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우리 집이 거대한 택배 상자처럼 변했다!
현관문도 창문도 사라진 집에 갇혀 버린 아이들
아웅다웅 남매 해리 해수의 집 탈출 어드벤처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집의 현관문과 창문이 모두 사라졌다. 집 안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것이다. 집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집에서의 조난이라는 놀라운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리와 해수 남매는 뜻밖의 재난에 “애당초 문이란 게 사라질 수 있는 거냐고!” 외치며 절망하지만, 난생처음으로 라면을 끓여 보고 화장실 청소에 도전하고, 둘이서만 잠을 자며 엄마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 낸다. 전화도 인터넷도 불통. 그나마 아이들을 세상과 이어 주는 것은 띄엄띄엄 연결되는 동영상 앱(App) 아이튜브뿐. 해수는 자신의 아이튜브 채널 ‘안했슈 TV’에 재난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고, 둘의 이야기는 조금씩 유명해진다. 해리와 해수는 구조될 수 있을까? 아니 집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 즉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재난의 새로운 얼굴을 그려 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단연 새로운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다.
혹시 어느 날 문이 사라진다면 자신의 마음을 샅샅이 살펴보세요.
사람마다 열리는 문이 다르답니다. 힌트를 주자면, 사실 문은 어디에나 있어요.
지금 당장은 문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지요._작가의 말에서
“재난방송 안했슈 TV, 안해수입니다!”
SNS로 실시간 중계되는 오늘날 재난의 풍경 해리와 해수는 집 안에 갇혔다. TV도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는다. 벽을 두드리고 휴대폰을 수십 번 껐다 켜도 소용없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팬데믹을 겪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집이 나를 보호하는 둥지인 동시에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 외부와의 연락마저 끊긴 해리와 해수는 자신들이 갇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막막해한다. 하지만 둘은 꿋꿋한 어린이답게 희망을 잃지 않는다. 곧 최악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낸다.
“문이 없어서 못 찾는 거 아니야?”
“집은 그대로 있잖아. 119 구조대원들이 벽을 부수고 구출해 줄 거야.”
“그럼 우리…… 오늘은 학교 못 가겠지?“
학교도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는 상황은 둘에게 뜻밖의 자유를 선사한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까치발을 하고 다녔지만 구조 요청이라면 음악을 커다랗게 틀고 시끄럽게 굴어도 괜찮다. 깨끗한 벽지에 커다랗게 낙서하고, 엄마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던 가스불을 켜서 라면을 끓인다. “무도한 현실 앞에 주저앉지 않고 불의에 놀이로 맞서는 아이들의 힘”(송수연)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해수는 재난 상황을 브이로그로 찍어 유일하게 접속되는 동영상 앱 ‘아이튜브’에 올린다. “문 없앤 거 내가 안 했슈!” “불낸 거 내가 안 했슈!” 하며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 덕분에 아이들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유폐를 견딜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댓글로 고난에 처한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전한다. 하지만 “딱 보니 주작.” “조회 수로 돈 벌려고 꾸민 일이구만.” 하는 악플도 따라온다. 엄마의 신고에 집으로 출동한 경찰도 “진짜 갇힌 상황이라면 이렇게 아이튜버 놀이를 할 수 있을까요? 구독, 좋아요라니.”라며 아이들의 실종이 단순한 장난은 아닌지 의심한다. 타인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면서도 공감보다는 딴지를 놓거나 진의를 믿지 못하는 모습은 사람들 사이사이에도 두꺼운 벽이 서 있음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재난의 와중에도 즐거움과 행복을 찾고 숨 쉴 구멍을 만든다. 언제나 현재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만큼 잘 보여 주는 이야기가 또 있던가. 지금에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은 내일에 붙잡혀 오늘을 살지 못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_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에서
“우리를 살리시려거든 문을 내려 주세요.”
문이 있는 집 VS 문이 없는 집
집을 집으로 만드는 건 무얼까?해리와 해수, 엄마는 그동안 같은 집에 살면서도 숨찬 하루하루에 서로의 마음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엄마는 왜 사사건건 잔소리를 할까?’ ‘누나는/동생은 너무 얄밉다.’ ‘아이들은 왜 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을까? 혹시 사춘기인가?’ 하는 오해만 쌓여 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시의 재난은 가족과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 주며, 진정한 의미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나 재산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공간이다. 사회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진정한 의미의 집일 것이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고전 『파랑새』에서 아이들이 찾아 나섰던 ‘파랑새’가 결국 집에서 기르던 멧비둘기였듯, 해리네 가족은 집에서 집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된다.
“문이 없으면 우리가 문이 되는 거야!”
집에서 집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가장 힘이 센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해리와 해수는 엄마도 친구도 만날 수 없고 좁은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지쳐 간다. 유정란을 부화시켜 보자고 한 해수의 장난 같은 제안은 곧 이들의 갑갑한 일상에서 새로운 생명과 변화에 대한 기대로 자라난다. 둘은 정성을 다해 알을 돌보며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작은 병아리가 알껍데기를 깨고 태어나기 위해 몇 시간에 걸쳐 벌이는 투쟁은 누군가의 구조만 기다리던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결국 해리와 해수는 문이 없는 집에서 스스로 문을 만들어 내기로 결심하고 두려워하던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 자신의 한계를 가장 견고하게 규정해 버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일지 모른다.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크게 상상해 보기를, 일단 시도해 보기를 응원하는 이야기이다.
만화, 그림책,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메 작가가 선명한 색과 과감한 화면 구성으로 집 안에서 벌어지는 해리와 해수 남매의 모험을 역동적으로 그려 냈다. 불시의 재난에도 하루하루를 긍정적인 힘으로 헤쳐 나가는 어린이의 힘이 느껴진다.
“안했슈 TV, 안해수입니다. 저희는 이 집을 탈출하려고 합니다.
방 탈출 카페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이것이 진정한 방 탈출 아닐까요?
지금 엄청 떨립니다. 행운을 빌어 주세요. 내가 여기로 나가자고 안 했슈…….”
새로운 이야기들은 자꾸 시작되고 자라날 겁니다. 문이 모두 열릴 때까지요.
자, 이제 진짜 마지막 한마디.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정독, 좋아요, 후기 작성까지!_작가의 말에서
심사평 ‘사라진 아이들’이라는, 자칫 어두워지기 쉬운 이야기에 웃음을 더하고 이것을 일상(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도전으로 전화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에서 기필코 가능성을 끌어내는 결말은 동화라는 장르와 동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믿음에서 비롯된다.
갇혔다는 현실에 사로잡히지 않는 아이들은 재난의 와중에도 각종 모험과 일탈을 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찾고 숨 쉴 구멍을 만든다.
자신을 믿고 힘껏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 실패할까 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려는 마음. 내 안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마음. 어쩌면 모든 문을 사라지게 한 것은, 모든 문을 벽으로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_심사위원(보린 송미경 송수연 장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