서 고양이는 만나셨습니까
희망 찾아 독일로, 그리움 따라 남해로
파독 근로자와 외국인 선원
양식장 폐허, 박물관으로 부활하다
삼척 마을박물관에 고하는 작별인사
작은 섬, 연도에 여인들이 살았다
억척 아지매들의 본향, 부산
뭍에 온 제주 해녀들… 뭇 총각 애간장 녹여
거긴 물질, 여긴 요리… 어촌의 ‘공생’
부산 바다의 제주 할머니 해녀들
부산 송도해변의 인어들
가덕도에서 만난 제주해녀
행복한 인어들
육지 해녀의 바다 사용료
영도 해녀촌, 해묵은 갈등에서 평화로운 공간으로
해녀 잠수복이 불러온 태풍
해녀 잠수복은 누가 만들었을까
저승서 벌어 이승서 산 ‘머구리들’
호미 들고 왜 갯바위에 갔을까
돌미역 함부로 따면 경찰서행
천년을 일궈온 미역바위
해루질의 추억
선원들의 수익 분배
바닷가에 살고 싶은 그대에게
바다 공동체를 꽃피울 방법
등대지기를 꿈꾸던 화가 친구에게
남의 집 살림살이 조사해 뭐 하려고?
3부 바다
바다의 공포를 버티려는 어부들의 몸짓
바다가 기억하는 세 번의 아픔
자연의 선물 갯벌, 방심은 금물
벼랑 끝에 선 바다
푹~ 썩어야 한다
수만 년 그물의 역사, 다시 분해되는 그물로
이어져 있으나 너무나 다른 한국의 바다
해운대는 동해안에? 남해안에?
제주 바닷가에 박힌 검은 보석, 도대불
돌로 자연에 맞서며 만든 제주 문화
섬에도 수만 년 역사가 있다
고독한, 그 섬에 가고 싶다
갯벌에 기대는 ‘꽃게의 섬’ 어민들
섬 숫자는 늘어나고, 유인도는 줄어들고
100개의 섬, 100개의 길을 하나로 잇다
떼배와 LNG 운반선
끊겨버린 전통 배의 명맥
조선의 배는 왜 삼각돛이 없을까
100여 척의 어선이 동시에 출항하는 장관을 보며
남북 왕래하던 옛 포구의 기억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