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평범을 거부하고, 같음을 거부하고, 타협을 거부하고, 오로지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박용하가 생애 첫 시산문집 『감정 많은 사람』을 펴냈다.
이번 시산문집에는 박용하 시인의 시산문 50편과 익히 알고 있거나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의 그림 50편을 함께 싣고 있다. 박용하 시인은 자신의 글과 가장 어울리는 그림들로 엄선했으며, 글과 그림이 때로는 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변주, 그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출판사 리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있는 감정이 없는 감정이 되지는 않는다
― 시와 산문과 그림이 길항, 연동하는 시산문집 『감정 많은 사람』
― 시인 박용하의 ‘감정 3부작’ 중 첫 번째 책 출간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평범을 거부하고, 같음을 거부하고, 타협을 거부하고, 오로지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박용하가 생애 첫 시산문집 『감정 많은 사람』(달아실 刊)을 펴냈다.
시인 박용하는 이번 책의 장르를 ‘시산문’이라 명명하면서 이번 책을 펴내는 소회를 이렇게 얘기한다.
“힘 있는 산문은 시를 내장하고 있듯이 힘 있는 시 역시 산문의 말과 길항하고 연동한다. 시라고 하기엔 말의 압력이 일정 부분 느슨하고, 그렇다고 산문이라고 단정짓기에도 시의 말에서 완전 이탈한 것도 아닌, 시와 산문이 공존하는 글(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시적 산문’이라는 말보다 ‘시산문’이라 부르고 싶다.)로 이루어진 책을 언젠가 내고 싶었다. 이번 책은 앞으로 나올 ‘감정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내가 처음 시를 시작하던 스무 살 무렵엔, 훗날 내가 쓴 글과 화가의 그림이 동무하는 이런 책을 내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꿈도 꾸지 않았다. 꿈도 꾸지 않고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니 세상일도 그렇지만 사람 일도 모르겠구나 싶다.
시인이 언어의 화가라면 화가는 빛을 발명하는 색의 시인이다. 화가들이 그림 속에서 구현한 감정의 언어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각별하고 또 특별하다. 삶을 아끼는 일과 감정이 사랑이라면 그림을 아끼는 일과 감정 또한 시인의 사랑이리라. 일례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내 삶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증폭하는 경험을 한다. 상상력과 언어력도 덩달아 증강한다. 어디 빈센트 반 고흐뿐이겠는가. 저작권만 아니라면 박수근,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에밀 놀데, 벤 샨, 윌 바넷, 니콜라 드 스탈, 르네 마그리트, 앤 매길 같은 화가의 그림도 함께했을 것이다.”
이번 시산문집에는 박용하 시인의 시산문 50편과 익히 알고 있거나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의 그림 50편을 함께 싣고 있다. 박용하 시인은 자신의 글과 가장 어울리는 그림들로 엄선했으며, 글과 그림이 때로는 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변주, 그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가령 이런 것이다. 박용하 시인은 파울 클레의 그림 <이전 시대의 빛〉을 자신의 글 「마음」과 매치시킨다.
바람 센 날 시골 마을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자동차 바퀴로 나 몰라라 뭉개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시 차를 멈추고 내려 박스를 옆으로 치워 고정해놓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차바퀴에 뭉개져 나뒹굴고 있는 스티로폼 조각조각은 물론이고 알갱이 하나하나까지 콩알 한 알 한 알, 쌀알 한 알 한 알 주워 담듯 스카치테이프에 묻혀 쓰레기봉투에 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인간의 마음인가.시골 논둑의 무성한 풀을 일일이 예초기나 낫으로 깔끔하게 베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제초제를 자신의 논둑에 뿌려 누렇게 해놓고 농사짓는 사람도 있다. 그 제초제는 우선 자신의 논으로 들어갈 것임에도 그렇게 한다. 자신의 가족들이 먹는 다른 논엔 제초제를 뿌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제초제를 안 쓰고 일하는 농부가 가끔 허리를 펴는데 보기에도 힘들어하는 반면, 제초제 뿌리는 농부는 허우대가 멀쩡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인간의 마음인가.
― 「마음」 전문
독자들은 그림은 그림대로 글은 글대로 감상하며 파울 클레가 어떤 마음으로 <이전 시대의 빛>이라는 그림을 그렸는지 박용하가 어떤 심정으로 「마음」이라는 글을 썼는지 상상할 수도 있을 테고, 혹은 파울 클레의 그림과 박용하의 글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파장을 또한 감상할 수도 있을 테다.
이번 시산문집은 시, 산문, 그림이 어울리거나 충돌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독자에게는 새롭고 독특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책이라고 하겠다.
■ 달아실출판사는…달아실은 달의 계곡(月谷)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달아실출판사”는 인문 예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책으로 세상을 비추겠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용하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로 증보하여 재출간),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영혼의 북쪽』, 『견자』, 『한 남자』,『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 『저녁의 마음가짐』을 썼고, 동시집으로 『여기서부터 있는 아름다움』을, 산문집으로 『위대한 평범』을 썼다.
목차
서문
의자와 책상│손│마음│지상의 유일무이한 화가│폰 세상│불안과 공포│나│너│끼니처럼│문신 같은 그림│골목길│돌에게│파리와 거미│어린 죽음│이 세상 연인은│나무와 나│숲과 인간│어떤 낙원│입맞춤│비밀과 연인│뒷모습│아름답다는 말의 의미│삼십 년의 배웅│여기에 있는 날들│숨넘어가는 소리│생불生佛│죽음│책 읽는 사람│하나의 등대와 하나의 달과 하나의 서광과 하나의 극광│질문 없는 날들의 끔찍함│겸손함에 관한 또 다른 견해│치아 백정│꼴값증│남과 님│니가 해봐!│현실의 한 종류│뻔뻔한 놈들의 세계사│인간의 한 종류│복수의 방식│아름다운 복수│듣기의 어려움│얼굴 속의 얼굴│사람 보는 눈│굴뚝│나의 과오│지금 이 시를 쓴다면│이변│짐승처럼│사람 생각│새해 인사
후기. 삶이 하는 일