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사라진 공룡의 발자취가 애틋하듯, 비어즐리의 다양한 주제, 방대한 레퍼런스, 감히 흉내 내기도 힘든 촌철살인 같은 예술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도 그러했습니다. 그중 제8장은 흥미로운 작품 사례들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는데, 뒤러의 <최후의 만찬> 중 전면에 놓인 비어진 그릇을 셜록 홈즈의 《실버 블레이즈》에 나오는 ‘밤에 짖지 않은 개’에 비유한 것이 가장 잊히지 않습니다. 반면 이 《미학: 비평 철학의 문제들》을 관통하는 예술작품의 자격에 관한 비어즐리의 주장은 매우 일관되고 심플하여 이 책 전체가 어느 미학자가 주장한 “다양의 통일”을 갖추고 있는, 그 자체로 장대한 심포니 같기도 합니다.
영어권의 철학적 미학이 대체로 그러하듯, 일견 일상적인 용어들로 주제에 접근하지만 사실 이 책의 묘미는 그 친숙한 개념들을 정밀하고 쓸모 있게 벼리는 것에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예술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 개인적인 직관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렇게 다시 정리되는 미학적 개념들은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좋은 도구가 되어주며, 관련된 논의들을 차분히 숙고하며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실제 작품들에 대한 세밀하고 깊은 부분들에 다가서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분량도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이 책에 압도되었지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점점 비어즐리라는 사람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비어즐리는 철학적으로 매우 치밀하면서도 동시에 섬세한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비어즐리는 예술 비평을 객관적이고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그는 비평의 대상 및 원칙을 세울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문학, 미술, 음악 등의 구체적인 분야에 적용하는 작업을 합니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처음 이 책을 집필했을 당시의 나는 예술의 특별한 성격과 특권을 주장하는 이들 및 예술을 사회 및 문화적 역할에 종속시키려고 하는 이들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런 맥락에서 나는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었다. 나는 예술적 활동과 다른 활동 유형들 사이의 상호연관성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제12장 마지막에 가서 잠깐 주목하기는 했다), 나의 이런 태도는 사회적 산물로서의 예술작품이 인간의 근원적 흥미 및 관심으로서의 예술작품과 가지는 관계, 그리고 예술작품이 사회적, 전기적, 역사적 조건과 가지는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이 처음 집필되던 당시 내가 느낀 미학 이론의 소명은 예술의 특별한 성질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리고 심리학이나 사회학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예술비평이라는 고유한 작업을 정립하는 것, 그리고 예술작품들에서 가장 온전하게 발견되는 특유한 종류의 가치(예술의 도덕적,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측면에서 독립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예술의 위상을 높이려 했던 시도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 즉 클라이브 벨(Clive Bell)이나 로저 프라이(Roger Fry)와 같은 소위 ‘형식주의자’에 의한 시도는 나에게는 전반적으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비록 그들의 비평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그들의 생각은 건설적인 논의를 촉발했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의 초판을 집필할 당시에는 수잔 랭거(Susanne Langer)나 찰스 모리스(Charles W. Morris)의 기호학적 예술 이론이 존재했고, 많은 이들에게 기호학적 예술 이론은 밝은 전망을 제시해주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기호학적 이론을 그 한계로 인해 지지하기 힘든 견해로 간주했었다(이론적 난제들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또한 예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생각은 (특히 영어로 접할 수 있는 그들의 생각은) 대부분 초기 스탈린주의적 성격을 보였고, 내가 예술의 중요한 국면들이라 간주한 요소들에는 상당히 무관심했다. 한편, 당시 융성하고 있었던 신비평(New Criticism)에서 나는 문학을 그 자체로 특별하고 중요하게 인식하려는, 그리고 문학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검증 가능하고 객관적인 방법을 발전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지난 22년간 철학적 미학은 놀랍도록 창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금 진행되는 작업들은 1958년의 작업들보다 훨씬 더 생기 있고 강건하다. 몇몇의 중요한 저작과 논문들이 이러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오래된 주제들 중 몇 가지는 철학의 다른 분야에서 발전한 아이디어들의 도움을 통해 보다 흥미롭고 다루기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그러나 그 주제들뿐만 아니라 아직 광범위한 재조명을 받지 못한 다른 주제들의 여러 중요한 측면들(합리적인 견해들, 유용한 구분들, 실질적 논증들)이 1958년의 초판에서 논의되었으며,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 살펴볼 10개의 주제들
1. 예술의 정의
2. 예술의 존재론
3. 미적 성질
4. 의미와 은유
5. 재현
6. 표현
7. 허구
8. 문학의 해석
9. 근거와 판단
10. 미적 가치
을 선정했다. 이 중요한 주제들은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미학의 최신 연구에 대한 좋은 안내를 제공한다.
목차
머리말
포스트 스크립트 1980: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몇몇의 오래된 문제들
1. 예술의 정의
2. 예술의 존재론
3. 미적 성질
4. 의미와 은유
5. 재현
6. 표현
7. 허구
8. 문학의 해석
9. 근거와 판단
10. 미적 가치
들어가면서
제1장 미적 대상
1. 예술가의 의도
2. 지각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3. 현상적 객관성
4. 대상과 대상의 제시
5. 비평적 진술의 범위
제2장 비평적 분석의 범주들
6. 부분과 전체
7. 시각적 디자인에 대한 분석
8. 음악 악곡의 분석
제3장 문학작품
9. 문학의 언어
10. 해설의 논리
제4장 예술적 형식
11. 시각적 디자인의 구조와 질감
12. 음악에서의 구조와 질감
13. 통일성 및 그것과 관련된 개념들
제5장 문학에서의 형식
14. 문체: 의미와 음성의 문체
15. 문학의 구조
제6장 시각 예술에서의 재현
16. 재현과 추상
17. 디자인과 소재의 관계
제7장 음악의 의미
18. 표현과 의미작용
19. 음악과 단어의 관계
제8장 예술적 참
20. 명제 이론
21. 드러내기와 직관
제9장 문학과 지식
22. 문학의 해석
23. 믿음의 문제
제10장 비평적 평가
24. 근거와 판단
25. 비평적 논증의 본성
제11장 미적 가치
26. 미 이론
27. 심리적 정의들
28. 도구주의적 이론
제12장 인생 속의 예술
29. 도덕적 판단과 비평적 판단
30. 예술의 내재적 가치
역자 후기
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