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때가 있다. 생애 동안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저자는 지난 기억들 속에서 그리움을 건져내고 있다. 인생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세상사 및 자연에 대한 감회, 그리고 특별히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감정은 읽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저자가 이웃처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듯이 시와 수필로 담아낸 이 책에서 우리는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건에서도 어떻게 삶을 사랑하고 일상을 소중하게 가꾸어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박경옥 작가는 속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오랜 객지 생활을 하다가 귀향하여 부모님을 가까이 보살펴드리며 문학반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였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문학소녀는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어 틈틈이 쓴 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에게 속초는 첫 작품에서 <속초는 詩〉라고 쓴 느낌처럼 산과 바다, 호수의 풍경이 어우러진 그리움의 텃밭이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고 설악산이 보이는 아파트에 25년째 살고 있는 것은 그녀의 행운이지만, 삶의 구비마다 보고 겪은 일들을 글로 남기고 온몸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그리움으로 엮어낸 노력이 놀랍다.
책 속에서 가장 가슴을 적시며 울림을 주는 내용은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귀향 후에 가까이 보살펴드리며 함께 지냈던 일들, 돌아가신 후에 회상하는 추억과 그리움들, 아버지가 남기신 서류뭉치에서 찾은 편지들,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빈집을 정리하는 장면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시며 먹먹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한 번씩의 생애를 살아가고 있다. 대개 사람들의 생애에는 때론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날들도 있다. 책에는 어려운 날들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일상을 소중히 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 아마도 이러한 마음이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통증이 좀 더 완화되고 건강이 더욱 회복되면 가까운 곳을 다니면서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을 보며 글을 좀 더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하늘의 뜻에 맡길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날들이 꼭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속초는 詩’라고 썼지만, 글들을 읽다 보면 아마 ‘인생은 詩’라고 읽히지 않을까….
무릎이 심하게 아프고부터는 마음이 먼저 약해지고 …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음을 비우며 책 속에서 기쁨을 찾으리라. … 특히 작년엔 행복했다. 부끄러운 글 써놓고 나 혼자 놀라고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주위의 몇 사람은 나에게 문학소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나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거다. 경옥아, 사랑해.
- <내가 나에게> 중에서
잎을 다 떨구어 낸 앙상한 나무입니다
…
가지들이 영양분을 다 가져갔습니다
내가 그 가지입니다
…
당신은 어린아이가 되었습니다
…
이별이 저만치 와 있습니다
- <겨울나무> 중에서
휑하니 온기가 식어버린 친정집을 둘러본다. … 책이며 물건들을 쌓아놓았던 창고를 여니 아버지가 즐기시던 막걸리가 나오고 애창곡이었던 <번지 없는 주막>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 우리 가족의 살아온 역사가 서려 있는 이 집엔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연락을 받은 시설관리공단에서 커다란 차가 왔다. 건장한 남자들이 신발을 신고 점령군처럼 들어와서 방마다 오래 묵은 가구들을 들고 나갔다. … 손녀가 첫 월급 타서 사 왔다는 앙고라 털장갑과 내복, 그리고 꼭 손세탁해야 된다고 백화점에서 사 온 예쁜 꽃무늬 옷은 아까워서 입어보지도 못하고 헌 옷이 되고 말았다. 유난히 꽃 그림을 좋아했던 엄마의 옷장에는 알록달록 화려한 사계절이 들어 있다. 끌려 나가는 텅 빈 장롱 안은 비밀번호도 없는 엄마의 금고다. … 어딘가에서 마술처럼 돈이 나오고 … 어렵던 시절에도 장롱 안은 희망이 담겨 있어서 가끔씩 꺼내어 세어보기도 하고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엄마의 성역이었다. … 엄마가 떠난 자리에 그림자처럼 흔적만 남았다.
- <흔적>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경옥
1951년 출생속초여성회관 문예대학과〈풀니음〉 시낭송회에서 활동하였으며, 속초문학관 문예창작반에서 공부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2012년 속초 전통시장 백일장 금상, 2014년 제20회 설악 주부백일장 장원을 수상하였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시 아련히 흐르는 세월
속초가 지워지고 있다
산사(山寺)에서
카네이션
일출
아! 천안함
허균 허난설헌 생가를 다녀와서
봄
벚꽃들의 반란
약속
여름과 가을 사이
가을
가을 나무들
가을엔 스카프
주호와 주현
저 깊은 마음의 우물
오래 살아야 할 이유
거리두기
고독한 승부사의 길
옆집 어르신
2024년 여름
눈물의 순댓국
제2부 시 부모님 추억은 그리움으로
겨울나무
사진
아산병원 다녀오던 날
4월이 오면
들녘을 보며
종부로 살아오신 백발의 노모
김성춘 여사, 백두 살 엄마의 봄
속초 중앙시장 그곳에 가면
그렇구나
4월의 노래
제3부 산문 멈추어 둘러보니 사랑이 있었네
책 속에서 행복을 찾다
멈춤
《갈뫼》 45집 출판기념회를 다녀와서
《갈뫼》 46집 출판기념회에 다녀와서
같아요 같습니다
14기 여성대학을 마치며
17기 여성대학을 마치며
만남과 인연
그녀의 화원
자연에 감사하며
밥상머리 교육
두 계절이 공존하는 설악
졸업식에서의 눈물
나에겐 사투
굿바이 혹
내가 나에게
나의 바다
새봄을 맞이하는 마음
메밀꽃 향기를 따라서
결실의 10월을 보내며
추석 감회
가을이기 때문에
이별의 11월
나의 꿈은… 한 해를 보내며
어느 새벽에
다시 1월을 맞으며
제4부 산문 가족의 추억
겨울 털고 봄맞이
고모
이모
쌀밥의 기억
아버지의 뒷모습
엄마의 숫자
아버지의 친구
엄마의 고스톱
옛 편지에서 만난 아버지
아버지의 자전거
엄마와 꽃구경
마음의 준비
흔적
나의 인생 풍경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