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우리나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어선을 타며 그물·통발·주낙을 투망하고, 미끼를 매달고, 잡은 물고기를 분류해 어창에 넣는가 하면, 경매가를 높게 받으면 위판장에서 환호하는 등 선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 어로 현장에 있었고, 때로는 어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물고기·사람·바다를 몸으로 알게 됐다. 이 책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이며, 바다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바다에 대한 집착이 우리바다 해양 인문학으로 승화하다집착이라 할 만큼 갯가를 찾아다닌 건 섬 소년 시절의 추억 때문이지 싶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분교를 다녔다. 축구라도 할라치면 바닷물에 빠진 공을 건져내느라 몇 번씩 발을 적셨다. 점심시간에 수영하다가 종소리가 들리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은 채 교실로 향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에는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삼각팬티 한 장 걸치고 해변에 살다시피 하며 돌게, 갯가재, 바지락, 홍합, 대합을 구워 먹던 추억. 지금도 그렇게 놀던 녀석들과 모임 이름을 ‘개발이’라 짓고 매년 두 번씩 만난다. 갯벌에 나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어촌에서는 개발이(‘갯벌하다’의 변형)이라 한다. 모임 장소도 열에 아홉은 횟집이다. 다들 도시에 살고 있어도 몸이 기억하는 바다는 쇠사슬보다 질김을 친구들을 통해서 매번 느낀다. 바다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내 열정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 터.어촌에 장기간 살면서 조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주민이 된 것처럼 마을에 정착한 학예사와 팀원들은 마을회의에 참석하고, 어선을 타는가 하면, 농사에 일손을 보탰다. 물론 봉사활동을 위해 마을에 상주한 건 아니다. 함께 살면서 그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