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 장에서는 먼저 동물행동학의 역사와 함께 우리가 척추동물의 뇌 진화를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척추동물의 뇌를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따라서 뇌 연구의 역사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동물의 행동 연구나 인식 연구의 흐름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척추동물 뇌 연구의 최전선에서 거둔 성과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나와 같은 세대의 독자 중에는 처음 듣는 내용에 깜짝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큰가시고기의 얼굴 인식 연구는 당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이노우에 이즈미가 담당했다. 큰가시고기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변이가 다채롭게 나타나는 부분이 얼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풀처, 디스커스와 같은 방법으로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 큰가시고기 역시 얼굴을 통해 개체 식별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식별의 정밀도는 농어목 물고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실험의 상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큰가시고기도 얼굴로 상대 개체를 구별할 수 있으며 결코 단순한 본능 행동만 하는 물고기는 아니었다.
2014년 당시에는 물고기에게 거울 자기 인식 능력 같은 고도의 인지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구 대상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물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도 물고기가 영리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람일지라도 물고기가 거울 자기 인
식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트란스크립투스는 자기 몸에 표시된 마크를 알아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왜일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고다 마사노리
오사카시립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교수이자 세계 유일의 물고기 인지 능력 연구팀을 이끄는 동물사회학자다. 행동생태학, 동물생태학, 동물사회학, 비교인지과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와 산호초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생태‧행동‧사회‧인지 능력을 주로 연구한다. 침팬지의 거울 자기 인식 실험 방법을 청줄청소놀래기 실험에 적용해 세계 최초로 물고기에게도 거울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