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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말코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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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거침없는 에너지와 폭발하는 언어로 욕망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세태에 저항하며 올해로 시력(詩歷) 35년을 맞이한 김언희의 일곱번째 시집 『호랑말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10번으로 출간되었다. 1989년 등단 이후 일상적인 풍경에 노골적 시어, 비속어, 적나라한 성적 표현 등을 뒤섞어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은 발표하는 시집마다 문단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청마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시와사상문학상을 거머쥐는 등 한국 문단의 독보적인 존재로 활동해왔다.

인간의 욕망을 기계로 치환해 고통과 쾌락이 육체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했던 첫 시집『트렁크』(세계사, 1995)에 이어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에서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하거나 과민 체질인 사람’은 읽지 않기를 권할 정도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도발적인 언어를 펼쳐 보였던 시인은 이후 출간된 네 번의 시집을 거치는 동안 ‘끝 간 데 없’이 자극의 강도를 높이며 이번 시집 『호랑말코』에 도착했다. 고집이 세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시집의 제목처럼, 총 50편의 시 속에서 그는 “핸들러가/개”(「어질리티(Agility)」)인 유희적 언어를 통해 터질 듯한 고통 속 감각의 세계를 또 한번 선보인다.

  출판사 리뷰

“팝콘처럼 터져나갈 듯한 폭소는 포효의 대체물이다”

지상의 모순을 벗겨내 전시하는 호랑말코의 전언들
지옥을 전복하러 온 한국 시단의 메두사, 김언희의 일곱번째 시집

거침없는 에너지와 폭발하는 언어로 욕망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세태에 저항하며 올해로 시력(詩歷) 35년을 맞이한 김언희의 일곱번째 시집 『호랑말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10번으로 출간되었다. 1989년 등단 이후 일상적인 풍경에 노골적 시어, 비속어, 적나라한 성적 표현 등을 뒤섞어 그로테스크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은 발표하는 시집마다 문단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청마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시와사상문학상을 거머쥐는 등 한국 문단의 독보적인 존재로 활동해왔다.
인간의 욕망을 기계로 치환해 고통과 쾌락이 육체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했던 첫 시집『트렁크』(세계사, 1995)에 이어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에서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하거나 과민 체질인 사람’은 읽지 않기를 권할 정도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도발적인 언어를 펼쳐 보였던 시인은 이후 출간된 네 번의 시집을 거치는 동안 ‘끝 간 데 없’이 자극의 강도를 높이며 이번 시집 『호랑말코』에 도착했다. 고집이 세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시집의 제목처럼, 총 50편의 시 속에서 그는 “핸들러가/개”(「어질리티(Agility)」)인 유희적 언어를 통해 터질 듯한 고통 속 감각의 세계를 또 한번 선보인다.
여성의 육체와 정신에 가해져온 억압과 폭력의 역사가 김언희의 세계로 진입하면 고통과 동시에 폭발하는 에너지로 탈바꿈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가 불편하고 파격적이라면 우리가 속한 현실이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증거일 것이다. 시인은 천기누설이 숙명인 것처럼 그 고통과 에너지를 우리 앞에 적나라하게 꺼내 보인다. 이렇게 다시, “인간의 삶과 모순을 언어적 유희와 역설로 표현함으로서 시적 구제(救濟)를 꾀한 에로와 그로테스크 미학”(시와사상문학상 심사평)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

“이슬 한 방울에도 중력을 행사하는 치사한 행성”
어그러진 세계의 중심에서 적은 해학의 언어

*
우리가 조물주의 창조물일 리가 없다. 배설물이라면 모를까. 우리를 배설해서 이 황막한 우주에 영역 표시를 해둔 거라면 모를까.

[……]

*
대취해서 거룩해진 우주, 게슴츠레한 무화과의 우주, 뼈 없는 우주가 말씀하신다. 너희는 달게 빨아 먹으라. 이는 내 밑이니라.

*
대지의 음핵을 왕관처럼 받들어 쓰고 있다. 폭양 속의 맨드라미.
―「호랑말코」 부분

표제작 「호랑말코」는 ‘*’를 동반한 독립된 연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이미지를 앞다퉈 내세우며 “대취해서 거룩해진” 화자의 기세를 내보인다. 제멋대로인 화자가 사는 곳에서는 양쪽 귀를 손잡이 삼으면 얼굴이 ‘냄비’처럼 보이고, “하나뿐인 아들을 씹도 안 하고 낳았다고” 우기면 ‘신’이 된 듯 즐겁다. 마치 한량과 고집불통 사이를 배회하는 것만 같지만 사실 그는 “눈씹이라는 말”에서 “저속한 어휘들 속에 담겨 있는 사고의 무한한 깊이”를 들여다보는 현자(賢者)이기도 하다. 시는 ‘의자’ ‘구름’ ‘의치’ ‘꼬리’ ‘맨드라미’ ‘유리창’과 같은 일상적인 풍경을 건네고, 그 사이사이에 ‘밑’ ‘음핵’ ‘즉사의 현장’ ‘구멍’ ‘목줄’ ‘항문’ ‘도끼’ 등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끼어든다. 평범한 일상과 비극적 사건들이 범벅된 이 순간을 향해 “시인과 도끼는 침묵”하며 “일격을 노”린다.
주어진 현실을 살아가던 화자는 끔찍한 순간을 목격하고 충격적인 경험들로 혼돈 속에 놓인 채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듯하다. 이것이 코가 단단해서 자기 마음대로 엉뚱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계속 “순간의 경험에 몰두”해 일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머뭇거리지 않고 극단과 전복의 언어들을 쏟아내는 “호랑말코”의 서막일 것이다. 시인의 페르소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화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리창에 매달린 빗방울”과 같은, 언제 창문 아래로 떨어져 고꾸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존재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피거품들이 두리번거”리는 “피 웅덩이”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뭐 더 볼 게 없나?” 고통스러운 잔상들로 점철되어 있는 세계일지라도 그것을 적나라하게 응시하고 멋대로 사유한 뒤 웃어넘길 줄 아는 기개가 우리를 “북북 우기는 즐거움”으로 이끈다.

“나의 천박이 나의 금박임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고요한 몸속으로 날카롭게 파고든 사건에 대항하기

인간은 개념이고 시체는 사물이다. 인간은 거죽이고 시체는 물질이다. 인간은 벗겨내야 하는 환영이고 시체는 벗겨진 인간이다. 그 둘 사이에서 시인은 눈의 기능을 잃어가면서, 응시에 사로잡힌 채로 목격하면서, 아니 시체로서 살아가면서, 그러므로 이야기 없는 생을 감각적 사태라 여기고 오롯이 겪으면서 시가 오면 썼다. 현장에 대한 시가 아닌 사건으로서의 시. 재현이 아닌 외상(外傷)으로서의 시를.
―해설 「언데드의 말, 시(詩)」 부분

해설에서 “재현이 아닌 외상(外傷)으로서의 시”라고 표현한 것처럼 시집에 드러난 무수한 외압과 폭력의 정황은 우리에게 충격을 먼저 안겨준다. “나에겐 [……] 목을 맬 수조차 없는/목줄”이(「관시(串柹)」) 있고, 바람이 “미친 짐승처럼 불어 젖”혀 “쉭쉭거릴 때마다 이파리들이 살점처럼 뜯겨져 나”가는가 하면, “날리는 머리채를 휘감아 쥐고 바람이 여자를 뽑아 올리”(「지방도 1018」)기도 한다. 대낮에 “보리수 그늘” 아래서 “늙은 원숭이”가 “나를, 따먹”(「삭제하시겠습니까?」)고 “번번이 새끼를 죽여서 낳던 개는/이 나무 아래서/맞아//죽”(「봄밤」)는 이 세계가 “무슨 짓을 해도 재주넘기가 되고 마는”(「여섯번째 기도」) 곳이라고 시인은 충고한다.
2011년, 『경남신문』 인터뷰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똥 퍼주는 시인”이라 소개했다.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똥’은 거짓을 모르는 순수한 진실, 날것의 언어 그 자체인 듯하다. 우리는 진실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부조리한 세계에서 진실만을 강력하게 피력하기란 어렵고, 억압과 폭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피”하기 일쑤다.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있어도 손에 똥을 묻힐 수는 없”(「카페 메이지」)다는 의식이 팽배한 오늘날, “자살은 매일 해야 하는 거”고 “더러 한 번으로는 부족한 날도 있”는 이 황막한 곳에서 시인은 “나는 똥을 먹는 부류가 아니오/내가 똥이”(「녹취 A-19」)라거나 “난 비옥한 퇴비 같은 년이야/나만 한 거름도/없”(「성(聖)금요일」)다며 진실한 날것을 자처한다. 그 끝에서 생(生)의 진실을 과감하게 열어젖히며 부조리에 결코 순응하지 않는 통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시 한 편을 쓸 때마다 뒤를 대주는 느낌”(「솔직히,」)이라는 대목에서 시인의 고독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억압과 고통 속에 놓인 모든 이에게 닿기 위해 속세를 비웃으며 찢고 깨부숴 “죽을힘”(「악어」)으로 진실을 계속 펼쳐 보인다. “개가 똥을/끊”을 수 없듯이 “시를 끊”(「솔직히」)을 수 없다는 전언과 함께, “당신이 내게 주는 얼어붙은 외로움”(「보허자(步虛子)」)을 껴안고, 그렇게 『호랑말코』가 우리 곁으로 왔다. “비몽과 사몽의 가두리에서//나를 토막 쳐/나의 맞수/나의 짝을”(「밤의 가두리에서」) 기다리는 시, 빨려 들어갈 듯 매력적인 “블랙홀의 중력을 가진” 강력한 “마침표”(‘시인의 말’)를 품은 시. 여전히 어둡고 불온한 이곳에 김언희의 시는 유효하다.

백시(白柹) 혹은
관시란
껍질을 벗겨서 꼬챙이에 꿰어 말린 감을 칭하는 말

껍질을 벗겨서 꼬챙이에 꿰어 말린 여자는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관시(串柹)」 부분

금보다 비싼 걸 똥으로 싸지르는 향유고래의 금요일, 물구나무를 서서 오줌을 갈기는 덤불개의 금요일, 내 오줌으로 나를 침례하는 금요일, 깨물 게 따로 있지, 네년 땜에 인생 좆됐어, 뒤통수를 맞는 금요일, 너무 깊이 물어 박힌 이빨이 빠지지 않는 금요일, 동종 포식의 금요일, 흐릅흐릅 뱀을 삼키는 돼지 주둥이의 금요일, 콧등치기 면발처럼 돼지 콧등을 후려치는 뱀 꼬리의 금요일, 섞을 수 없는 살은 없어, 우리 모두 다 함께 익어가는 번철 위에서, 제가 저를 겁탈하는 말미잘의 금요일,
―「성(聖)금요일」 부분

먹먹한 밤에는
먹먹한 손에 먹먹하기 짝이 없는 돌을 쥐고서

걷는다 걷는다 걸어서 밤의 검은 선반 위에 밤의 돌멩이를
올려놓는다 먹먹함으로 두 귀가
먹먹해지는 밤
―「걷는 사람」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언희
1989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 『GG』 등이 있다. 청마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시와사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어질리티(Agility) | 녹취 A-19 | 프랑켄후커 | 초량 차이나타운 | 질문의 양상 | 악어 | 팬 패니스쿠스(Pan paniscus) | 아비치(Avici) | 그야말로 | 관시(串柹) | 밤의 방파제 | Endless Jazz 7 | 지방도 1018 | 여섯번째 기도 | 밤의 가두리에서 | 솔직히,

2부

천문(天問)-173 | 성(聖)금요일 | 봄밤 | 비커 A | 버퍼링 | 그 방 | 웃는올빼미(Sceloglaux) | 보허자(步虛子) | P.S. | 렘 | 모지리 | 히포포타무스(Hippopotamus) | 걷는 사람 | 삭제하시겠습니까? | 오시비엥침 | 통방 | 암혈도(暗穴道)

3부

호랑말코 | 그녀에게 | 정의의 해부 | 카페 메이지 | 그녀는 코를 골았다 | 각 | 녹취 A-21 | 검은 돛배 | Endless Jazz 69 | 지방도 1021 | 에탕 도네(Etant donnes) | 클럽 양파주점에서 | 서 있습니다 | 사우스 림 | 예행 | 뜰 앞의 풍개나무 | 독락(獨樂) | 시를 쓰며 인용한 것들

해설
언데드의 말, 시(詩)·양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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